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규모 4.8 지진 덮친 전북 부안군 르포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에 사는 조부승씨가 12일 오전 지진으로 인해 갈라진 집 벽을 보여주고 있다. 김용희 기자

“주전자에다 물 끓이는디 배깥에서 ‘펑’ 하드라고. 바닥은 덜덜덜 떨리제, 김정은이가 미사일 쏴부렀능갑다 했어. 요새 북한이랑 사이가 하도 나쁘다고 그랬응게.”

강영수(63)씨 목소리가 ‘덜덜덜’ 떨렸다. 흙벽돌로 지은 농가주택은 채 정돈되지 않아 어수선했다. “쩌그 벼람박 쫌 보랑게. 금간 거 보이제? 거그서 나온 흙먼지 치우니라 오전 내내 비짜락질 했어.” 그는 이날 태어나서 처음 땅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고 했다. 아침 식사를 막 마치고 난 시각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그래. 경운기 타고 논에 가는디, 질이 막 옆으로 흔들리드래. 함마트먼 상 치를 뻔 했어.”

규모 4.8 지진이 덮친 전북 부안 주민들에게 12일 아침은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였다. 하서면 장신리에 사는 정필환(63)씨도 그랬다. “진짜로 난리 터졌는가, 했다니까. 밥 먹고 설거지 하는데 ‘쿵’ 소리가 나불고 사방이 막 흔들려. 어지러가꼬 마당으로 포도시 기어나간께 ‘삐’ 하고 문자가 오드라고. 지진 났다고.” 그때가 오전 8시47분이었다. 정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 “9시10분쯤 군 소방서에서 119가 왔어. 불안한께 집을 좀 같이 보자고 했제.”

진앙으로 추정되는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 들판. 김용희 기자

정씨가 대를 이어 살아온 100㎡ 남짓한 한옥 벽체엔 사람 어깨높이 쯤에 가로금이 나 있었다. 마당 쪽 유리창도 파손돼 금방이라도 아래로 쏟아져내릴 듯 위태로웠다. 정씨는 “화장실 타일에도 금이 갔다. 당장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불안하다”고 했다. 정씨의 이웃인 조부승(71)씨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조씨는 “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땅이 덜덜덜 떨렸다”며 “깜짝 놀라 집에 오니 집과 창고 벽에 금이 가 있었다. 저러다 무너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안해했다.

12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가 발생한 여진 발생 긴급문자. 전라북도 제공

행안면과 접한 부안읍은 오전의 불안이 어느정도 진정된 상태였다. 읍내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동현씨는 “상품 진열대가 흔들릴 정도여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주변에서 장사하는 분들과 이야기 해봤는데, 다행히 큰 피해는 없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민 허정회(64)씨는 일 때문에 외출했다가 집에 있던 아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집에 갔더니 마누라가 그때까지도 가슴이 벌렁벌렁해서 있드라고. 함석 기와가 흔들리면서 소리가 크게 나드래. 얼마나 놀랐으면 우리집 마루에서 잠자던 옆집 고양이까지 후다닥 도망갔다고 그래.”

12일 규모 4.8 지진이 발생한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의 한 주민 집 벽이 갈라져 있다. 김용희 기자

이날 아침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4.8, 진도 5의 중형급이었다. 1978년 지진 계측을 시작한 이래 전북 지역에서 난 지진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오후 1시55분에는 규모 3.1의 여진이 한 차례 있었다. 부안읍 찻집에서 기사를 작성하던 기자도 흔들림을 확실히 느꼈다. 찻집 유리창 너머로 화들짝 놀라 문을 열고 나오는 상인들이 보였다.

이날 전북지역에선 피해 신고가 34건(부안 31·고창 3) 접수됐다. 다친 사람은 없었고, 댐이나 저수지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라북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발령하고 비상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7972 “고 채 상병 엄마입니다, 또 장마철이 다가옵니다” [편지 전문] 랭크뉴스 2024.06.12
7971 [영상] 푸바오, 산속 '타운하우스'에서 사네…"이웃 사촌도 생겼어요" 랭크뉴스 2024.06.12
7970 재판만 4개…재점화하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 랭크뉴스 2024.06.12
7969 부안군 4.8 규모 지진…유감신고 잇따라 랭크뉴스 2024.06.12
7968 권익위, 김 여사 명품백에 "대통령 직무관련성 없어 신고 대상 아냐" 랭크뉴스 2024.06.12
7967 산부인과의사들 “통증 조절도 정부 허락 받으라고?” 발끈 랭크뉴스 2024.06.12
7966 불법 촬영물 24만건, 15명이 삭제…피해 느는데 인력 4년 전 그대로 랭크뉴스 2024.06.12
7965 헬로비너스 출신 유아라, 암 투병 고백 "긴급 수술 후 회복 중" 랭크뉴스 2024.06.12
7964 “尹, 김 여사 명품백 신고 의무 없어” 권익위 판단 랭크뉴스 2024.06.12
» »»»»» “바닥도 심장도 덜덜…김정은이가 미사일 쏴부렀는 줄” [현장] 랭크뉴스 2024.06.12
7962 기업 가치 12조원 ‘이 기업’, 돈방석 앉고 “미국 간다” 랭크뉴스 2024.06.12
7961 "집 전체가 흔들"‥오후에 또 규모 3.1 지진 랭크뉴스 2024.06.12
7960 “빚내서 집 산다”...아파트 값 회복에 다시 ‘영끌’ 바람 부나? 랭크뉴스 2024.06.12
7959 이재명, 대북송금 추가 기소에 "檢 창작 수준 갈수록 떨어져" 랭크뉴스 2024.06.12
7958 이재명, 4개 재판 동시다발 진행…일주일 4번 재판 받을 수도 랭크뉴스 2024.06.12
7957 애플, “아이폰 교체 슈퍼 사이클” 전망에 반전… AI폰 선두주자 삼성전자 ‘긴장’ 랭크뉴스 2024.06.12
7956 보건노조 “의사가 노예? 명분없는 휴진 중단하라” 랭크뉴스 2024.06.12
7955 “전국민 몇십만원 지급은 저질정책…포퓰리즘에 미래 어두워” 랭크뉴스 2024.06.12
7954 “죽더라도 조폭 의사에 의지 안해” 루게릭 환자 울분 랭크뉴스 2024.06.12
7953 '20년 이상 상습 무면허 운전' 70대 남성 차량 압수 당해 랭크뉴스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