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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풍선은 반사면 좁아 레이더로 포착 어려워
잡음 없애는 인공지능, 우주감시 레이저가 대안

지난달 29일 충남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풍선의 크기는 지름이 2~3m 수준으로 크지만, 전파 반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현재 사용 중인 레이더로는 잡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북한이 연일 대남 오물 풍선을 띄워 보내며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오물 폭탄 투하는 지난 9일까지 네 차례 계속됐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 행위가 심화되면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현재 기술로 오물 풍선을 잡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낙 크기가 작아 레이더 반사율이 낮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현재 기술의 한계를 보완한 차세대 레이더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레이더는 전파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물체까지 거리와 방향을 파악하는 장치다. 레이더에서 방출한 전파가 물체에 충돌한 후 되돌아오는 신호를 수신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먼 거리에 있는 물체의 반사파는 되돌아오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전파 속도는 일정하므로 시간 차이를 이용하면 거리를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반사 패턴을 분석해 물체의 대략적인 형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물 풍선을 현재 레이더 기술로 잡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원을 지낸 오대건 토리스 대표는 “이론적으로 모든 레이더는 ‘레이더크로스섹션(RCS)’이라고 부르는 반사 면적에 의해 탐지 성능이 결정된다”며 “이번 풍선은 실제 크기와 RCS 모두 작아 레이더로 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군이 사용하고 있는 대공 레이더는 탐지 가능한 거리가 물체의 RCS가 5㎡ 수준이라는 가정 하에 100~200㎞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포착할 수 있는 최소 RCS는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오 대표는 “지금까지 군에서 운영하는 레이더는 전투기나 미사일을 표적으로 개발돼 목적 자체가 작은 물체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풍선과 같은 작은 물체를 잡아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풍선에 실려 있는 오물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탐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오물 풍선 1개에 실려 있는 물체의 무게는 대략 3~4㎏ 수준이다. 레이더 기술을 연구하는 한 대학 교수는 “국지방공레이더는 5㎏짜리 드론을 잡을 정도의 성능은 나온다”며 “평상시에는 미사일이나 포의 탄도를 추적하기 위해서 쓰지만, 북한의 무인기 정도는 탐지할 수 있어 오물 풍선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는 풍선에 오물을 실어 보내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생화학 무기를 보내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생화학 무기는 대부분 분말이나 기체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경우 레이더로 탐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레이더 성능을 높이기 위해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레이더로 풍선 같이 작은 물체를 잡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주변에서 들어 오는 노이즈(잡음) 신호다. 풍선 자체에서 반사되는 전파를 일부 탐지할 수 있으나 구름, 새 같은 자연 환경에서 오는 신호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AI로 노이즈 신호를 제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않고 풍선처럼 작은 물체를 탐지하려면 현재 사용하는 레이더 출력을 1만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레이더의 출력을 낮추면 탐지 거리가 줄어든다. 반면 AI를 이용해 노이즈 신호를 자동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출력은 유지하면서도 작은 물체를 잡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오 대표는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레이더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최근에는 8㎞ 거리에서 RCS 0.01㎡ 물체를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RCS 0.01㎡는 작은 새를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1500㎞ 상공 지구 저궤도(LEO)에 있는 RCS 1㎡ 크기의 소형 물체를 잡아낼 수 있는 레이더 기술도 개발됐다. 지구 저궤도는 신호 손실이 적고 통신 속도가 빨라 우주 인터넷 위성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우주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저궤도 감시 레이더는 군사 목적 대신 우주물체의 충돌을 막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우주군은 ‘스페이스 펜스(Space Fence)’ 프로젝트를 가동해 우주감시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20년 완공된 이 시설은 지상에 설치한 레이저로 2만6000개에 달하는 우주물체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한 대학 교수는 “지구 저궤도에서 1㎡ 면적까지 탐지하는 레이더라면 북한의 오물 풍선을 잡아내는 것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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