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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1심 판결문 분석
“대납 등 몰랐다”는 이재명 입장과 배치
검, 판결문 따라 이 대표 조만간 기소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1심 재판부가 ‘이 전 부지사로부터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스마트팜 비용 대납을 보고했다고 들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을 유죄 증거로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쌍방울 측의 스마트팜 및 방북 비용 대납 등을 몰랐다고 주장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입장과는 배치된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판결문 내용을 분석해 이 대표를 조만간 기소할 방침을 정했다.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송금·뇌물 수수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재판부는 지난 7일 이 전 지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김 전 회장이 각종 대북 송금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10일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화영 재판부 “쌍방울, 이재명 방북 비용 대납 유인 있어”

1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이 전 부회장의 판결문을 보면,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쌍방울의 스마트팜 비용 대납 및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에 대해 이재명 지사에게 모두 보고했다”는 설명을 여러 번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이 지사와 이 전 부지사 등 경기도의 전폭적인 지원과 보증을 기대했다”고 법정 진술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이런 진술을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전 회장은) 경기지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향후 대북사업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납의 유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전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북한에서도 신뢰할 만한 지원이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믿음의 근거는 이 전 부지사의 부탁으로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함으로써 경기도가 지원할 것으로 신뢰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스마트팜 비용 대납에 대해 이 지사에게 보고했냐’고 물어봤을 때, 이 전 부지사가 ‘당연히 그쪽에 말씀드렸다’는 취지로 반복해 진술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로서는 이 대표의 방북을 추진할 강력한 동기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당시 이 대표는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언론에서는 명단에 포함됐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거론하며 ‘청와대가 차기 대권 주자로 박 시장을 지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으로서는 경기도 대북 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와중에 정부의 발표 및 언론 보도로 상당한 부담을 느껴 향후 경기지사의 방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성태의 “이재명과 2차례 통화” 주장도 증거로 인정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 통화했다는 증언에도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관련 내용으로 김 전 회장과 이 대표의 통화가 2차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첫 통화는 2019년 1월17일 북한 측 조선아태평화위원회와 경제협력 협약식을 체결한 날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자신이 술에 취해 “500만 달러를 제 돈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는데,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 통화를 바꿔줘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 있다”고 증언했다. 또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 국제대회 기간에는 대남 공작원에게 70만달러를 건넨 뒤 이 대표와의 통화하면서 “저도 같이 방북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런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김 전 회장에게는 경기지사의 방북을 강력하게 추진할 동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 외에도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라는 점도 들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이 대표가 아니라 본인의 방북 비용을 북측에 지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2019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아 당선무효 위기에 처했던 때이므로 위험하게 방북을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항소심 판결이 선고됐다고 해서 이 대표의 방북 추진에 “현실적인 장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지속해서 지사의 방북을 요청한 경기도와 달리 쌍방울 내부에서 김 전 회장의 방북을 자체적으로 추진했다고 볼 정황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김 전 회장의 계획은 이 지사의 방북이 성사돼야만 실현가능한 것”이라 지적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1심 판결문을 검토한 뒤 조만간 이 대표를 기소할 방침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300쪽가량인 방대한 판결문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진영과 정파, 정당 이해관계를 떠나서 어떠한 고려도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수사하고 처리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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