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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휴진에 분노하는 환자들

세브란스도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40개 의대 ‘전면 휴진 동참’ 투표
“의사가 아파봤다면 이럴 순 없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휴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암 환자(맨 왼쪽)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휴진을 예고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박모(33)씨는 12일 “하필 이럴 때 아픈 게 죄인인가 싶다. 슈퍼갑 병원의 환자 떠넘기기 행태에 모든 걸 놔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담도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박씨의 부친은 지난 7일 서울대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준비했다. 하지만 며칠 뒤 병원은 “오는 17일부터 집단휴진이 시작돼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며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통보했다. 박씨는 급히 세브란스 진료 예약을 잡아 왔지만 이날 세브란스병원도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박씨는 “세브란스에서도 수술이 어렵다고 할까봐 지금도 다른 병원을 계속 알아보는 중”이라며 “전이가 없을 때 하루빨리 수술해야 하는데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힌 대형 대학병원이 속속 늘면서 환자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연세대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27일부터 종료일을 못 박지 않고 휴진에 돌입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은 유지하되 외래, 비응급 수술과 시술은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18일 하루 휴진 방침을 밝혔던 가톨릭대의대와 울산대의대도 무기한 휴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가톨릭대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 대응을 지켜본 뒤 20일 전체 교수회의를 통해 추가 행동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40개 대학으로 구성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18일 휴진에 동참키로 결론냈다.

대형병원 휴진에 따른 피해를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환자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집단휴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8년째 루게릭병 투병 중인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장은 대독자를 통해 “법과 원칙에 입각해 의사집단의 불법 행동을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식도암 4기 환자인 김성주 연합회장도 “지금까지는 고소·고발을 생각해본 적 없지만 만약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얘기하면 단체 차원에서 검토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유방암 치료를 위해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을 찾은 60대 신모씨도 집단휴진 소식에 “우리더러 다 죽으라는 거냐”며 “휴진한다는 병원을 다 폭파하고 싶다”고 분노를 토했다.

신씨는 충북 청주에 사는데, 일주일 간격으로 12차례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해 병원 주변에 작은 숙소를 구했다고 한다. 지난 3월 암 진단을 받은 신씨는 석 달 동안 ‘빅5 병원’ 문을 모두 두드렸지만 지난달 말에야 아산병원 진료 예약에 성공했다. 그랬는데 곧바로 휴진 소식을 접한 것이다.

선천성 담도폐쇄증으로 태어날 때부터 서울대병원에 다녔다는 문모(21)씨는 “합병증이 발생할 때마다 2~3주 걸리는 항생제 치료를 받아왔는데, 휴진에 들어간다니 몹시 불안하다”며 “의사들이 아파보지 않아 파업하는 거지, 사람 생명을 갖고 이럴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들은 병원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절망하고 있다. 이날 다섯 살 아들을 데리고 아산병원 어린이병동을 찾은 30대 정모씨와 유모씨도 다음 달 초 예정된 수술 일정이 변경될까봐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정씨는 “병원에서 언제 연락을 줄지 몰라 매일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다”며 “어른들 싸움에 죄 없는 아이들만 고생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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