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유튜버 ‘판슥’은 피해자 동의 없이 음성변조되지 않은 통화녹음과 피해 사실이 담긴 판결문을 게재했고 피해자는 두려움 속 이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2004년부터 피해자 상담을 지원해 온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혜정 소장은 13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는 이미 지난해 11월에 판결문을 지워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면서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밀양사건 피해자로 여기저기에 재소환돼 소비되고 있다”며 유튜버들의 사적 제재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앞서 밀양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피해자 동의를 구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유튜버 ‘판슥’ 역시 피해자가 직접 공론화를 원했다고 주장하며 사건 판결문과 통화 음성을 올렸지만 피해자는 이후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피해자가 동의할 수 없는 방식으로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확보, 확산, 재현하는 문제는 2004년 방송사와 경찰의 문제에서 2024년 유튜버 문제로 바뀌며 반복되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가 일상에서 평온할 권리는 국민의 알 권리에 우선하는 생존권”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피해자와의 상의 끝에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설명하며 자매의 서면 입장도 공개했다. 피해자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고 상담소 활동가가 글을 대독했다.

피해자는 서면에서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실 줄은 몰랐다”며 “저희를 잊지 않고 많은 시민이 자기 일 같이 화내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 있지만 이겨내 보도록 하겠다”며 “힘내라는 댓글과 응원에 조금은 힘이 났다. 혼자가 아니란 걸 느꼈다”고 했다.

아울러 “이 사건이 잠깐 타올랐다가 금방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잠깐 반짝하고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경찰과 검찰에 2차 가해를 겪는 또 다른 피해자가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잘못된 정보와 알 수 없는 사람이 잘못 공개돼 2차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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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은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