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영국인 판사, FT 기고문 통해 사임 이유 설명
“홍콩 법치, 심각한 위험… 사법부 불안 증가”
중국 제정 ‘홍콩국가보안법’이 법관 자유 제한
종심법원 내 외국인 판사, 15명→7명 ‘반토막’
홍콩의 한 시민이 2022년 3월 30일 홍콩 종심법원 앞을 지나가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때 활기차고 정치적으로 다양한 공동체였던 홍콩이 서서히 전체주의 국가로 변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홍콩 최고법원 영국인 비상임 판사인 조너선 섬션(75)은 이같이 밝혔다. 지난 6일 사임계를 낸 셤선 판사는 “홍콩 판사들은 중국이 만든 불가능한 정치적 환경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홍콩 사법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썼다. ‘홍콩의 법치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제목의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사임 이유를 설명한 셈이다.

"민주 인사 47명 대부분 유죄... 법관들 불안 징후"



셤선 판사가 ‘홍콩 법치주의의 위기’로 제시한 구체적 사례는 홍콩 민주화 인사 47명, 이른바 ‘홍콩 47’에 대한 법원 판결이다. 2020년 6월 중국 정부는 ‘홍콩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했고, 이듬해 2월 홍콩 검찰은 이 법의 ‘국가정권 전복’ 혐의를 적용해 민주 활동가 47명을 기소했다. 이 중 31명은 기소 과정에서 유죄를 인정했으며, 지난달 30일 재판에서는 14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2명을 제외한 45명 중 일부는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셤선 판사는 이 사건 판결을 ‘법관들의 불안’을 보여 주는 징후로 봤다. 그러면서 홍콩국가보안법과 관련, 홍콩 판사들이 직면한 문제 세 가지를 짚었다. 먼저 그는 “첫째 문제는 반자유주의적인 이 법이 판사의 활동 자유를 완전히 축소하지 않았지만 심각히 제한했다는 점”이라며 “판사들은 (부당한) 이 법을 적용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둘째, 중국이 법원 결정을 좋아하지 않을 경우, 법을 해석하고 개입할 수 있다는 게 중국(정부)의 권한”이라고 꼬집었다.

홍콩 종심법원의 영국인 비상임 법관인 조너선 섬션(앞줄 왼쪽) 판사가 지난해 1월 16일 홍콩에서 열린 신년 시무식에 참석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마지막으로는 2019년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법이 이미 있었는데도 홍콩 당국이 ‘편집증적 대응’을 한다고 비판했다. 셤선 판사는 “순응하는 언론, 강경파 의원들, 정부 관리, 중국 정부 대변 기관지를 통해 억압적 분위기가 계속 조성된다”고 일갈했다. 그는 “엄혹한 정치적 분위기에 겁을 먹은 상당수 판사들이 ‘국민의 자유 옹호’라는 전통적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우회적으로 법관들의 자성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법치 훼손 없다"... 비판 기고문에 '발끈'



홍콩 정부는 셤선 판사의 FT 기고문을 두고 “강하게 반대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홍콩 법원이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중앙 당국에서 정치적 압력을 받는다든가, 홍콩 법치가 훼손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사법부를 떠나는 홍콩의 외국인 법관은 셤선 판사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영국인 판사 로런스 콜린스도 지난 6일 “홍콩의 정치 상황 때문에 사임한다”며 홍콩 종심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10일에는 같은 법원 캐나다인 판사인 베벌리 맥라클린도 법복을 벗는다고 밝혔다. 홍콩은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독립적 사법 체계를 증명하는 차원에서 저명한 해외 판사들을 법관으로 임용해 왔으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외국인 판사들이 잇따라 떠나는 추세다. 과거 15명이었던 홍콩 종심법원 외국인 비상임 판사는 이제 7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4250 나이 들수록 단순 업무…중장년층, 퇴직 후 육체 노동에 몰린다 랭크뉴스 2024.06.14
34249 "한국 망했네요" 머리 부여잡은 美교수, 또 뼈 때린 말 남겼다 랭크뉴스 2024.06.14
34248 “2030년 직업 85% 교체… BTS·손흥민처럼 즐겨야 가치 상승” 랭크뉴스 2024.06.14
34247 트럼프, 의회폭동후 3년여만에 워싱턴 의사당 '화려한 컴백' 랭크뉴스 2024.06.14
34246 뉴욕증시 혼조세 출발…기준금리 인하 “2회도 가능” 랭크뉴스 2024.06.14
34245 尹 "우즈벡 전략적 가치 많이 달라져…동포와 소통하며 파트너십 강화" 랭크뉴스 2024.06.14
34244 신발 안 신으면 화상 입는 수준…타들어가는 중국의 비명 랭크뉴스 2024.06.14
34243 망치로 연인 머리 내리친 20대 男…이유 알고 보니 랭크뉴스 2024.06.14
34242 중앙亞 순방서 '고려인 동포'부터 챙긴 尹…"양국 협력 강화하는 주체" 랭크뉴스 2024.06.14
34241 한국 ‘ILO 의장국’ 유력…“윤 정부 노동권 신장 덕” 낯뜨거운 자찬 랭크뉴스 2024.06.14
34240 새 대법관 후보 9명 모두 전·현직 판사···여성 비율 줄고, 재야 출신은 0명 랭크뉴스 2024.06.14
34239 청약통장 월납 인정액 한도 41년 만에 25만원으로 상향 랭크뉴스 2024.06.14
34238 딸 휴대전화 수거한 교사에 수업 중 욕설한 학부모의 최후 랭크뉴스 2024.06.14
34237 부안 지진 피해 신고 계속 늘어…시설물 피해 400건 넘어 랭크뉴스 2024.06.14
34236 尹, 우즈베크 청년에게 "한국 많이 와달라…적극 지원할 것"(종합) 랭크뉴스 2024.06.14
34235 美대법원, '먹는 낙태약 사용 어렵게 해달라' 소송 기각 랭크뉴스 2024.06.14
34234 BTS 페스타 이모저모, 전 세계 아미들 모여라 [사진잇슈] 랭크뉴스 2024.06.14
34233 [사설] 쇄신·반성 없는 당정, 與가 바로 서야 정치 복원 가능하다 랭크뉴스 2024.06.14
34232 '입막음돈' 유죄 평결에도…트럼프, 여론조사서 바이든에 앞서 랭크뉴스 2024.06.14
34231 연준, 다시 ‘동결’…미뤄진 금리 인하 랭크뉴스 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