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권익위 2017년 해설집, 공직자 배우자 금품수수 관련 언급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한 호텔에서 투르크메니스탄 국가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교오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청탁금지법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사 없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종결해 논란인 가운데,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 권익위는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는 청탁금지법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다른 법률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외 다른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면 신고된 사건을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 권익위 해석대로라면 김 여사 건도 이에 해당해 이첩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조항이 없다’며 실체 판단 없이 김 여사 건을 종결 처리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초기인 2017년 8월 권익위는 누리집에 ‘배우자의 금품 등 수수 금지’ 해설집을 올리고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수수한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의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다른 법률에 따른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권익위가 든 다른 법률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이었다. 두 법률은 각각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 등을 수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 안내서 갈무리

알선수재 등으로 처벌하려면 수수 금품이 공무원 직무를 알선한 행위와 관련 있어야 한다. 이에 권익위는 해설집에서 법원 판결을 인용해 “법 제정 취지가 금품 등 수수 금지를 통한 직무 수행의 공정성 확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직자 등의 금품 등 수수로 인하여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가 직무관련성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직무관련성 범위를 굉장히 넓게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이 해석집 내용대로라면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위촉과 국립묘지 안장을 부탁했다’는 진술 등에 따라 가방과 윤 대통령의 직무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뇌물죄 직무관련성 의미가 같다며 ‘공무원이 직무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때에는 사회상규에 비춰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직무관련성을 지나치게 좁게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례도 인용한 것이다.

12일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청탁금지법 외 사유에 의해선 수사기관에 이첩·송부할 규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권익위가 자의적으로 권한을 축소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법 59조는 ‘접수된 신고사항에 대하여 감사·수사 또는 조사가 필요한 경우 이를 수사기관 등에 이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익위가 부정부패 사건을 알고도,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넘기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은 해당 범죄 사실 자체를 인지할 방법이 없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최용문 변호사는 “부패방지를 주업무로 하는 권익위의 폭넓은 목적을 고려하면 수사기관 이첩 대상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만 좁게 한정해서 볼 수 없다”며 “권익위의 부정청탁 신고 처리를 규정한 법령을 봐도 반드시 청탁금지법 위반에 한정해서만 이첩을 할 수 있다고 돼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8531 유엔 안보리, 북한인권회의 개시…안건채택 절차투표 통과 랭크뉴스 2024.06.12
8530 ‘제2의 노벨상’ 카블리상 수상자 발표…외계 행성 연구자 포함 8명 랭크뉴스 2024.06.12
8529 美 "올들어 전기차 15만대 구매시점 세액공제…1조3천억원 절약" 랭크뉴스 2024.06.12
8528 이재명 강력 반발 "검찰 창작 수준 갈수록 떨어져" 랭크뉴스 2024.06.12
8527 뉴욕증시, FOMC 결과 앞두고 인플레 지표에 고무돼 상승 출발 랭크뉴스 2024.06.13
8526 맨발로 흙 감촉 느끼며 걸을 땐··· ‘이런 질환’ 조심하세요 랭크뉴스 2024.06.13
8525 "음란물 중독된 아마존 부족" 보도, 가짜뉴스였다…NYT 발끈 랭크뉴스 2024.06.13
8524 먹성도 장난기도 그대로…푸바오 ‘이상 무’ 랭크뉴스 2024.06.13
8523 “윤석열 대통령의 출구...개헌밖에 방법이 없다” [막전막후] 랭크뉴스 2024.06.13
» »»»»» [단독] 규정 없어 김건희 사건 종결했다는 권익위, 과거엔 “배우자 알선수재 가능” 랭크뉴스 2024.06.13
8521 서울의대 이어 연세의대도 집단휴진 가세…'빅5' 모두 문 닫나 랭크뉴스 2024.06.13
8520 어머니의 편지 "누가, 왜 구명조끼 없이 수중수색 지시했나요" 랭크뉴스 2024.06.13
8519 韓, 카자흐 핵심광물 우선권 확보…SK에코, 리튬광산 개발한다 랭크뉴스 2024.06.13
8518 [르포]역시 ‘슈푸스타’… 푸바오, 데뷔 첫날부터 낮잠에 관람객은 무한 대기 랭크뉴스 2024.06.13
8517 다급해진 마크롱, 극우 맹공…"제대로 일 못했다" 자책도 랭크뉴스 2024.06.13
8516 화난다고 뛰면 더 화나…연구된 분노 해소법은 진짜 쉽다 랭크뉴스 2024.06.13
8515 美 "하마스와 휴전안 이견 좁히려 노력…흥정할 시간 끝났다" 랭크뉴스 2024.06.13
8514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3.3% 상승···예상치보다 낮아 랭크뉴스 2024.06.13
8513 프랑스 가수 프랑수아즈 아르디 80세로 별세 랭크뉴스 2024.06.13
8512 [사설] ‘대북 송금’ 이재명 기소, ‘檢 창작’ 둘러대지 말고 진실 밝혀라 랭크뉴스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