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하루 동안 쓰레기 1톤트럭 가득 채워…"열심히 청소해도 제자리"

"배수 불량 빗물받이는 물난리 주범…시민 인식개선 시급"


담배꽁초가 쌓인 빗물받이
[촬영 최원정]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오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일대의 빗물받이를 청소하는 작업자 2명의 얼굴에 땀이 줄줄 흘렀다.

작업자들은 10여m마다 하나씩 있는 빗물받이 뚜껑을 들어내고는 삽과 빗자루로 쓰레기를 치웠다.

빗물받이 안에는 토사와 담배꽁초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었는데 한 곳에서 발견된 담배꽁초가 50개를 넘기도 했다. 쓰레기로 지저분한 모습을 보다 못해 빗물받이를 고무 덮개로 아예 막아놓은 곳도 여럿 보였다.

빗물받이 청소 현장소장 양희준(44)씨는 "몇 년 사이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청소하기 버거울 정도로 쓰레기가 많이 쌓이고 있다"며 "담배꽁초와 비닐이 쓰레기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들은 아침부터 7시간 동안 약 150개의 빗물받이를 청소했다. 장마철을 앞두고는 유동 인구가 많은 성수역 일대를 매일 돌아다니며 청소하는데 빗물받이를 모두 점검하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린다.

20여개의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나니 조그마한 리어카가 쓰레기로 꽉 찼다. 이날 하루 동안 모은 쓰레기는 1톤 트럭을 가득 채웠다.

작업자 김남형(28)씨는 땀을 닦으며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시민들이 담배꽁초를 조금이라도 덜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일하는 곳 바로 옆에서도 한 시민이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있었다.

빗물받이 청소하는 작업자들
[촬영 최원정]


빗물이 빠져나가는 배수구 역할을 하는 빗물받이는 각종 쓰레기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비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 실제 2022년 여름 서울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을 당시 쓰레기로 막힌 빗물받이가 물난리를 키운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2015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가 내린다고 가정했을 때 빗물받이 3분의 2가 막히면 침수 높이가 그렇지 않을 때의 두 배로 증가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특히 침수에 취약한 저지대는 빗물받이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무단으로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하루 1천만 개비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것이 우리의 집과 일터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동구청은 2022년 비가 내리면 자동으로 덮개가 열리도록 설계한 '스마트 빗물받이'를 자체 개발해 올해 6월까지 115곳에 설치했다. 오는 7월에는 시민들이 QR코드를 활용해 배수가 불량한 빗물받이를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전제돼야 이 같은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주요 간선도로·이면도로와 골목길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지난해 기준 총 55만7천533개다. 성수역이 있는 성수2가 3동에는 2천452개의 빗물받이가 있다.

지난해 개정 하수도법이 시행되면서 하수시설을 점검하고 청소하는 일이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가 됐으나 행정력만으로 이 모두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양씨는 "빗물받이 연결관의 지름이 65㎜ 정도 되는 것도 있는데 담배꽁초와 비닐이 이렇게 있으면 금방 막힐 수밖에 없다"며 "오늘 이렇게 열심히 청소했지만 이따 저녁만 돼도 담배꽁초를 빗물받이에 버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허무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동행 취재를 마친 뒤 작업자들을 처음 만난 빗물받이로 다시 향했다. 청소를 마치고 불과 2시간 사이 이곳에는 담배꽁초 세 개비가 떨어져 있었다.

1톤 트럭 짐칸에 실린 쓰레기들
[촬영 최원정]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2590 영암 135mm 국지성 폭우…“2시간 만에 아수라장” 랭크뉴스 2024.07.22
32589 ‘김건희 소환 강조’ 검찰총장 패싱…‘도이치·명품백’ 조사도 5시간씩만 랭크뉴스 2024.07.22
32588 국민의힘 '진흙탕 전대'에 차별화 꾀하는 오세훈 랭크뉴스 2024.07.22
32587 기습폭우에 전남 영암 쑥대밭‥한쪽에선 폭염특보 랭크뉴스 2024.07.21
32586 인천공항발 제주항공 40여편 지연‥승객 불편 랭크뉴스 2024.07.21
32585 제주항공 여객기에 낙뢰…40여편 지연 운항 랭크뉴스 2024.07.21
32584 ‘대북 방송 재개’ 45일 만에 전면화…접경지 군사충돌 불씨 커져 랭크뉴스 2024.07.21
32583 달리는 오토바이를 발로 '퍽'…깔린 운전자 "살려달라" 비명 랭크뉴스 2024.07.21
32582 "'좋아요'가 뭐길래"…유명 인플루언서 폭포서 인생샷 찍다가 그만 랭크뉴스 2024.07.21
32581 암살 시도 후 트럼프 호감도 상승…민주 60% "바이든 사퇴해야" 랭크뉴스 2024.07.21
32580 김여사, 경호처 시설서 비공개 조사…'도이치·명품백' 혐의부인(종합3보) 랭크뉴스 2024.07.21
32579 ‘빅6’ 병원장 고소한 전공의들, 서울대병원장만 취하…왜 랭크뉴스 2024.07.21
32578 총격범, 트럼프 유세장서 '드론 정탐'까지… 비밀경호국 '경호 실패' 논란 가열 랭크뉴스 2024.07.21
32577 김건희 여사 조사 장소는…창성동 경호처 부속 청사 랭크뉴스 2024.07.21
32576 ‘김건희 비공개 출장조사’ 장소, 서울 종로 경호처 부속시설 랭크뉴스 2024.07.21
32575 '일도·구직도 안 하는 대졸자' 상반기 400만 명... 역대 최대 랭크뉴스 2024.07.21
32574 북, 9번째 ‘오물 풍선’ 살포…군, ‘확성기 방송’ 모든 전선 확대 랭크뉴스 2024.07.21
32573 트럼프 “北 김정은에게 긴장 풀고 야구 보러 가자고 했었다” 랭크뉴스 2024.07.21
32572 "험한 꼴 당했다"…유럽서 비즈니스석 탄 홍진경 분노 무슨일 랭크뉴스 2024.07.21
32571 韓 "저는 미래로"…羅 "이미 신뢰 붕괴" 元 "자기만의 미래"(종합) 랭크뉴스 202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