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과 카투사 장병이 훈련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미군에도 국군처럼 군기훈련(얼차려)이 존재하며 관련 규정 또한 두고 있다. 해당 규정은 실제 현장에서 비교적 엄격하게 작동하고 일반 병사들도 대부분 규정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주한미군과 카투사, 전문가들이 한겨레에 전한 설명이다. 실제 훈련 현장에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의 군기훈련 규정과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9일 한겨레가 미 육군의 기초군사훈련 관련 규정(TR350-6)을 확인해보니, 지휘관이 사전에 군기훈련 횟수·동작을 명시한 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팔굽혀펴기·스쿼트 등 지시할 수 있는 동작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위반 사항당 2종류 이하의 군기훈련만을 허용하며, 군 복무신조 암기 등 비신체적인 훈련으로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기훈련 시 기후 조건 및 개별 장병의 몸상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규정의 핵심이다.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복무하고 있는 주한미군 제이슨 얼빈 기술병장은 “기초군사훈련 당시 팔굽혀펴기, 플랭크 같은 군기훈련을 받았다”며 “실외에서는 온도에 따라 횟수 제한이 있거나, 아예 허용되지 않기도 했다. 저는 여름에 훈련을 받아 대부분 실내 또는 가림막 밑에서 군기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 육군 공중보건센터가 제시하는 온도에 따른 육체활동 지침표. 미 육군 공중보건센터(USAPHC) 자료

미8군 산하 카투사 교육대(KTA)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카투사들도 “완전군장을 하고 뛰는 수준의 군기훈련은 미군에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에서 카투사로 복무했던 안민태(28)씨는 “미군에는 ‘프로필(profile)'이라는 제도가 있어 육체적 한계를 넘는 군기훈련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로필은 군의관이 병사들의 몸상태를 살펴 특정 훈련에서 열외시키는 제도다. 안씨는 “어떤 훈련병이 ‘뜀걸음 프로필'을 받았다고 하면, 그 훈련병에게 뜀걸음을 시키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Camp Casey)에서 카투사로 복무했던 나윤성(22)씨도 “기초훈련 당시 군기훈련은 팔굽혀펴기 20개 정도가 전부였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군기훈련은 없었다”며 “미군은 보통 얼차려를 시킨 교관이 훈련병과 얼차려 동작을 함께 한다. 애초에 교관 자신도 못할 만큼 (군기훈련을) 시킬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미 육군 기초군사훈련 규정도 “교관이 분대 이상 단위 전체에 군기훈련을 시킬 경우, 교관도 함께 해당 동작을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훈련을 수료하고 자대에 배치된 뒤에는 군기훈련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미군과 카투사들의 말이다. 직업군인인 미군 특성상 계급 강등이나 감봉, 추가 근무 등의 제재 수단이 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나씨는 “매일같이 미군들과 함께 일했지만 얼차려 등 신체적 처벌에 대한 이야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전투부대임에도 신체적 처벌보다는 계급 강등 같은 행정적 처벌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군기훈련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적절한 수준의 규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민간인을 빠른 기간 안에 ‘군인화'시켜야 하는 군사훈련의 특성상 군기훈련은 필수적”이라면서도 “대부분 국가의 군대에는 구체적인 동작과, 일정한 체력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군기훈련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처럼 규정을 넘어서는 과도한 수준의 군기훈련을 시키거나, 규정 범위 안이라 해도 한 사람에게만 집중적으로 (군기훈련을) 시킨다면 당연히 가혹행위”라고 짚었다.

미 육군 규정이 제시하고 있는 군기훈련 가능 동작 중 티(T)팔굽혀펴기 동작. 미 육군 체력시험 교본 갈무리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2407 "한동훈, 형사소송법 공부 안 했나‥헌법 해석도 엉터리" 조국 왜? 랭크뉴스 2024.06.20
32406 中서 불법주차하고 ‘외교면책’ 주장한 APSCO 사무총장 랭크뉴스 2024.06.20
32405 ‘친윤’ 원희룡, 국힘 전대 출마…한동훈과 대립 구도 랭크뉴스 2024.06.20
32404 [단독] '한동훈 딸 논문 대필 의혹' 재수사 여부, 오늘 경찰 심의 랭크뉴스 2024.06.20
32403 박세리, 인스타에 심경 “더 단단해지는 계기”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6.20
32402 與 당권경쟁, 한동훈·나경원·원희룡 각축 구도…결선투표 주목 랭크뉴스 2024.06.20
32401 [르포]댕댕이 57마리가 한 비행기로 제주도 간다...수의사도 함께 한 특별한 비행[New & Good] 랭크뉴스 2024.06.20
32400 북러 '사실상 군사동맹' 협정문 공개… "지체없이 군사지원" 랭크뉴스 2024.06.20
32399 [금융포커스] 2위 거래소 빗썸 매각설 진실은… IPO 앞두고 터진 악재 랭크뉴스 2024.06.20
32398 윤 대통령 “경북을 수소산업 허브로 키우겠다”…영일만 횡단고속도로도 추진 랭크뉴스 2024.06.20
32397 “비상 깜빡이 켰는데”…고속도로서 후진한 여성의 최후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6.20
32396 “군수 부인이 명품백 선물 받았다” 제보…충남도, 감사 착수 랭크뉴스 2024.06.20
32395 “저… 스벅 ‘젠틀맨’ 할아버지 기억하세요?” [사연뉴스] 랭크뉴스 2024.06.20
32394 尹 "3.4조 영일만 횡단고속도 추진…경주에 3천억 원자로 산단" 랭크뉴스 2024.06.20
32393 이국종 "의료계 벌집 터졌다…의대생 늘린다고 소아과 하겠나" 랭크뉴스 2024.06.20
32392 현대건설, 반포 1‧2‧4주구 ‘공사 중단’ 소문이 돈 이유는? 랭크뉴스 2024.06.20
32391 [속보] 尹대통령 "3.4조 규모 영일만 횡단고속도로 건설 추진" 랭크뉴스 2024.06.20
32390 코스피 6% 올랐는데 빚투 개미들은 ‘곡소리’... 반대매매 급증, 왜? 랭크뉴스 2024.06.20
32389 ‘홍의 시대’ 열린다…막 오른 GS家 4세들의 승계 경쟁 랭크뉴스 2024.06.20
32388 [단독] “삭제하면 그만” 안 통한다… 다음카페 ‘초강수’ 랭크뉴스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