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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내덕동의 한 철물점. 싱크대 수도에서 2시간가량 물이 나오지 않다가 누런 빛이 도는 물이 나왔다.

■ 누런 물이 졸졸졸… "30도 더위에 물 못 써"

충북 청주시에서 단수·탁수 사태가 또 벌어졌습니다.
관련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 어제(10일) 오후 2시 30분쯤부터였습니다.
한낮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 물을 쓰지 못한 주민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충북 청주시 내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2시간 가량 물이 나오지 않아, 한동안 손님을 받지 못했습니다.
A 씨는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아 구청에 전화해보니 공사 과정에서 단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며 "인근 학교와 식당에서도 물이 안 나온다고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또 "몇 시간 뒤 물이 겨우 나오기 시작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사용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습니다.

인근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처음에는 물이 아예 나오지 않더니 한동안 누런 물이 나왔다"며, "오후 4시쯤부터는 물이 다시 나왔지만, 수압이 평소보다 훨씬 약했다"고 말했습니다.

충북 청주시 율량천 제방도로 공사 현장

단수 사태의 원인에 대해 청주시는 "율량천 제방도로 확장 공사를 하다 상수관로 이음부가 파손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장에서 굴착 작업 중에 길이 25m, 직경 500mm 관로가 수압을 이기지 못해 빠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고로 단수·탁수 피해 신고가 접수된 지역은 청주시 율량동과 내덕동, 모충동 등 3개 구, 9개 동에 달했습니다.
어제 오후, 청주시가 접수한 피해 신고와 민원만 500 건을 넘었습니다.

청주시가 공사 현장 근처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

청주시는 이날 오후 3시쯤 율량천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에게 긴급 문자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상수관로 파손으로 인한 일시적인 단수와 탁수에 유의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어제(10일) 오후 5시쯤 응급 조치로 수돗물을 다시 공급하기 시작했고, 오늘(11일) 새벽 1시쯤에는 파손된 상수관로를 복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탁수가 나올 것에 대비해 흙 제거 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하루 전에도 아파트 녹물 민원… 시장이 대책 지시한 날, 또 '단수'

청주시의 집단적인 수도 피해 민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불과 하루 전인 지난 9일에는 청주시 송절동 일대 아파트 3곳 20여 가구에서 녹물이 나온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상수관로 세척 작업 중 탁수가 발생해 인근 아파트 저수조에 유입된 건데요.
저녁 6시쯤부터 이 지역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녹물이 나온다', '수도를 사용하지 말라는 방송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신고 접수 4시간여 만인 밤 10시쯤 저수조 세척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청주시 송절동 아파트 녹물 민원과 관련해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청주시 송절동 일대 주말 상황을 전달받은 이범석 청주시장은 어제(10일) 아침, 주간업무보고 회의에서 "탁수 발생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더 큰 규모로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진 건데요.
이렇게 시장의 지시가 무색하게 상수도 민원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청주시는 '흙탕물 도시'라는 오명을 얻게 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 지난해 말부터 피해 잇따라… 원인도 제각각

지난 4월 탁수 신고가 접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아파트 단지 세면대.

청주시의 단수·탁수 사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앞서 지난 4월, 청주시 오송 2산단 아파트 5천여 세대 수도에서 흙탕물이 유입됐는데요.
이곳은 지난해 12월에도 흙탕물 피해로 일주일 이상 불편을 겪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청주시는 수도관 매립 당시 토사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관 매립 시행사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지난 2일 단수 민원이 잇따랐던 충북 청주시 봉명동 주택가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

지난 1월과 5월, 그리고 이달 초에는 청주시 봉명동에서 민원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2일엔 봉명동 주택가에서 탁수가 나와, 피해 가구 20여 곳에 생수와 급수차가 지원되기도 했는데요.
이때 청주시는 사고가 난 원인으로 근처 아파트 신축 공사장을 지목했습니다.
아파트 일대 도로 확장 공사 중에 업체가 상수관로를 파손해 흙탕물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올해 들어 3번의 피해 모두 아파트 시공업체 등의 과실 때문이었다면서, 사업 시행자에게 누수 수리비 등을 부과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 반복되는 단수 사태… "새로운 관망 체계 고려해야"

지난 겨울에 이어 해를 넘기고, 물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까지 단수 사태가 끊임없이 벌어지자 주민들은 불편과 고통을 호소합니다.
이번 사고를 포함해 최근 6개월간 청주에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상수 공급에 문제가 생긴 건데요.
청주시의 상수도 관리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수도 시설의 안전 점검 시기와 방법을 명시한 '지하안전관리 특별법'을 충실히 따르는 것만으로도 단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서울시립대 상하수도시스템 연구실의 구자용 교수는 "수도관에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어디가 끊겨도 주변에서 물을 돌려서 우회해서 단수 규모를 줄이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누수나 파손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요 관로 복선화와 우회 관로 설치, 탁수 감지 시스템 도입 등 새로운 관망 체계 구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듭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할 텐데요.
주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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