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국제연구팀 "출툰 동굴 유해 DNA 분석…영웅 쌍둥이 신화 관련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제사 의식에 인간 제물을 바친 것으로 악명높은 멕시코 유카탄반도 고대 마야인들은 무엇을 위한 제사에 어떤 사람을 바쳤을까?

고대 마야 도시 치첸이트사에서 발견된 인간 제물 64명의 DNA 분석 결과 쌍둥이 두 쌍을 포함해 대부분 유전적으로 가까운 소년들이었고, 이들은 마야문명의 쌍둥이 영웅 신화와 관련된 제사에 바쳐진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대 마야 도시 치첸이트사에서 가장 큰 사원인 엘 카스티요
쿠쿨칸 사원(Temple of Kukulcan)으로도 알려진 엘 카스티요(El Castillo)는 마야 유적지인 멕시코 유카탄반도 치첸이트사에서 가장 큰 마야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Johannes Kraus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MPI-EVA) 로드리고 바케라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치첸이트사의 지하동굴 저수조 출툰(chultún)에서 발견된 유골 64구의 DNA를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13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밝혔다.

유카탄반도의 치첸이트사는 마야문명 몰락 직전인 서기 800~1000년 번성한 도시로 유해 수백구가 묻힌 대형 싱크홀 '신성한 세노테'(Sacred Cenote)와 어린이 유해 100여구가 발견된 출툰 동굴 등 제례의식 희생자 증거가 곳곳에 남아 있다.

20세기 초 신성한 세노테에서 여성·어린이 등 희생자 200여명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치첸이트사가 사람 제물 의식으로 유명해졌지만, 인간을 바치는 의식의 역할과 맥락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신성한 세노테 인근 지하동굴 저수조 출툰에서 1967년 발견된 어린이·청소년 유해 100여구 중 64구를 회수해 분석했다.

유카탄반도와 고대 마야 도시 치첸이트사 지도
a·b는 유카탄반도 및 반도 내 치첸이트사 위치, c·d는 치첸이트사 내 엘 카스티요 사원 위치와 이번 연구에서 분석된 어린이 희생자 64명의 유해가 발견된 지하동굴 저수조 '출툰' 위치. [Nature / Rodrigo Barquera et al.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 결과 매장은 서기 7세기 초부터 12세기 중반까지 이뤄졌으나 대부분은 치첸이트사의 정치적 정점기인 800~1000년 사이 매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64명은 모두 인근 마야 지역 출신 남자 어린이였고 일란성 쌍둥이 두 쌍을 포함해 전체의 25%가 친척 관계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 팻시 페레스-라말로 박사는 "친척 관계 어린이들이 놀라울 만큼 유사한 식생활 패턴을 보였다"며 이는 이들이 같은 가정 또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인근 지역 현대인들은 고대 희생자들에겐 없는 살모넬라균 같은 전염병 병원균에 대한 면역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유럽 침략자들에 의해 유입된 전염병이 마야 문명 멸망에 기여했다는 학설과 일치하는 것이다.

치첸이트사에 복원된 석조물 촘판틀리(해골 선반)
치첸이트사에 복원된 석조물 촘판틀리(해골 선반)에는 해골이 새겨져 있으며, 제물로 바쳐진 희생자들의 유골을 올려놓던 제단으로 알려졌다. [Johannes Kraus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출툰 희생자가 모두 남성이고 일란성 쌍둥이가 포함된 점에 주목, 쌍둥이 영웅 신화와 관련된 의식을 위해 남자 어린이들이 짝을 지어 제물로 선택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쌍둥이는 마야 신화에서 신과 영웅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존재다. 영웅 쌍둥이가 아버지와 삼촌의 복수를 위해 희생과 부활을 반복하며 지하 세계 신들과 싸우는 이야기는 마야 예술에 많이 등장하는 주제다.

연구팀은 마야 문명에서 동굴과 싱크홀 같은 지하 구조물은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로 여겨진다며 쌍둥이나 가까운 친척 한 쌍을 출툰에 매장하는 것은 영웅 쌍둥이 관련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하버드대 크리스티나 워너 교수는 이 연구는 마야인들이 젊은 여성과 소녀들을 주로 제물로 바쳤다는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과 함께 마야의 희생 의식이 죽음·재탄생의 순환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Nature, Rodrigo Barquera et al., 'Ancient genomes reveal insights into ritual life at Chichén Itzá',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509-7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962 배우 유아인, 동성 성폭행 혐의로 피소 랭크뉴스 2024.07.26
29961 현물 ETF 출시에도 이더리움 가격 급락 랭크뉴스 2024.07.26
29960 “라커룸에 도둑이”…아르헨 축구팀 7500만원어치 털려 랭크뉴스 2024.07.26
29959 [사이언스샷] 화성에서 고대 생명체 흔적 나왔다 랭크뉴스 2024.07.26
29958 민기 형, 이제 좀 편안해지셨나요? 랭크뉴스 2024.07.26
29957 중부내륙고속도서 음주사고 낸 40대…측정 거부 실랑이 랭크뉴스 2024.07.26
29956 기억도 감각도 믿지 마라···쉽게 속는 인간[책과 삶] 랭크뉴스 2024.07.26
29955 "올림픽 출전 위해‥" 손가락 일부 절단한 호주 선수 랭크뉴스 2024.07.26
29954 "부인과 수술 신체부위 사진을"? 심평원 '입증자료' 논란 랭크뉴스 2024.07.26
29953 AI와 대화하다 보니 속초 도착…멀미 걱정 없는 EV3 랭크뉴스 2024.07.26
29952 여야, 방통위법 필리버스터 충돌…26일 방통위법 표결 유력 랭크뉴스 2024.07.26
29951 야, 채상병 특검법 ‘한동훈 수정안’ 배제 않고 다시 채비…상설도 검토 랭크뉴스 2024.07.26
29950 티몬 "위메프보다 늦어져 죄송‥환불 절차 시작" 랭크뉴스 2024.07.26
29949 [박현도의 퍼스펙티브] 보수파 독주에 민심 이반…경제 제재 해결은 쉽지 않을 듯 랭크뉴스 2024.07.26
29948 [르포] 외국인 관광객 들어오자 살아나는 서촌… “구역별로 특색 갖춰 내국인도 늘어” 랭크뉴스 2024.07.26
29947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 255억원 신고···고위공직자 74명 재산 공개 랭크뉴스 2024.07.26
29946 지팡이 짚고 ‘바들바들’…운전석에 앉더니 차 몰고 떠났다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7.26
29945 [올림픽] 1988년부터 2024년까지…'최강' 여자양궁, 단체전 10연패 도전 랭크뉴스 2024.07.26
29944 [비즈톡톡] 미스트랄·메타 ‘최신 AI’ 내놓았지만… ‘챗GPT’ 못 넘어서는 이유는 랭크뉴스 2024.07.26
29943 배우 유아인, 잠자던 8살 연하 30대男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랭크뉴스 202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