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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과 카투사 장병이 훈련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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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도 국군처럼 군기훈련(얼차려)이 존재하며 관련 규정 또한 두고 있다. 해당 규정은 실제 현장에서 비교적 엄격하게 작동하고 일반 병사들도 대부분 규정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주한미군과 카투사, 전문가들이 한겨레에 전한 설명이다. 실제 훈련 현장에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의 군기훈련 규정과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9일 한겨레가 미 육군의 기초군사훈련 관련 규정(TR350-6)을 확인해보니, 지휘관이 사전에 군기훈련 횟수·동작을 명시한 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팔굽혀펴기·스쿼트 등 지시할 수 있는 동작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위반 사항당 2종류 이하의 군기훈련만을 허용하며, 군 복무신조 암기 등 비신체적인 훈련으로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기훈련 시 기후 조건 및 개별 장병의 몸상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규정의 핵심이다.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복무하고 있는 주한미군 제이슨 얼빈 기술병장은 “기초군사훈련 당시 팔굽혀펴기, 플랭크 같은 군기훈련을 받았다”며 “실외에서는 온도에 따라 횟수 제한이 있거나, 아예 허용되지 않기도 했다. 저는 여름에 훈련을 받아 대부분 실내 또는 가림막 밑에서 군기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 육군 공중보건센터가 제시하는 온도에 따른 육체활동 지침표. 미 육군 공중보건센터(USAPHC) 자료

미8군 산하 카투사 교육대(KTA)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카투사들도 “완전군장을 하고 뛰는 수준의 군기훈련은 미군에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에서 카투사로 복무했던 안민태(28)씨는 “미군에는 ‘프로필(profile)'이라는 제도가 있어 육체적 한계를 넘는 군기훈련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로필은 군의관이 병사들의 몸상태를 살펴 특정 훈련에서 열외시키는 제도다. 안씨는 “어떤 훈련병이 ‘뜀걸음 프로필'을 받았다고 하면, 그 훈련병에게 뜀걸음을 시키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Camp Casey)에서 카투사로 복무했던 나윤성(22)씨도 “기초훈련 당시 군기훈련은 팔굽혀펴기 20개 정도가 전부였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군기훈련은 없었다”며 “미군은 보통 얼차려를 시킨 교관이 훈련병과 얼차려 동작을 함께 한다. 애초에 교관 자신도 못할 만큼 (군기훈련을) 시킬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미 육군 기초군사훈련 규정도 “교관이 분대 이상 단위 전체에 군기훈련을 시킬 경우, 교관도 함께 해당 동작을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훈련을 수료하고 자대에 배치된 뒤에는 군기훈련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미군과 카투사들의 말이다. 직업군인인 미군 특성상 계급 강등이나 감봉, 추가 근무 등의 제재 수단이 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나씨는 “매일같이 미군들과 함께 일했지만 얼차려 등 신체적 처벌에 대한 이야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전투부대임에도 신체적 처벌보다는 계급 강등 같은 행정적 처벌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군기훈련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적절한 수준의 규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민간인을 빠른 기간 안에 ‘군인화'시켜야 하는 군사훈련의 특성상 군기훈련은 필수적”이라면서도 “대부분 국가의 군대에는 구체적인 동작과, 일정한 체력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군기훈련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처럼 규정을 넘어서는 과도한 수준의 군기훈련을 시키거나, 규정 범위 안이라 해도 한 사람에게만 집중적으로 (군기훈련을) 시킨다면 당연히 가혹행위”라고 짚었다.

미 육군 규정이 제시하고 있는 군기훈련 가능 동작 중 티(T)팔굽혀펴기 동작. 미 육군 체력시험 교본 갈무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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