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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맞춤형’이라는 논란을 빚고 있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12일(당규), 17일(당헌) 잇따라 처리한다. 대선에 출마하는 지도부의 ‘1년 전 당직 사퇴’ 규정을 완화하고,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경선에 당원 표심을 반영하는 등 논쟁적인 조항들이 담겼으나 끝내 관철하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의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당대표 사퇴 시한은 ‘이재명 맞춤형’?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당대표·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 할 경우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한 당헌 25조 2항이다. “사퇴 시한과 전국 단위 선거 일정이 맞물릴 경우 당내 혼선이 불가피하고, 현행 당헌에서는 각종 비상상황 발생 시에 대해선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할 수 있도록 고친다. 지난 10일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현재 당헌·당규 조항은 예외 조항이 없기 때문에 완결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도 있는 예외 조항을 거의 그대로 인용해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당 지도부의 설명에도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현재로선 당내 유일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가 전례 없는 당대표 연임까지 고려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 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나선다면, 대선 출마를 위해 선거(2027년 3월) 1년 전인 2026년 3월엔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그러나 당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당무위 의결로 사퇴를 미루고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대선 출마자의 당직 사퇴 시한을 규정한 당헌은 대권과 당권을 모두 장악한 당대표 중심의 제왕적 지배체제를 깨기 위해 2000년대 초반 여야가 앞다퉈 도입한 것이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당대표를 겸임하며 공천권까지 휘두르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인데, 전당대회나 대선 때만 되면 도마에 오르곤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여러 대선주자들이 당권을 쥐었음에도 ‘대선 1년 전 당직 사퇴’라는 원칙은 견고하게 지켜져왔다.

당 지도부에선 “당대표 사퇴 예외 규정은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게 아니라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궐위를 맞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드러내어 말 못 할 속사정”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단 것이다. 이에 원조 친이재명계인 김영진 의원은 1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와 1년 전 사퇴 조항은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합의와 함의가 있는 조항”이라며 “이번 당대표의 임기를 2025년 12월1일로 정확하게 임기를 규정해버리면 오해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덕성’ 당헌 폐기하고 ‘당원권’ 당규 넣고

당내 도덕성을 확보하기 위한 당헌 조항들도 이렇다 할 토론 없이 폐지된다. 민주당은 부정부패 연루자의 당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시키는 당헌 80조 1항을 삭제하기로 했고, 당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당헌 96조 2항도 폐지하기로 했다. “정치검찰 독재정권하에선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당헌 80조 1항은 이 대표가 취임한 2022년부터 이미 폐지 시도가 있었으나 “혁신이 아니라 퇴행”이란 비판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도입한 당헌 96조 2항 역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탓에 치러지게 된 2021년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며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지만, 선거철마다 상대당의 공세를 받는 탓에 당내에선 꾸준히 개정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런 당헌들은 더 나은 정치를 위해 도입한 것인데, 도덕이란 우선순위마저 지키지 못하면 우리가 국민의힘과 다른 게 뭔가”라고 말했다.

국회의장단 후보자와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20% 반영하는 당규 개정안도 논란 끝에 12일 당무위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와 중진의원 간담회,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연석회의 등에서 ‘국회의원의 대표인 국회의장을 특정 당의 당원이 뽑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장 추미애 의원이 낙선한 국회의장 후보 경선 이후 들썩이는 당원들을 다독여야 한다는 판단이 우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논쟁적인 당헌·당규 개정안이 일거에 처리되는 가운데서도 민주당에선 묘한 침묵이 흐르고 있다. ‘어차피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냐’는 식의 자조가 읽힌다. 계파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은 “21대 국회에선 총선 승패 가능성을 두고 이 대표와 비명계가 싸웠으나 22대는 ‘반윤석열 정서’와 ‘이재명 민주당’으로 선택을 받은 만큼 윤 대통령이 헛발질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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