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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주장 또 터져나오지만
결국 '희망 고문'에 그칠 것

35년의 '대통령제+양당제'
적대만 부른 최악 조합 결론
정당체제·선거제도 개선이
더 시급한 과제

'연동형'으로 투표 비례성 높여
양보와 타협 제도화해야
여야, 더 이상 미룰 명분없다

22대 국회 개원을 계기로 다시 헌법 개정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주도자는 4·10 총선에서 개헌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200석)에 불과 8석 모자란 192석을 차지한 범야권이다. 여당의 몇몇 인사도 개헌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개헌 논의도 결국 ‘희망 고문’에 그칠 것이다. 같은 배를 탄 듯한 야권도 ‘원 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토지공개념과 사회권 강화까지 주장하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입장이 벌써 다르다. 총선 참패로 궁지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야당 주도의 개헌론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작다.

‘대통령 5년 단임제’ 폐기 등 헌법 개정을 하면 사회와 국가가 직면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물론 현 5년 단임제는 국가 정책의 지속성이 부족하고 대통령에게 국정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대안으로 주목받는 4년 중임제도 첫 임기가 대통령 재선을 위한 선거 전초전으로 흐르고, 두 번째 임기 때의 레임덕으로 장기적·미래 지향적 국정 기조가 상실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대통령이 연임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때 부패와 편향적 권력 행사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백 보 양보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개헌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어떤 점에서 하위의 정치제도라고 할 정당체제와 선거제도가 한국 현실에서 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한국 정치의 최대 문제는 협치 실종과 극단적 진영 정치다. 대화와 타협이라고 하는 정치의 기본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하는 데는 적대적 양당제가 자리 잡고 있다. 4년 중임제를 하더라도 현재 같은 양당제와 정치 문화에서는 상황이 나아지리라고 낙관할 수 없다. 적대적 양당제를 영구화하는 게 ‘소선거구제+단순다수대표제’이기 때문이다.

단순다수제는 선거에서 얼마의 득표를 했건 가장 많이 득표한 사람을 당선자로 선출하는 제도다. 가장 큰 문제는 사표(死票)다. 22대 총선에서 사표 비율은 41.52%였다. 지역구에서 투표한 유권자 10명 중 4명의 표가 낙선자에게 가 죽은 표가 됐다. 선거제도의 민주적 정당성을 측정하는 또 다른 지표로 비례성이 있다. 정당의 득표율이 얼마나 정확하게 의석수에 반영되는지를 나타낸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율 격차는 5.4%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역구 의석은 161석 대 90석으로 1.8배(71석) 차이 났다. 1인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1987년 체제의 산물인 현 헌법이 시행된 지 35년이 넘었다. 그 결과는 ‘대통령제+양당제’조합이 협치를 이끌어낼 유인을 조금도 제공하지 못한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거대 양당은 차기 대선을 위한 대선 캠프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다. 대권을 향한 사생결단의 대결과 혐오의 정치, 진영 정치가 체질화돼 있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래서 게임의 규칙을 적대만 양산하는 ‘2자 게임’에서 ‘3자, 4자 게임’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면 의회 다수파를 차지하기 위해 정당 간 연합이 일어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소통과 양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처럼 다당제로 가기 위한 선거제 혁신의 핵심이 투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선거의 민주성을 높이는 데도 필수적이다. 이미 21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숙의를 통해 현실성 있는 대안들을 도출했다. 결론적으로 독일식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즉 지역구 대표와 비례대표를 모두 선출하는 혼합식 선거제를 유지하면서 정당별 의석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우선 배분하는 것이다. 그렇게 배분된 각 정당의 의석수가 많으면 지역구 당선의석을 채우고 난 나머지 의석을 비례의석으로 채운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원활히 운용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원을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 참여연대는 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늘리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2 대 1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의원 특권은 줄여야 한다.

민주당은 약속을 또 뒤집고 지난 총선에서 위성 정당을 내세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꼼수’를 써 정치 불신을 심화시킨 죄과가 있다. 비례대표제 확대를 강력히 거부해온 국민의힘은 되레 개혁 거부의 희생양이 됐다. 사회적 내전 상태라는 말까지 나오는 현 상황에 조금이라도 위기의식이 있다면 정치권이 새 국회 초기부터 선거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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