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웅 전 국민의힘이 항소심 재판에서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정재오·최은정·이예슬 부장판사)는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의 항소심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김 전 의원과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신문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와 손 검사장의 변호인 모두 김 전 의원에게 2020년 4월 3일과 8일 문제의 고발장을 누구로부터 받았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피고인인 손준성 검사장으로부터 받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만약 그랬다면 기억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권순정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으로부터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권 대변인한테 받았다면) 기억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4월 3일 당시 조씨와의 통화에서 "이동재 기자가 양심선언 하면 키워서 (이슈화)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변호인이 "이 기자의 양심선언 정보를 전달해준 사람이 있었던 것은 맞냐"고 묻자, 김 전 의원은 "네, 그건 맞다"고 답했다. 이어 "그 사람이 기자였느냐"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때 정재오 재판장이 웃으면서 "기억나시는 것 같은데"라며 끼어들었다.
정 재판장은 "증인은 이동재 양심선언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짧은 시간에 명확하게 단답형으로 '예'라고 했는데, 이건 짚이는 사람이 있다는 취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몇몇 기자들이 많이 얘기했다. 동재 살려달라면서 도와달라 했다"고 답했다.
정 재판장은 "양심선언 정보를 누구로부터 취득했냐 하니까 기억이 안 난다 하지 않았냐"며 "대답 태도가 상충된다"고 재차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기자들한테 이동재 관련해 들은 건 확실하다. 그 정도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정보를 제공한 기자가 여럿이었냐"는 재판장의 질문엔 "두세 명 정도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손준성 피고인이나 검찰 관계자에게 이동재 기자의 양심선언을 설명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김 전 의원은 "검찰하고 전혀 상관없이 얻은 정보다. 검찰에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정 재판장은 이때도 "다른 건 다 기억하지 못하는데 검찰과 상관없이 취득한 정보란 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냐"고 따졌고, 김 전 의원은 다시 "이동재와 친한 기자들이 제게 계속 그 얘길 했다"고 재차 말했다.
재판부는 추가 증인 신문 등을 거쳐 다음 달 24일 결심 공판을 열 예정이다.
고발사주 의혹은 검찰이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씨 등 당시 범여권 인사와 일부 언론인들을 고발하도록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 관련해 손 검사장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