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23회 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문제와 관련해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적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반대하는 쪽을 설득하는 일도 민간단체인 건립추진위원회 쪽으로 미뤘다. 지난 2월 서울시의회 답변이나 같은 달 기자간담회 때의 발언 강도에 견주면 추진 의지를 확연히 누그러뜨린 모습이다.

오 시장은 11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과 관련한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의 질의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측으로부터 이 장소(송현광장)가 최적지라는 요청을 받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국민적 논의가 이뤄질 시간적 여유를 갖고, 논의 결과 여론이 형성되는 데에 따라 이곳(송현광장)이 가장 적지냐 하는 논의가 시 차원에서 있어야겠고, 의회 차원에서도 의견을 모아야 일이 진척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오 시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 2월23일 시정질문 당시 답변과 결을 달리한다. 오 시장은 당시 이승만기념관이 건립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최재란 민주당 시의원의 질의에 “네”라고 답하면서 “건립 장소로 가능성이 제일 높게 논의되는 데가 송현광장”이라고 했다. 나흘 뒤 기자간담회에서는 ‘지난해 송현광장에 이건희미술관 외엔 아무것도 못 짓게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송현광장은 굉장히 넓다. 건물 두개가 들어가도 전체의 5분의 1 정도다. 그것도 이건희미술관은 동쪽 끝에, 이승만기념관은 균형 잡힌 배치를 위해 서쪽 끝에 들어간다”고 답했다. 이승만기념관의 송현광장 건립을 기정사실화한 듯한 발언이었다.

오 시장은 반대 의견을 설득하는 문제도 건립추진위원회 쪽에 공을 넘겼다. 오 시장은 이날 “대표적으로 불교계에서 (송현동 이승만기념관에) 반대를 표명하고 계셔서 얼마 전 건립추진위 쪽에 ‘의견을 달리하는 분들이 계시니 직접 협의해주실 수 없겠느냐’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송현광장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가장 큰 장해물인 불교계 반발을 무마하는 일을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기구인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에 미룬 것이다. 서울시나 오 시장이 송현동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위해 굳이 앞장서 총대를 메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 2월 시정질문 때는 “어느 정도 송현동으로 공감대가 형성이 되면 (서울시가) 불교계와 협의도 하고 설득이 필요하다면 설득도 하겠다”고 했었다.

오 시장의 이런 기류 변화와 관련해 역사학계 등에선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송현동 이승만기념관은 대통령실과 여권, 보수 진영이 밀어붙이니 할 수 없이 오 시장도 총대를 멨던 것인데, 총선에서 참패하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추락했기 때문에 기세가 꺾인 것이다. 정치인들이 가장 민감한 것은 국민 여론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 쪽은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2월엔 (오 시장 발언에서) 송현동이 갑자기 구체화되니 (송현동 기념관에) 적극적인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시민들 뜻을 묻고 하겠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1090 [속보] 정부 “전공의 사직 현황 확인해 하반기 모집 진행” 랭크뉴스 2024.07.18
31089 16년 만에 잡힌 시흥 강도살인범 “금고 안에 있는 현금 보고 범행” 랭크뉴스 2024.07.18
31088 [속보] 정부 “복귀 전공의 명단 공개한 의사 의대생 18명 검찰 송치” 랭크뉴스 2024.07.18
31087 양치승 눈물 "4억 대출로 차린 헬스장 내쫓길 판…살려달라" 랭크뉴스 2024.07.18
31086 ‘국정원 명품 수수’ 수미 테리 보석으로 풀려나…미 정부 “언급 않겠다” 랭크뉴스 2024.07.18
31085 역시 캡틴 손흥민…인종차별 당한 황희찬에 보인 반응 깜짝 랭크뉴스 2024.07.18
31084 [속보] 집중호우에 서해안고속도 송악IC 서울 방향 진입 통제 랭크뉴스 2024.07.18
31083 드론 막으려 철판 덧댄 '거북 전차'…조잡해도 웃을 수 없다, 왜 [Focus 인사이드] 랭크뉴스 2024.07.18
31082 김두관 “이재명, 사법 리스크 때문에 대표 연임하려는 건가” 랭크뉴스 2024.07.18
31081 변우석 '과잉 경호' 일파만파…경호원이 쏜 플래시, '특수폭행' 가능성? 랭크뉴스 2024.07.18
31080 철원 이틀간 370㎜ 폭우…춘천·의암댐 수문 열고 수위 조절 랭크뉴스 2024.07.18
31079 막판 반전 없었다…전공의 복귀율 '10% 안팎' 불과 랭크뉴스 2024.07.18
31078 '이 세상은 가짜' 망상 시달리다 아버지 살해한 딸 징역 15년 랭크뉴스 2024.07.18
31077 윤 대통령, 과기장관 유상임·민주평통 사무처장 태영호 내정 랭크뉴스 2024.07.18
31076 값싸서 혹했는데…쉬인 판매 여성용 속옷서 ‘방광암 우려’ 발암물질 랭크뉴스 2024.07.18
31075 ‘지식 그래프’가 뭐길래···삼성전자, 옥스퍼드대 교수들이 만든 스타트업 인수 랭크뉴스 2024.07.18
31074 “최저가 부동산 응징” 아파트 집주인 단톡방서 집값 담합 주도한 ‘방장’ 검찰 송치 랭크뉴스 2024.07.18
31073 나경원 "韓, 할 말 못할 말 분별없어"…공소취소 부탁 논란 맹비난 랭크뉴스 2024.07.18
31072 나경원·원희룡, 한동훈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분별 없다" 협공 랭크뉴스 2024.07.18
31071 [속보]오산시 오산천·충남 당진 시곡교 인근 주민대피명령…"범람 피해 위험" 랭크뉴스 2024.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