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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에 붙어있는 '히포크라테스의 통곡' 대자보. 채혜선 기자
“가슴이 내려앉는 거 같고 숨이 턱 막히네요…”

12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1동 지하 1층 복도. 50대 암 환자 A씨가 우두커니 서서 게시판에 붙어있는 '히포크라테스의 통곡' 대자보를 한참 바라보다 내뱉은 말이다. 지난 10일 이 병원 노동조합이 붙인 것이다. 가로·세로 각각 1m가 넘는 대형 대자보에는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는 문구와 함께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결의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병원에서 암 수술을 하고 항암 치료를 1년 넘게 받고 있다는 A씨는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 환자 목숨을 가지고 (의사들이) 너무하다”라며 울먹였다.



‘히포크라테스의 통곡’ 대자보…“환자라 억울”
이날 찾은 분당서울대병원에는 노조가 게시한 대자보가 지하 1층과 지하 3층 등 곳곳에 있었다. 대자보엔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 파업결의 규탄한다”라는 말과 함께 히포크라테스 선서 일부가 적혀 있었다.

“나는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떤 것도 멀리하겠노라. 내가 이 맹세의 길을 벗어나거나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나의 몫이 될 것이다.”

대자보가 붙은 지하 1층 복도는 빵집·편의점·카페·의료기기상 등 각종 편의시설이나 엘리베이터가 있어 사람으로 계속 붐볐다. 5분 동안 10여명이 지나갔는데, 바쁘게 이동하던 이들 중 일부는 걸음을 멈추거나 고개를 돌리고 대자보를 읽어내려갔다. 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던 한 직원은 “너무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 청소노동자는 “(의정 갈등으로) 한동안 병원에 환자가 뚝 끊겼다가 최근 정상화되는 듯했다”라며 “무기한 휴진 소식을 듣고 밥벌이 걱정을 다시 하게 됐다”고 미간을 찌푸렸다.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 게시판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자보를 지켜보던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60대 암 환자는 “정부나 의사가 잃은 게 있나”라며 “피해는 환자만 보는데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내가 환자인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신장 투석을 위해 왔다는 한 70대 환자의 보호자도 “넉 달 가까이 가슴을 졸이며 진료를 받아왔다”라며 “휴진은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 병원 집행부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 병원 노조에 따르면 전체 과 절반 정도에서 휴진이 거론되고 있다. 노조는 업무량 폭증과 환자 민원 등을 고려해 휴진에 따른 진료 일정 변경 등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하루 휴진에 검사나 수술 등 각종 예약 2만1000건을 변경해야 한다. 진료과 하나당 추산되는 환자 수는 250~300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예약을 변경하려면 전화예약실 직원뿐 아니라 업무지원직·원무팀·간호사 등 많은 직군이 매달려야 하는데 식당 예약 변경처럼 한 번에 되는 일도 아니고 굉장히 번거로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일부 과는 휴진에 들어가는 17일 이전으로 수술을 앞당기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의 협조 거부에 따라 일부 교수는 전화를 직접 돌리며 예약을 변경하고 있다고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휴진하겠다는 교수는 연가를 내기 때문에 병원 차원에서 막을 방법이 없다”라면서도 “(휴진)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본다. 휴진은 길어도 최대 일주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휴진을 주도하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강경한 입장이다. 비대위 소속 한 교수는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일”이라며 “(휴진을)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말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은 “(휴진 결정으로) 환자분들이 갑자기 불편해지는 것은 맞지만, 임시공휴일이 갑자기 생기는 것처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임시공휴일로 환자들이 더 위험해지진 않는다. 응급실·중환자실 등 중증·응급 진료는 이어지니 심각한 문제 상황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며 “휴진은 길지 않을 것이다. 교수들은 병원을 지킬 테니 환자분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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