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교통공사 29년 베테랑 직원 감전사
“내 남편 아니었어도 누군가 숨졌을 것”
게티이미지뱅크

이아무개(53)씨는 서울교통공사 지축전기관리소의 29년차 베테랑이었다. 지난 8일 밤샘 당직을 위해 출근했고 아내는 늘 그랬듯 “잘 다녀와” 인사했다. 이씨는 이튿날 새벽 1시36분 서울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하다가 감전사고를 당했다. 비명을 듣고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달려갔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이씨가 함께 작업하던 동료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새벽 2시5분께 서울 은평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오전 2시40분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서울교통공사에서 일어난 첫 사망사고다.

이날 서울 강북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씨의 아내가 말했다. “한순간에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인 줄 알았다면 ‘여보 잘 다녀와’라고 하지 않았겠죠.” 아내와 세 아이 곁으로 이씨는 퇴근하지 못했다.

“사람 부족하니 안전 돌봐야 할 분이 현장 투입”

이씨는 사고 당시 배전반 내 케이블을 구분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전기설비 상구분 색상표시 정비)을 하고 있었다. 평소 해오던 일상적인 점검 작업 이외에 새로 더해진 업무로, 하루 작업은 열차가 다니지 않는 3시간 안에 이뤄져야 했다. 간부급 사원으로 주로 관리 감독을 하는 위치에 있던 이씨가 직접 작업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의 배경에 ‘인력 부족’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유족과 동료들의 설명이다. 이씨 아내는 “(남편은) 늘 인력이 부족한데 충원이 안 된다고 했다”며 “결국 이 사람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죽었겠다 싶었다”고 했다.

이씨의 한 동료는 “후배 직원 2명을 데리고 일하는데 자기가 책임자이다 보니까 솔선수범해서 위험한 일을 자처한 것 같다”며 “인원이 부족하니 현장 안전을 봐줘야 하는 관리직이 직접 현장에 투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이씨를 포함한 3명이 함께 작업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이 또한 구색만 갖춘 것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당시 1명은 다른 작업 후 뒤늦게 합류했고, 1명은 사고 발생 장소에서 정기점검 업무를 수행해 고인 혼자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며 “2인1조 작업이 지켜지기 어려운 여건이었다”고 했다.

죄책감 느끼는 동료들에게 아내는 “조심하세요”

이씨는 본인이 일하는 곳에 대해 ‘위험하다’는 말을 자주하며 동료 직원은 물론, 집에서도 잔소리처럼 ‘안전’을 강조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아내는 그런 이씨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이씨의 입사 동기는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그런 일이 또 생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죄책감을 토로하는 동료들에게 아내는 “조심하세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서울교통공사와 노조는 이날 노사 대표 긴급면담을 벌여 실태 점검과 안전 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전기실 전체의 작업을 중지하기로 했다. △직원 감축으로 인한 인력 부족 △심야 연장운행 등으로 짧아진 점검보수 시간 등 안전 매뉴얼을 지키기 어려웠던 여건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노조 쪽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각종 공사 관리에 안전조치 등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런 불상사가 발생한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681 “보고받은 적 없다”는 이재명의 주장…檢, 깰 수 있을까 랭크뉴스 2024.06.12
33680 배달 음식에 실 넣고 "환불해달라"…이 커플에 당한 업주만 50명 랭크뉴스 2024.06.12
33679 포항 영일만항 확장 기대에 2대 주주는 상한가… 최대 주주는 1%대 상승 랭크뉴스 2024.06.12
33678 김성태 도피·진술 번복·술자리 회유… 이재명 기소까지 반전 거듭한 대북송금 수사 랭크뉴스 2024.06.12
33677 '김건희 명품백' 맹탕 조사 비판에..."법이 그렇다"는 권익위 랭크뉴스 2024.06.12
33676 "의사집단 조폭 같아" 세브란스 등 '빅5' 속속 집단 휴진 동참에 중증환자단체 눈물의 호소 랭크뉴스 2024.06.12
33675 파악 못한 단층서 발생…"한반도 규모 6 이상 강진 언제든 가능" 랭크뉴스 2024.06.12
33674 ‘선진국=저성장’ 통념 바뀌나 …웰스파고 “美 잠재성장률 10년내 3%까지 높아질 것" 랭크뉴스 2024.06.12
33673 고민정 "경거망동 말라"…배현진 "예우해줄 때 입 곱게 써라" 랭크뉴스 2024.06.12
33672 이재명 "자식 잃은 부모 이기려 드는 정권, 결코 오래 못 가" 랭크뉴스 2024.06.12
33671 [단독] 경찰 이첩 때 ‘임성근 입건’ 필수정보까지 보낸 국방부 조사본부 랭크뉴스 2024.06.12
33670 용산 한강변에 랜드마크 아파트 또 생긴다…신동아, 49층 재건축 [집슐랭] 랭크뉴스 2024.06.12
33669 공사비 급등에 아파트 하자 속출…새 집서 낭패보지 않으려면? [이슈콘서트] 랭크뉴스 2024.06.12
33668 휠체어탄 루게릭 환자 "죽더라도 조폭 행동 의사에 의지 포기"(종합) 랭크뉴스 2024.06.12
33667 권익위, 김건희 명품백에 “처벌할 수 없는데 소환하면 직권남용”…대통령 신고 의무도 ‘자동 소멸’ 주장 랭크뉴스 2024.06.12
33666 덴마크 “너무 매워…버리세요” 핵불닭볶음면 리콜에 “그들은 원래…”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6.12
33665 [정치행간] 박지원 "'김건희 여사 특검법' 여당 내 반란표 8표 이상 가능성 높다" 랭크뉴스 2024.06.12
33664 [단독] 통합 AI 반도체 회사, 리벨리온이 존속법인... 기업가치도 더 커 랭크뉴스 2024.06.12
33663 “굉음 뒤 경사로 무너져”…50년 된 부산 상가 아파트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6.12
33662 꽃 한 송이 꺾었다가 절도범 된 할머니... 피해 아파트 "합의금 35만 원 내라" 랭크뉴스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