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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상임위 보이콧’이 12일로 사흘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7당이 지난 10일 국민의힘 불참 속에 국회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데 대한 저항 성격이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이대로라면 여당 몫으로 배정해 둔 나머지 7개 상임위까지 우리가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2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상임위는 원초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기에 불참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민주당의 독주가 22대 국회를 시작부터 망쳤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개원 2주가 되도록 뾰족한 대응책 없이 시종일관 행불무득(行不無得·행동 없이 아무것도 얻지 못함)으로 일관하는 여당도 책임이 적지 않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집권여당이 국회를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도대체 납득이 안 간다”(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는 지적이다. 전략·투지·역할을 모두 잃은 ‘전·투·력(역) 상실당’이라는 평가다.

①전략 부재=당내에선 “연일 의총만 소집하면 뭐하나”라는 볼멘소리가 적잖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로텐더홀에서 조를 짜서 농성하고, 돌아가면서 의장실 앞에서 피켓 시위하는 식의 대응책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 이야기가 없다”고 토로했다. 의총 때마다 회의장 안팎에서 “상임위에 무조건 안 들어가는 게 상책인지 의문이다”(TK 재선), “7개 상임위를 받고 실리를 챙겨야 한다”(PK 초선) 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원내지도부는 여전히 채상병 특검법 등을 다룰 법사위 사수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취재진에 “이런저런 조건이 있으면 법사위를 내놓을 의향이 있는지 민주당에 물어봐 달라”고 했다. 총선 참패 후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을 다짐한 게 불과 두달 전인데, 용산을 위한 특검 방어에만 집착하다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강성 독주는 4·10 총선 참패로 일찍이 예고된 일”이라며 “두 달 가까이 안이하게 내부 권력투쟁에만 몰입하다 대형 참사를 맞은 꼴”이라고 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국회 본회의를 앞둔 10일 오후 국회의장실 앞에서 진행 중인 항의 농성에 합류하는 모습. 뉴스1

②투지 상실=최악의 여소야대임에도 야권에 맞서려는 국민의힘 의원의 각오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야당 폭주가 이어진다면 108석인 우리로서는 당연히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브리핑했다. 야당이 본회의를 강행한 지난 10일 로텐더홀 규탄대회에서 ‘웰빙 정당’의 민낯을 고스란히 노출한 황당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국회의장실 앞에서 출입문 봉쇄를 논의하던 국민의힘 의원 몇몇이 직접 나서는 대신,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들에게 “(당신들이) 여기 문을 잘 지키라”, “(의장이) 못 나오게 하라”고 수차례 당부한 것이다. 같은 시각 홀 바닥에 앉아 초선과 잡담을 이어가던 중진 의원은 취재진이 등장하자 “여기서 이빨 드러내고 웃다 카메라에 찍히면 큰일”이라며 피켓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③역할 소멸=“민생을 챙기기 위해 상임위 대신 자체 특위 14개를 가동한다”는 게 집권당을 자처하는 국민의힘 방어 논리다. 하지만 당초 외교부·통일부·국방부와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 등을 논의하기로 했던 외교안보특위는 ‘원내 사정’을 이유로 12일 첫 회의를 열지 못했다. 회의를 연 재정세제특위도 기재부 관계자 등을 불러 종합부동산세 개편 및 폐지를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론 없이 종료됐다.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지 않나’는 질문에 “법 제·개정은 절대 우리 뜻대로 하는 건 아니다. 의견을 모아 당연히 야당과 상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전민규 기자 / 20240612

애당초 입법권이 없는 특위에서 자기들끼리 국정을 논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21대 막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연금 개혁 주도권을 뺏겼던 것처럼, 22대 국회 내내 야당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용산과 야당만 있고, 국민의힘은 ‘없어도 되는 여당’이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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