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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의회보다 회의 적어
상임위서 보류되는 법안 많아
국회법·다수결원칙 존중돼야
22대 국회의 상임위 구성을 놓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10일 더불어민주당이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때문에 여의도가 시끄럽다. 2년마다 상임위가 재구성되기에, 2년 전에도, 4년 전에도 반복되었던 일이다. 자칫하면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상임위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여야의 관계를 고려하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얼마 전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한 외부 강사는 “지금 우리 정치에는 현안에 대한 코멘트만 있고, 장기적인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상임위에 전문성이 없으니 법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도 했다. 이제 막 당선이 되어 일할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초선 의원들도 이런 생각에 맞장구를 치며, 왜 국회가 일하지 않는지를 비판했다. 동료들의 생각도 이러한데,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원 구성 협의가 되지 않아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게 되풀이되는 이 상황이 국민이 보시기에는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지실까 싶다.

사실 상임위원장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게 아니라도 회의 자체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 국회법상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상임위는 매주 월·화 오후 2시, 소위원회는 매주 수·목 오전 10시에 열리고, 상임위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기간이 아니면 월 2회 이상 개회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 규정이 안 지켜진다는 것.



상임위 경험 없이 위원장 되기도
국회사무처 자료에 의하면 2022년 대한민국 국회(정원 300명)는 상임위가 총 336회, 소위원회가 203회 열렸는데, 미국은 상원(정원 100명)의 상임위는 1722회, 소위원회는 298회, 하원(정원 435명)은 상임위가 1873회, 소위원회가 1143회 열렸다. 영국과 독일 의회의 상임위가 각각 1335회, 939회 열린 점과 비교해도 우리 국회는 회의를 잘 안 연다.

소위원회는 법률안 심사를 위한 소그룹 논의 기구로, 실제 ‘입법부’ 일을 하는 곳이다. 중요한 법안은 몇 시간씩 여야 의원들이 조항 하나, 자구 하나를 놓고 치열하게 논의를 한다. 그런데 여야가 정치적 현안으로 싸우면 소위원회가 열리지 않는다. 21대에서 처리 못 해 폐기된 1만6000여 건의 법안 중에는 검토했으나 보류한 법안도 있지만, 대부분 소위에서 검토도 못 해봤다. 회의가 안 열려서, 물리적으로 상임위에서 일한 시간이 적어서 그렇다.

전문성도 떨어진다. 국회법상 2년마다 상임위가 재구성되는데, 그때마다 위원들도 많이 바뀐다. 특정 상임위에서 장기간 일하면서 전문성을 쌓기는 어려운 구조다. 그러다 보니 해당 상임위에서 한 번도 일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위원장이 되기도 한다. 지난 21대 후반기에서 겸임 상임위를 제외한 14개 상임위원장 중 단 4명만 해당 상임위 경험이 있었다. 당마다 상임위원장 후보 선출 방법은 다르지만, 선수, 나이 등이 주요하게 고려된다.

전문성이 상임위원장이 되는 주요 요인이 아니니, 특정 상임위에서 계속 일하기보다 여러 상임위를 돌며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는 경우도 있고, 소위 인기 있는 상임위에만 있으면 특혜처럼 인식되어 원하지 않아도 다른 상임위로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 21대 전·후반기에 같은 상임위에서 일한 비율은 3분의 1이 안 된다. 기재위는 26명 중 단 3명이고, 국토위는 30명 중 6명만 4년간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다.



한 우물 파는 국회의원 많이 나와야
또 하나, 다수결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처리 못 한 법안이 가득하다. 2012년 만들어진 국회 선진화법은, 다수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상임위를 거치지 않은 법안을 본회의에 바로 상정해 통과시킬 수 없게 한 대신, 신속처리안건 제도(패스트트랙)를 두어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서 다수결로 표결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상임위에서 합의가 안 되어 표결 없이 보류되는 법안이 많다는 것이다. 이 중 일부 법률안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어 본회의에서 표결로 처리되지만, 330일이나 걸린다. 또한 모든 경우를 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의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많은 법안이 보류되어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은 대통령의 거부권과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견제를 받을 기회가 있으니, 합의가 어려우면 원칙으로 돌아가 법안을 표결에 부쳐 다수결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국민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이처럼 상임위 구성과 운영의 여러 문제를 다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년 후에도, 4년 후에도 상임위원장 선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법 등을 개정하거나, 여야가 확고한 원칙에 합의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다면 일단 할 수 있는 일부터 해 보자. 회의부터 제대로 열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게 상임위 구성과 운영을 개선하고, 법안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국회는 국회의 일을 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는 제대로 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일하는 게 기본이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칼럼에 대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다른 목소리를 추후 게재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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