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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 재판부가 방북비용을 대납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전 부지사가 휴대전화를 바꿔줘 이 대표와 통화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가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17일과 2019년 7월 25~27일 무렵 이 전 부지사 휴대전화로 두 차례 통화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의 공동 피고인인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의 진술이 일관되고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라며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담긴 2019년 1월 17일 첫 번째 통화 당시는 쌍방울그룹과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가 경제협력 협약식을 체결한 날이다. 협약식 이후 이어진 만찬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술에 취해 “(경기도 스마트팜) 500만 달러 제 돈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고,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와 통화를 바꿔줘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 있다”고 진술한 내용이 판결문에 담겼다.

2019년 1월17일 이화영(오른쪽에서 두번째)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송명철(가운데) 북한 조선아태위 부실장, 김성태(왼쪽 두번째) 전 쌍방울그룹 회장, 안부수(왼쪽 첫번째)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만찬장에서 양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 독자
2019년 7월 25~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 국제대회 기간 김 전 회장이 경기지사 방북비용 300만 달러 중 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남공작원 리호남에거 주기로 한 100만 달러 중 70만 달러를 주고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 전화를 바꿔줘 “북한 사람들 초대해서 행사 잘 치르겠다. 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는 김 전 회장 진술이 있었다고 썼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김성태는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기도지사와 함께 방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동행 방북뿐만 아니라 쌍방울 대북사업에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등 경기도의 전폭적인 지원과 보증을 기대했다고 진술했다”며 “김성태에겐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라 경기지사 방북비용을 대납할 유인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대납 500만 달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한화 약 110억여원)를 북한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 등에게 건넨 배경에 이 전 부지사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정을 보고받아 알고 있다”는 말이 작용했다고도 썼다.

재판부는 “김성태는 이 전 부지사로부터 ‘쌍방울의 스마트팜 비용 대납 및 방북비용 대납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에 모두 보고를 했다’는 설명을 수차례 들었다”며 “이 전 부지사가 이 부분 범행에 본질적인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2019년 9월 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방북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 소속 공무원들이 의례로 지사 방북을 추진했다고도 주장했으나 “2019년 5월 이후 약 6개월간 4회에 걸쳐 명목을 달리해 계속해서 (방북 요청) 공문을 보낸 점 등 관행적이거나 형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화영(오른쪽)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부지사 재임 기간 필리핀으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여행 중 선상 낚시를 즐기고 있다. 사진 독자
또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 “300만 달러는 김성태 본인의 방북비용”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선 “김성태가 쌍방울그룹 차원 방북을 추진했다가 통일부의 반려로 무산한 적이 있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북을 위해 북한 측에 300만 달러란 거액을 지급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배척했다. “지속해서 지사의 방북을 요청한 경기도와 달리 쌍방울 내부에서 김 전 회장의 방북을 자체적으로 추진했다고 볼 정황도 충분하지 않다”고 하면서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 지위를 이용해 쌍방울 대북사업을 적극 지원해주겠다는 의사를 비치며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하고 결국 북한 조선노동당에 자금을 지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남북평화 조성을 위한 교류협력사업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징역 9년6개월에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843원 선고의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부지사 측은 판결 선고 사흘 만인 지난 10일 재판부에 항소장을 냈고, 검찰도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이재명 대표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제3자뇌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기소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선고가 열란 7일 수원지법 앞에서 이 전 부지사의 무죄를 지지하는 이들과 유죄를 주장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손성배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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