메뉴 건너뛰기

주요의대 교수 소속 전의교협도 의협에 힘 실어…병원 내 긴장 고조
정부 "집단휴진은 '진료 거부', 엄정대응하겠다"…환자 시름은 깊어져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서울시내 주요 병원인 '빅5' 소속 교수들이 오는 18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전면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환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주요 상급종합병원이 외래와 수술을 대폭 줄였다고는 하지만, 당장 18일 하루 전면 휴진할 경우 빅5 병원에서만 4만명이 넘는 외래진료가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불길처럼 번지는 집단휴진 조짐…환자들은 어디로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빅5' 하루 외래 최대 1만명…진료 줄줄이 밀릴 판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에 근무하는 의대 교수들 대부분이 의협 휴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면서 당일 외래진료가 마비될 가능성이 커졌다.

빅5 교수뿐만 아니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역시 오는 18일 의협의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국 곳곳에서 휴진 결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휴진이 현실화할 경우 수만 명의 환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외래진료가 줄어들긴 했으나, 빅5 병원은 하루 외래진료 환자가 최대 1만명 안팎에 이른다.

각 병원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일평균 외래 환자는 서울대병원 약 8천명, 세브란스병원 약 9천명, 서울아산병원 약 1만2천명, 서울성모병원 약 7천명, 삼성서울병원 약 7천명 등이다.

전공의 집단사직 전에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하루 외래진료 환자 수는 각각 1만여명, 서울아산병원은 1만4천여명에 이르기도 했으나, 사직 사태 후 일제히 감소했다.

전공의 업무공백으로 인한 진료 축소를 감안하더라도 오는 18일 병원 다섯 곳이 일제히 휴진하면 단순 계산 시 외래 환자 약 4만3천명의 진료가 밀리는 셈이다.

수술도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공의 집단사직 전에 일평균 수술이 각각 200건이 넘었고, 의정 사태로 수술 건수를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당장 18일에 휴진할 경우 줄어든 수술마저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교수들이 대규모로 병원을 이탈할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을 조정할 시간이 촉박한 데다, 교수들 역시 휴진하더라도 응급·중증·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응급실, 중환자실은 물론 분만이나 투석 같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의 진료는 유지하고 응급 수술도 그대로 시행하는 만큼, 환자가 체감할 만한 혼란은 없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애초 교수들의 외래 진료가 매일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당장 예약을 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안다"면서도 "실질적인 휴진 여부는 당일이 돼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휴진 병원...환자 진료 대책은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정부 "집단휴진은 '진료거부'"…3만6천여 병원에 진료명령 내려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휴진 결의가 들불처럼 번지자 정부는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을 근거로 이미 예약된 환자에게 환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것은 의료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비상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노쇼'(no show)하면 안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전국 의료기관 3만6천여곳을 대상으로 진료 명령과 휴진 신고 명령을 내리면서 대응하는 중이다.

정부는 18일 당일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따른 것인지 등을 포함해 휴진 여부를 전화로 확인한 뒤 시군 단위로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업무개시명령도 내리고, 명령 불이행 시 행정처분 및 처벌에 들어간다.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예고했지만, 환자들은 당장 치료받지못할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을 향해 휴진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환자단체들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장기간 의료공백으로 환자들은 큰 불안과 피해를 겪었다"며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했던 환자들에게 의료진의 연이은 집단 휴진·무기한 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정부 모두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그동안 각자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일방통행에 우려를 표하며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누구도 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며 "이 상황이 애초에 왜, 무엇을 위해 시작됐으며 환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의대 교수들은 환자 곁을 완전히 떠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만서비스(SNS)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귀하'라는 글을 올려 "서울대학교의 주 환자군인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저희의 처사가 얼마나 무도하게 느껴지셨을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적었다.

강 위원장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린다. 경증 환자들은 휴진 기간 서울대병원 진료가 불가능하겠지만, 서울대병원의 진료가 지금 반드시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 서울대병원은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라며 "휴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 외에 저희에게 남아있는 방법이 없었음을 부디 헤아려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6927 [단독] "신뢰 얻어야"…정진석에 쓴소리 쪽지 전한 盧비서실장 랭크뉴스 2024.06.11
36926 공포의 ‘노란 소포’ 다시 출현…경찰은 “반품하세요” 랭크뉴스 2024.06.11
36925 경기도, 특사경 출동시켜 대북전단 감시‥경찰, 전단 살포 제지 못해 랭크뉴스 2024.06.11
36924 "반성문 75번 선처해달라"... 배달원 사망케 한 '만취 운전' DJ 징역 15년 구형 랭크뉴스 2024.06.11
36923 박세리 "얼마 번지도 몰라…부모님 다 드렸다" 과거 발언 재조명 랭크뉴스 2024.06.11
36922 ‘세기의 이혼’ 최태원 회장이 잃은 것은 ‘재산분할액’만이 아니다[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랭크뉴스 2024.06.11
36921 도시락 480개 주문하고는 ‘노쇼’…군인 사칭 사기 주의 랭크뉴스 2024.06.11
36920 ‘이재명 맞춤형’ 당헌 비판에 ‘윤석열 궐위’ 대비용이라는데… 랭크뉴스 2024.06.11
36919 박정훈 구속영장에 적은 범행동기…허위작성 정황 드러났다 랭크뉴스 2024.06.11
36918 내달부터 직장인 연금보험료 최대 1만2천150원 인상 랭크뉴스 2024.06.11
36917 이틀 전 한국 떠난 말라위 부통령, 비행기 추락 사망 랭크뉴스 2024.06.11
36916 러, 전술핵무기 훈련 2단계 개시…이스칸데르, 전폭기 동원(종합2보) 랭크뉴스 2024.06.11
36915 KBS '개훌륭' 4주 만에 방송 재개…"강형욱은 출연 안 해" 랭크뉴스 2024.06.11
36914 인상폭 ℓ당 최대 26원…밀크플레이션 오나 랭크뉴스 2024.06.11
36913 [단독] 서울대 연구팀, 소금물 3방울로 LED 10분간 켜는 기술 개발 랭크뉴스 2024.06.11
36912 '8년 차 직원이 1백억 원 슬쩍' 우리은행 또 횡령 사고 랭크뉴스 2024.06.11
36911 [속보] 말라위 부통령 태운 군용기 발견…“탑승자 10명 전원 사망” 랭크뉴스 2024.06.11
36910 비행 중 무슨 일?···총알 퍼부은 듯 찢어지고 깨진 여객기 랭크뉴스 2024.06.11
36909 절벽서 추락한 주인 살리려 6㎞ 뛴 강아지…너의 얼굴은 랭크뉴스 2024.06.11
36908 박세리 재단, 박세리 부친 고소… 부녀갈등에 시끌 랭크뉴스 202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