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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 모습. /연합뉴스

범 LG가(家) 단체급식 기업 아워홈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분쟁이 주주총회에서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매각 작업이 탄력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으나 당초 전망과 달리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관망하는 분위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FI들은 형제간 법적 갈등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는 상황에 경영권 매각의 키를 쥔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인수를 추진할 만한 유인을 못 찾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업 자체만 놓고 봐도 성장성에 한계가 있으며 매각 시 LG 계열사와의 거래가 급감할 우려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성장성 낮고 2대주주 지분율 너무 높아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측은 경영권 지분 인수 의사를 여러 FI들에 타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 측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38.56%를 보유 중이다. 둘째 구미현씨(19.28%), 셋째 구명진씨(19.6%), 막내 구지은 부회장(20.67%)이 비등한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구미현씨는 최근 오빠인 구 전 부회장과 손을 잡았는데,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명진씨·구지은 부회장 연합을 상대로 승리하며 이사회를 장악한 상태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오래전부터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둘째 구미현씨는 2017년부터 4차례에 걸쳐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오빠와 구지은 부회장 사이를 오갔으며, 이번에는 오빠의 손을 잡고 두 여동생에게 대립각을 세웠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과반(57.84%)이 돼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할 수 있다.

앞서 구 전 부회장 측이 2022년 라데팡스파트너스를 통해 매각을 추진했을 때 기업가치가 최대 2조원이라고 주장했던 만큼, 실적이 더 좋아진 지금은 그보다 높은 가격을 원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워홈의 영업이익은 942억원으로, 전년(536억원) 대비 76%나 증가했다.

아워홈은 비상장사인 만큼 기업가치에 대한 오너와 투자자의 눈높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상속세및증여세법에 의거해 산정한 아워홈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이보다 높아지겠지만, 구 전 부회장 측과 매수 후보자들의 눈높이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IB 업계 관계자들은 아워홈에 2조원대 몸값을 인정해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본다. 급식 사업 자체가 성장성이 낮아, 보통 15% 이상의 내부수익률(IRR)을 추구하는 PE가 인수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워홈 브랜드를 뗄 경우 캡티브 마켓(LG 계열사 물량)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즉 업사이드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하방이 막혀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려운 셈이다. 이 때문에 IB 업계에선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FI가 나서는 한 아워홈 매각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

그보다 더 큰 걸림돌은 2대주주의 지분율이다. 이번 주총에서 물러나게 된 구지은 부회장과 셋째 구명진씨의 지분율 합이 40.27%에 육박한다. 한 PE 관계자는 “재벌의 딜은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면서 “갑자기 화해하거나 아니면 가족 간 지분 거래로 선회할 리스크가 있어, FI 입장에선 안 내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만약 FI가 아워홈의 경영권을 인수할 의지가 강하다면,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의 지분을 산 뒤 구지은 부회장·구명진씨 지분 인수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소수지분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차라리 엑시트를 하라’는 식으로 구 부회장과 구명진씨를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구 부회장 측이 끝까지 버티며 지분 가격을 높이려고 할 공산이 크다.

법적 분쟁 불씨 남아있어… “인수했다 소송당하면 어쩌나”
그 외에도 아워홈 오너 일가에게는 해결해야 할 법적 문제가 남아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 측에서도 법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고 매각을 추진키로 한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쪽(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 지분을 인수했다가 나중에 소송이라도 당하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아워홈 남매에게는 크게 두 가지 법적 이슈가 있다. 하나는 2021년 4월 세 자매가 체결한 의결권 공동 행사 협약이다. 당시 세 사람은 “2021년 2월 구지은 부회장이 낸 주주 제안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통일적으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고, 향후 열리는 주주총회의 모든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같은 방향으로 행사한다”는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향후 회사 지분도 같은 가격과 조건으로 매각키로 합의했다. 이를 위반하면 나머지 계약 당사자에게 위약벌로 3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씨는 이 협약을 근거로 이번 주총을 앞두고 구미현씨의 재산을 동결하고 의결권 행사(이사 선임안 관련)를 강제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판단했다. 의결권 행사에 대해 세 사람이 모두 합의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계약 당사자들 간 합의가 필요한데, 이번 이사 선임 의안에 대해선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처럼 가처분 신청이 한 번 기각되긴 했지만, 갈등의 불씨가 사라진 건 아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가처분 소송에서 모든 법률적 판단을 끝내는 게 아닌 만큼, 향후 구지은 부회장 측에서 협약을 근거로 주총 결의 취소나 무효 확인 등 본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씨는 다른 형제들이 지분을 팔 때 먼저 인수할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다만 주식은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다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본안 소송이 제기된다면 사유재산 침해 여부 등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만약 구 부회장과 구명진씨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오빠와 언니의 지분을 사들이는 게 가능하다면, 이들은 PE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경우엔 FI가 풋옵션(자산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 등의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어, 구 부회장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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