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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제주 이주 열풍 타고 ‘개발 붐’
인프라 없는 지역에 고분양가·브랜드 단지 우후죽순
외지인 수요 끊기며 ‘악성 미분양’ 전국 10%가 제주에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내 아파트 미분양과 상가의 공실 증가, 읍면지역의 빈집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제주 현지 관계자들은 수년 전부터 계속된 ‘제주살이’ 열풍을 탄 무분별한 개발이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외지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침체된 제주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외지인들은 제주도 문화를 이해해야 해요. 제주도 이주 바람이 불었을 때 소위 말하는 ‘육지 건설사’가 들어와서 고급화 전략으로 비싸게 지어 미분양이 늘어났는데, 그게 지금 투자심리를 다 죽인거에요. 제주도는 관광과 건설이 무너지면 큰일납니다.” (제주 현지 A시행사 대표)

지난 10일 방문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한화포레나 제주에듀시티’ 공사현장은 주변에 인프라가 거의 없는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제주영어마을 안의 학교들과는 자차로는 10분, 대중교통으로는 20분, 걸어서는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지도상으로 봐도 영어마을과는 꽤 동떨어진 위치다.

이 단지는 한화건설이 짓고 있는 503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2025년 1월 준공 예정으로 지난 2022년 9월 분양했지만 제주도 내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가구가 발생한 단지가 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미분양 규모는 290가구로, 전체 가구의 57%가 넘는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6억7000만원부터다.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제주도민에게 차로 20분 이상 거리는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할 정도로 먼 거리”라며 “단지와 영어마을까지 거리가 꽤 있는데, 서울 사람 기준으로 얼마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지은 것 같지만 처음부터 미분양이 예상된 단지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영어마을 인근. 부동산 분양 광고가 붙어있다. /오은선기자

”거긴 시골인데”… 읍면지역 고분양 아파트가 미분양 원인
제주도가 미분양 주택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세컨드하우스 매입 열풍이 식으면서 투자 수요가 실종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지인과 원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읍면 지역의 고분양가 단지들이 미분양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제주 미분양 주택은 2837가구다. 전월(2485가구)과 비교해서 14.2% 증가했고, 전국 미분양 가구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체 미분양 주택의 43.7%(1241가구)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만2968가구 수준인데, 이중 10%에 해당하는 물량이 제주에서 나온 것이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특히 ‘읍면지역’에서 미분양이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제주의 도심지인 신제주 지역과는 다르게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3월 기준 제주의 미분양 주택(2485가구)을 살펴보면 읍면 지역 미분양 주택이 1735채로 전체의 69.8%였다. 애월읍이 616가구로 가장 많았고, 대정읍 376가구, 안덕면 293가구, 조천읍 263가구, 한경면 185가구 순이었다.

A 시행사 대표는 “7~8년 전 제주 이주 열풍 당시 제주에서도 시골로 통하는 한적한 지역에 짓기 시작한 아파트들이 외지인 수요가 없어지고 도민들에게도 외면당하면서 미분양 물건으로 남게됐다”며 “평균적으로 84㎡ 기준 분양가가 4억~5억원이었는데, 이제는 읍면지역에서도 브랜드 단지들이 들어오면서 7억~8억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실제로 행정구역상 ‘동’과 ‘읍면’ 지역 미분양 가구 비율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신제주 지역 연동에 있는 ‘더샵 연동포레·노형포레’는 전체 120가구 중 11가구 수준으로 적은 편이지만 한경면 청수리에 위치한 ‘제주에듀루치올라’는 2020년 준공에도 99가구 중 48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인기있었던 오션뷰 아파트도 ‘1억5000만원’ 분양권 할인
한때 ‘세컨드하우스’ 열풍을 타고 분양 당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단지에서도 ‘마이너스 프리미엄(피)’ 매물이 나오고 있다. 역시 고분양가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제주시 용담2동에 위치한 ‘용두암 호반써밋 제주’는 오션뷰 아파트를 내세워 2022년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7.21을 기록할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제주도 집값이 급락하고 금리 부담이 커지자 최근 전용면적 113.86㎡ 분양권은 분양가 10억7183만원보다 1억5000만원 저렴한 9억2183만원에 매물로 등장했다. 지난 11일 방문한 용두암 호반써밋 제주는 일부 가구에서만 오션뷰가 가능한 단지였다.

인근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제주 분양가가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하는데, 그 높은 분양가를 감당할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며 “외지에서 들어와서 살 거라고 생각했지만,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으니 팔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제주시 용담2동에 위치한 ‘용두암 호반써밋 제주’ 아파트 단지. /오은선기자

실제로 4월 기준 제주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 가격은 3.3㎡당 2475만원으로, 전국에서 서울(3884만원)과 대구(3059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건축비가 육지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더 비싼 탓도 있지만 10여년 전부터 투기 열풍이 불면서 제주 땅값이 크게 오른 영향이 크다. 반면 외지인 주택 구입 비율은 2021년 31.4%, 2022년 27.1%, 지난해 23%로 계속 감소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도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1.17%다. 전국 평균 -0.73% 보다 하락폭이 크다.

제주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투자심리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제주도 현지 시공사 관계자는 “한시적으로라도 취득세, 양도세 등 다주택자 중과를 제주도 상황에 맞게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며 “제주 제2공항 여부 역시 계속 미뤄지고 있어 정책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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