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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2004년에서 2024년으로 :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삶에서 피해자의 눈으로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유튜버들의 가해자 신상 공개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잊지 않아 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잘못된 정보로 인한 2차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3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피해자 자매의 서면 입장을 공개했다. 내용은 상담소 활동가가 대신 읽었다. 피해자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피해자는 서면에서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실 줄은 몰랐다”며 “저희를 잊지 않고 많은 시민이 자기 일 같이 화내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 있지만 이겨내 보도록 하겠다”며 “힘내라는 댓글과 응원에 조금은 힘이 났다. 혼자가 아니란 걸 느꼈다”고 했다.

피해자는 “이 사건이 잠깐 타올랐다가 금방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잠깐 반짝하고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피해자는 “경찰과 검찰에 2차 가해를 겪는 또 다른 피해자가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잘못된 정보와 알 수 없는 사람이 잘못 공개돼 2차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상담소는 밀양 성폭력 사건이 최근 재조명되면서 피해자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김혜정 소장은 “피해자와 협의·소통 없이, 마치 소통한 것처럼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올라가면서 피해자가 괴로워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피해자에 대한 비난으로 갈 것인지, 피해자와 연대하는 장이 마련되는 과정으로 가는 것인지 긴장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건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도 지적했다.

김 소장은 “동의 없이 피해자 정보를 일방적으로 퍼뜨리고 피해자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과 방식으로 재현하는 문제는 2004년 방송사와 경찰의 문제에서 올해 유튜버의 문제로 바뀌며 반복되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일상에서 평온할 권리’는 ‘국민의 알 권리’에 우선하는 생존권”이라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는 심리적·육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상담소는 전했다. 정식 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와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간다고 한다.

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 시설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김 소장은 “가해자에 대한 응징이나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단단한 지원이 더 연구되고 논의되기를 바란다”며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이 늘어나고 피해자 일상 회복이 단단해져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힘 있게 울릴 때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역시 정의로운 방법과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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