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람 개입 없이 시뮬레이션으로 수백만번 학습
로봇 장착하면 보행 에너지 24.3% 절감
“거동 불편한 환자의 재활에 도움 기대”

수 하오(Hao Su)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제어 시스템을 적용한 외골격근형(形) 로봇을 착용한 모습./Weibo Gao


몸에 장착하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로봇이 사람 도움없이 스스로 걷고 뛰는 법을 익혔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이 가상공간에서 대련을 반복한 끝에 무술을 익혔듯, 로봇이 가상공간에서 수많은 시뮬레이션(가상실험)으로 사람과 움직임을 동기화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일반인의 능력을 강화하는 로봇뿐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보조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 하오(Hao Su)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외골격형(形) 로봇을 제어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학습법을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13일 발표했다. 웨어러블 로봇에 시뮬레이션 기반 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다리를 감싼 보행 보조 장치로, 곤충처럼 몸을 지탱하는 골격이 몸 바깥에 있다고 해서 외골격 로봇이라고도 한다. 장애인이 로봇으로 몸을 고정하고 기계장치의 힘으로 걷는 방식이다. 하지만 웨어러블 로봇과 사람의 동작을 일치시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개발 과정에서 사람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움직이면서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

이번 기술의 특징은 로봇의 학습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이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모션 캡처(motion capture, 동작 인식) 기술로 런닝머신 위를 걷는 사람의 동작을 매 순간 기록했다. 모션 캡처 시스템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활용하는 기술이다. 영화배우가 몸 곳곳에 센서를 붙이고 움직이면 모션 캡처가 동작을 감지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대로 움직인다.

연구진은 웨어러블 로봇을 제어하는 신경망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제어 소프트웨어는 모션 캡처로 수집한 사람 동작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 연구진은 한 번에 수천 번 진행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8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렇게 쌓인 훈련 횟수는 수백만 번에 달한다. 사람이라면 단시간에 도저히 할 수 없는 훈련량을 시뮬레이션으로 해결한 것이다.

수 하오(Hao Su)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제어 시스템을 적용한 외골격근형(形) 로봇을 착용한 모습./Weibo Gao

시뮬레이션 훈련을 마친 제어 소프트웨어는 웨어러블 로봇에 달린 ‘관성 측정 센서(IMU)’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에 맞는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피로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로봇을 사용하는 사람의 신진대사율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웨어러블 로봇 사용자는 로봇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걷기 24.3%, 달리기 13.1%, 계단 오르기 15.4%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증가했다. 이 수치는 걷기 기준으로 봤을 때, 사용자가 30분 더 걸을 수 있는 에너지 효율이다.

시뮬레이션 훈련은 웨어러블 로봇 훈련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이전에도 시뮬레이션 기반의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격차가 너무 컸다. 사람이 움직일 때 일어나는 인체 변화가 복잡해 웨어러블 로봇에 같은 동작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번엔 골반부터 허벅지까지 장착하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제어 소프트웨어를 실험했지만, 더 다양한 신체 부위를 보조하는 로봇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관성 센서로 동작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어 개인 보행 특성에 따른 맞춤형 웨어러블 로봇도 가능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번 외골격 로봇은 뇌졸중과 골관절염, 뇌성마비 환자들의 재활을 지원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맞춤형 제어 시스템이 환자에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382-4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084 젊은이는 노인 따귀 때렸다…여름밤 감옥, 공포의 그날 [강주안 논설위원이 간다] 랭크뉴스 2024.07.30
27083 ‘봉화 농약 사건’ 80대 할머니 사망…경찰 “수사 계속” 랭크뉴스 2024.07.30
27082 [속보] 추경호 "野 강행 '방송4법', 대통령에 재의요구 건의할 것" 랭크뉴스 2024.07.30
27081 고속도로서 크루즈 켜고 딴짓하다 '쾅'…올해만 9명 사망 랭크뉴스 2024.07.30
27080 마지막 화살이 10점 과녁에 “탁”…남자양궁 단체전 올림픽 3연패 랭크뉴스 2024.07.30
27079 올림픽 앞두고 발사 순서 바꿨다…남자양궁 3연패 달성의 비밀 [파리PLUS] 랭크뉴스 2024.07.30
27078 CJ올리브영, '미국 젠지'에 K뷰티 알렸다 랭크뉴스 2024.07.30
27077 [사이언스카페] 코로나 팬데믹 끝났지만 야생동물은 진행형 랭크뉴스 2024.07.30
27076 7년 만에 목표 달성?… 대우증권 합병 후 직원 1300명 줄인 미래에셋證 랭크뉴스 2024.07.30
27075 [여의춘추] 2024 파리올림픽 삐딱하게 보기 랭크뉴스 2024.07.30
27074 최민희 “일본 대변인 같은 후보가 방통위원장 되는 것 반대” 랭크뉴스 2024.07.30
27073 양궁 '광탈'한 인도팀에 "한국인 감독 '황당 경질'의 업보" 랭크뉴스 2024.07.30
27072 흉기로 아파트 이웃 살해한 30대 남성 긴급체포 랭크뉴스 2024.07.30
27071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 보좌 '제2부속실' 설치 추진 랭크뉴스 2024.07.30
27070 살짝 '쿵' 박았는데 1700만원 타낸 커플… "보험사기 의심" 랭크뉴스 2024.07.30
27069 승자도 판정에 갸우뚱?… 허미미 꺾은 캐나다 선수 “유도 바뀌어야” 랭크뉴스 2024.07.30
27068 야놀자 '티메프' 보상에 소비자 안도… 50억 규모 포인트 지급 시작 랭크뉴스 2024.07.30
27067 경찰 "북한이 10차례 살포한 오물풍선, 전국 3천359곳서 발견" 랭크뉴스 2024.07.30
27066 “경고 받았습니다” 김제덕의 파이팅, 다음 올림픽에선 볼 수 없을까? 랭크뉴스 2024.07.30
27065 아들 소원에 은퇴 번복한 성소수자 아빠, 다이빙서 은메달 랭크뉴스 202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