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불우한 성장기에 우울증 얻은 뒤
사회복무요원 근무 중에 악화돼
"수사 미진했다" 기소유예 취소
인공지능(AI)이 그린 한국 남성의 우울증 장면. 한국일보 자료 사진


중증 우울증 탓에 무단 결근했다가 기소유예(혐의는 인정되나 죄가 가벼워 재판에 넘기지 않음) 처분을 받은 사회복무요원이 헌법재판소에서 구제되어 유죄 기록을 털게됐다. 무단 결근에 우울증 악화가 작용했는지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기소유예 판단을 한 검사의 처분은 '수사미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김모씨가 전주지검을 상대로 제기한 기소유예 처분 취소 청구를 지난달 30일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김씨는 2022년 9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8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8일을 무단 결근했다"고 판단했다. 병역법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이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우울증 등으로 정상 복무가 어려웠다"며 "기소유예로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헌재는 "무단 결근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씨 손을 들어줬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심각해져서 무단 결근한 걸 김씨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헌재가 이런 판단을 내린 배경엔 김씨의 불우했던 성장과정이 있었다. 헌재는 "김씨가 △어렸을 적 부모님이 이혼한 뒤로 아버지로부터 성실하게 부양을 받지 못했고 △고등학교를 자퇴했으며 △이른 독립 후 부모 지원 없이 혼자서 생계를 꾸려나가야만 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오랫동안 우울감에 시달렸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했으나 병세가 악화한 점도 감안됐다. 헌재는 "김씨가 무단 결근 전후로 의사에게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렵다'고 호소하면서도 수차례 개선 의지를 밝혔으나 결국 우울증이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났다"며 "타인과의 접촉이 강제되는 복무를 시작하며 우울감이 병적인 상태에 이르렀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복무기관과 병무청 담당자도 김씨의 결근을 연가로 처리해 상담치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김씨의 우울증 등이 개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인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무단 결근은 우울증이 아닌 불성실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검찰 주장은 물리쳤다. 헌재는 "중증 우울증으로 복무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김씨가 '늦잠을 잤다'거나 '택시를 잡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만으로는 무단 결근의 원인이 우울증이 아니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면서 "수사기록만으로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기소유예 처분을 한 건 중대한 수사미진"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787 ‘괴롭힘 진정’ 취하 거부하자 취하서 찢은 근로감독관 랭크뉴스 2024.07.14
33786 생닭 가격은 떨어졌는데… 삼계탕 가격은 ‘기겁’ 랭크뉴스 2024.07.14
33785 ‘5살 학대 혐의’ 태권도 관장 구속…전국에 화재 잇따라 랭크뉴스 2024.07.14
33784 위기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직원 빼앗길수도" 랭크뉴스 2024.07.14
33783 국민의힘 선관위, '방송토론 충돌' 원희룡-한동훈 제재 조치 확정 랭크뉴스 2024.07.14
33782 “박단은 안돌아간다는데”...전공의 ‘복귀냐 사직이냐’ 랭크뉴스 2024.07.14
33781 “중개료 44% 인상이라고?” 배민, 셈법 따져보니... 랭크뉴스 2024.07.14
33780 피 흘리며 주먹 치켜든 트럼프 사진… 美대선 ‘결정적 순간’ 되나 랭크뉴스 2024.07.14
33779 ‘총기 옹호’ 트럼프 총기 피격…“용의자, 곰처럼 옥상 기어올라” 랭크뉴스 2024.07.14
33778 태권도장서 5살 아동 심정지…‘CCTV 삭제’ 관장 구속 랭크뉴스 2024.07.14
33777 [단독]YTN 최대주주 변경 회의록 보니···2인 방통위, ‘기피신청 무력화’ 랭크뉴스 2024.07.14
33776 "인구 21만 목포, 4만 신안과 통합하면 '신안시'로 양보" 랭크뉴스 2024.07.14
33775 백인남성 총격범은 현장에서 사망…‘암살 시도’ 규정 랭크뉴스 2024.07.14
33774 "트럼프 총격 용의자, 공화당 등록 당원" 랭크뉴스 2024.07.14
33773 “탈팡족, 어서옵쇼!”…쓱·지마켓·컬리 혜택 확대 랭크뉴스 2024.07.14
33772 '막말' 정봉주도 통과… 명심·투쟁만 남은 野 최고위원 예비경선 랭크뉴스 2024.07.14
33771 차트 보려고 고개 돌린 트럼프, 이게 그를 기적적으로 살렸다 랭크뉴스 2024.07.14
33770 [속보] 민주, 전현희·한준호·강선우·정봉주·김민석·민형배·김병주·이언주 8인 최고위원 본선행 랭크뉴스 2024.07.14
33769 [단독] "한 시간 뒤 황의조 친구 압수수색"... 기밀 흘린 경찰관 재판행 랭크뉴스 2024.07.14
33768 "트럼프 피격 못 막은 무능한 비밀경호국"…일론머스크 등 지지자들 비난 쇄도 랭크뉴스 202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