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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독일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냉전 시절 분단 경험 거론하며 이해 호소
일부 친러 정치인, ‘푸틴 프레임’대로 비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하원)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재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독일의 분단 경험을 거론하며 “여러분은 우리가 왜 우크라이나를 분열시키려는 러시아의 시도에 맞서 그렇게 열심히 싸우는지, 우리나라에 장벽이 들어서지 않도록 왜 최선을 다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냉전 여파로 분단을 겪은 독일 역사를 인용한 맞춤형 연설로, 현재 우크라이나와의 유사점을 들어 지지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극우정당을 포함한 일부 독일 정치인은 “구걸 대통령”이라며 젤렌스키를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독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분열된 독일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패배하는 게 우리의 공동 이익”이라며 “러시아는 (전쟁에 따른) 모든 피해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 타협의 시간은 끝났다”고 했다. 이어 “어떤 이는 푸틴이 영원할 것이며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환상”이라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1∼2년 전만 해도 그렇게 빨리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음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이 지원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에 대해 “여러분이 수천 명의 목숨을 구했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독일은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최대 지원국으로 꼽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하원)에서 연설하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장에 참석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총리 등은 연설이 끝나자 몇 분간 기립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그러나 친러시아 입장을 보여 온 일부 정당 정치인들은 독일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반대한다는 등 이유를 들어 이 자리에 불참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선 의원 77명 중 4명만 참석했고, 극좌 포퓰리즘 성향의 자라바켄크네히트동맹(BSW)은 소속 의원 10명 모두가 연설에 불참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AfD는 성명에서 “젤렌스키의 임기는 만료됐다. 그는 그저 전쟁과 구걸 대통령으로만 재임하고 있다”며 “우리는 위장복을 입은 연사의 연설을 거부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임기가 만료됐으나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선거 없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하는 프레임과 다르지 않다.

AfD는 일부 의원의 나치 두둔 발언으로 유럽의회 극우 연합단체 정체성과민주주의(ID)에서도 퇴출된 정당으로, 막시밀리안 크라 등 AfD 소속 일부 의원은 러시아 측에서 금품을 받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인터뷰를 해줬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BSW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전체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핵 갈등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연설을 거부했다.

기독민주당(CDU)의 토르스텐 프레이 의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라고 부르며 “AfD와 BSW는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경멸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dpa는 전했다. 현지 언론은 극우·극좌로 갈리는 AfD와 BSW를 묶어 ‘포퓰리즘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 두 당 의석이 대부분 동독 지역에 자리했다는 공통점도 주목됐다. AfD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 정당 중 집권 사회민주당(SPD)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숄츠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 극우파의 지지율 상승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압도적인 대다수의 시민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정당들을 지지한다”며 “그것은 독일에도 적용되지만 유럽의회 전체를 볼 때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친러시아 포퓰리즘 구호는 당신들의 나라에 위험하다”며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에서 극우 민족주의가 부흥하는 것에 경고 메시지를 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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