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울어진 사법체계' 주장 기회 막혀…대선자금 모금 전략도 차질


차남 헌터와 포옹하는 바이든
(뉴캐슬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뉴캐슬 주방위군 기지에서 차남인 헌터 바이든과 포옹하고 있다. 이날 헌터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에서 불법 총기 소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2024.06.1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오는 11월 열리는 미 대선 상대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불법 총기 소유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마냥 기뻐하지 않는 모습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와 다른 공화당원들은 이 기회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유죄 평결에 대한 초기 반응은 쪼그라든 풍선과 비슷했다"고 전했다.

헌터 바이든은 2018년 10월 자신이 마약 중독자임을 숨기고 권총을 구매·소지한 혐의로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에 의해 지난해 기소됐고,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현직 미국 대통령 자녀로는 중범죄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첫 사례다. 최근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죄 중범죄자'로 규정하고 차별화하려던 바이든 대통령 측의 선거 전략도 타격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트럼프 측은 의외로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매트 가에츠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엑스(X·옛 트위터)에 "헌터 바이든의 유죄 평결은 솔직히 말해 좀 멍청한 것"이라고 적었고, 유명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설립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인 찰리 커크는 "가짜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헌터 바이든이 무죄를 받았다면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에게는 유리하고, 트럼프에게는 불리하도록 기울어졌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이를 특히 대선자금 모금에도 활용할 수 있을 터이지만, 유죄 평결로 이런 기회가 차단된 데 따른 불편함이 묻어난다고 NTY는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 모금 계획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NYT에 (헌터의) 무죄 평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사법 시스템의 조작 증거로 제시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수천만 달러를 추가로 모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헌터 바이든에 유죄가 아닌 무죄 평결이 내려질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많은 선거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게 트럼프측 인사들의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캠프 인사를 포함해 저명한 공화당 의원들은 헌터 바이든의 유죄 평결로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사법 시스템이 매우 이중적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향한 대중적 관심이 식게 됐다고 불평하면서, 이번 평결의 의미를 즉각 축소했다.

라스베이거스서 유세하는 트럼프
(라스베이거스 EPA=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선셋 파크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유세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국경 정책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4.06.10 [email protected]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헌터 바이든의 유죄 평결 후 몇시간 동안 직접 반응을 내지 않은 것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 역시 이번 유죄 평결에 대해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긁어모은 바이든 범죄 일가의 실제 범죄에 대해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트럼프 측이 이번 유죄 평결에 공격을 자제하는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한 회의에서 대통령 아들에 대한 공격이 정치적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개인적으로 인정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이 회의 참석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원들에게 헌터 바이든에 대한 공격, 특히 마약 중독 공격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바이든 대통령을 가족을 돌보는 아버지처럼 비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패한 지난 2020년 대선 선거운동 마지막 11일 동안 유세, 인터뷰,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통해 헌터 바이든을 60회 이상 언급했다. 특히 마약 사용 문제를 직접 공격했고, 자신에게 연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에 집중하기보다 "헌터는 어디 있나?"라는 게시물을 반복해서 올린 바 있다.

이를 두고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교훈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헌터 바이든 사건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점이 명백해진 순간, 이 주제를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면서 "(헌터가) 명백히 유죄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 우리에게 유일하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4389 "美, 對중국 반도체 기술 추가 통제 검토…GAA·HBM 등 대상" 랭크뉴스 2024.06.12
34388 권익위 ‘명품백’ 법리 검토만…야권인사들 광범위 조사와 대비 랭크뉴스 2024.06.12
34387 우드사이드 "동해 리스크 크다"‥3D데이터도 분석 끝내 랭크뉴스 2024.06.12
34386 “아워홈, 매력 떨어지는데 너무 비싸” 외면하는 사모펀드들 랭크뉴스 2024.06.12
34385 CCTV로 즉각…강남구청역 직원들에 피싱 운반책 2명 같은날 덜미 랭크뉴스 2024.06.12
34384 美, GAA·HBM 對中 수출 차단 검토…AI 생태계 싹 자른다 랭크뉴스 2024.06.12
34383 동료 교수에 "학교 떠나게 되실 수도"…대법 "보복협박 아냐" 랭크뉴스 2024.06.12
34382 서해안고속도로서 트럭 전복 후 화재, 1명 사망 랭크뉴스 2024.06.12
34381 ‘尹과 악연’ 법무장관만 셋…22대 국회 '태풍의 눈' 국방위 랭크뉴스 2024.06.12
34380 이스라엘, ‘민간 희생’ 비난에 인질 영상 공개…“휴전안 준수 재확인” 랭크뉴스 2024.06.12
34379 원샷원킬! 정밀유도폭탄 ‘JDAM’…사거리 28㎞·장사정포 갱도 무력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4.06.12
34378 권익위 ‘김건희 디올백’ 부실조사 논란…야권인사들 광범위 조사와 대비 랭크뉴스 2024.06.12
34377 엉터리 구글 지도‥'독도 공항' 검색했더니 랭크뉴스 2024.06.12
34376 노키즈존 이어 ‘노줌마존’… “아줌마 출입 금지” 헬스장 랭크뉴스 2024.06.12
34375 [단독] 법원, ‘김홍빈 대장’ 수색 비용 정부·연맹 화해 권고했지만 무산 랭크뉴스 2024.06.12
34374 “푸바오 탈모 건강 문제 아냐”… 중국, 오늘 일반에 공개 랭크뉴스 2024.06.12
34373 강남도 아닌데 청약 경쟁률 494대 1…통장 쏟아진 광진구 랭크뉴스 2024.06.12
34372 강남구청역 직원들 기지로 보이스피싱 운반책 2명 같은 날 붙잡혀 랭크뉴스 2024.06.12
34371 [밀리터리테크] 北 오물 풍선 잡을 첨단 레이더 기술…1500㎞ 상공 우주 물체도 잡아낸다 랭크뉴스 2024.06.12
34370 [속보] 5월 취업자 수 8만명 늘어… 공휴일 영향에 39개월만 ‘최소’ 증가폭 랭크뉴스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