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9일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하자, 정부가 이에 진료명령·휴진 신고명령 등 행정명령으로 대응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 행정명령 철회라는 퇴로를 제시한 뒤에도,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도 다시 강경책을 꺼내든 모습이다. 양측이 정치적 합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서로 권위를 앞세워 충돌하는 방향으로만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의협이 집단 휴진 계획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인 10일 개원의들에게 진료명령과 휴진 신고명령을 발령하기로 했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제1통제관)은 “수십 년간 쌓아온 국민과 의료계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정이자 국민과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단체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의협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행정명령은 과거 의·정 갈등으로 집단 휴진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정부가 폈던 강경책이다. 2020년 8~9월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벌였을 때도 정부는 행정명령 카드로 응수했다. 당시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업무개시 명령을 내렸고,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전임의 10명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까지 했다. 당시 의협은 3차에 걸쳐 개원의 집단휴진 방식의 총파업을 주도했다. 정부는 의료법 59조를 근거로 해 지자체에 휴진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진료개시명령을 발동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최대집 의협 회장 등 당시 지도부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10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제1통제관)이 의협의 집단 휴진 계획에 대해 진료명령과 휴진 신고명령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진료유지·업무개시 명령 등을 철회한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행정명령이라는 강경책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의료계가 정부의 행정명령 철회를 ‘양보’가 아닌 ‘꼼수’로 해석하면서 집단 휴진 예고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행정명령이 ‘취소’가 아니라 ‘철회’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복귀 후에 다시 단체행동을 할 경우 효력을 되살려 면허정지 처분 등을 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는 행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의료계의 요구에 선을 그으며 “복귀 전공의에게는 불이익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하지만 취소냐 철회냐를 둘러싼 논쟁은 법적으로는 크게 의미가 없는 논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의료전문 신현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행정처분을 취소하든 철회하든, 나중에 전공의들이 다시 단체행동을 해서 정부가 처벌하려고 하면 과거의 불법행위까지도 근거로 가져와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은 같다”며 “철회냐 취소냐를 두고 논쟁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행정처분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전공의들 만 명이 다 전과자가 될 수가 있는데, 그건 정치적으로나 형사 정책적인 측면에서나 옳지 않다고 본다”며 “과거에도 의·정갈등은 법적인 논리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지금 양측의 싸움은 논리싸움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싸움”이라며 “정치가 실종되면서 양측의 권위가 충돌하는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양측 다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의대 증원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의료계에 더 큰 포용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정부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의사들과 대화를 하자고 말하면서도 정부 의견이 강하게 반영될만한 구성으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고, ‘행정명령 철회’에 있어서도 돌아오면 용서해주고 아니면 처벌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내년도 의대 증원 계획 철회라는 강수만 고집하는 것을 내려두고, 일단 의료현장에 돌아와야할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금 의사들은 집단휴진이 아니라,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와 환자의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른 의료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686 [르포]호텔이야, 푸드코트야…신세계 강남점의 '넥스트 레벨'[하우스 오브 신세계①] 랭크뉴스 2024.06.14
33685 [Why] ‘바이든 맛집’ 워싱턴 베이글 가게 퇴출 위기에 몰린 이유는 랭크뉴스 2024.06.14
33684 노인학대 최대 가해자는 아들?... 3년 연속 배우자, 그중에서도 남편 랭크뉴스 2024.06.14
33683 BTS 진 허그회서 ‘기습 뽀뽀’ 시도한 팬… 분노한 아미 “성추행이다” 랭크뉴스 2024.06.14
33682 [속보] 이주호, 의대생 복귀 촉구···“동맹휴학 승인 안 돼” 랭크뉴스 2024.06.14
33681 지하철서 '꿀잠' 이준석 포착… "쇼라도 좋으니 좀 따라 해라" 랭크뉴스 2024.06.14
33680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 26%‥동해 석유 발표 '신뢰 안 한다' 60% 랭크뉴스 2024.06.14
33679 뇌전증 전문 교수들도 “의협 집단 휴진 불참” 랭크뉴스 2024.06.14
33678 석유공사 사장 "액트지오는 조언자‥최종 결정 주체는 석유공사" 랭크뉴스 2024.06.14
33677 추경호 "원구성 전면 백지화해야 협상…국민 앞 공개토론 제안" 랭크뉴스 2024.06.14
33676 ‘김여사 명품가방 의혹’ 폭로 기자 “디올백 돌려달라” 랭크뉴스 2024.06.14
33675 이재명 "쌀·한웃값 폭락하면 안보 위기…즉각 안정 조치해야" 랭크뉴스 2024.06.14
33674 '얼차려 사망' 중대장·부중대장 피의자 신분 첫 소환조사 랭크뉴스 2024.06.14
33673 “‘물다이어트’, 물중독 사망할 수도”… 보건당국 경고 랭크뉴스 2024.06.14
33672 "망치로 폰 부수고 멱살 협박"‥'마약' 오재원, 폭행도 공방 랭크뉴스 2024.06.14
33671 10년새 반토막 난 10대 헌혈자…적십자사 "저출생 영향" 랭크뉴스 2024.06.14
33670 [단독] 메신저로 개인정보 보내지 말라더니…카톡으로 “신분증 보내달라”는 경찰, 왜? 랭크뉴스 2024.06.14
33669 385만원에 팔리는 디올 가방, 원가 ‘8만원’이었다 랭크뉴스 2024.06.14
33668 연말 귀국 예고하며 떠난 김경수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 줘야" 랭크뉴스 2024.06.14
33667 3대장 코인이었는데 투자자 외면?… 올해 35% 급락한 리플 랭크뉴스 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