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SNS에 관련 글·영상 잇따라…전문가들 "청소년기 악영향 우려"


다이어트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권모(18)양은 닷새째 이른바 '물단식' 중이다. 물과 소금만 섭취하며 음식을 전혀 먹지 않고 있다.

163㎝인 권양은 40㎏을 목표로 1년째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권양은 "이번에는 물단식을 언제 끝낼지 모르겠지만 12일 동안 했던 게 최고 기록이라서 깨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1년 전만 해도 61㎏까지 쪘었는데 그때로 돌아가지 않고 싶어 악착같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극단적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10대 여성 청소년이 늘고 있다. 특히 권양처럼 키(㎝)에서 몸무게(㎏)를 뺀 '키빼몸' 120 이상을 목표로 물단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식하는 동안 영양분 보충을 위해 일반 물 대신 미네랄워터를 마시거나 영양제를 함께 먹기도 한다. 유명 연예인들이 물단식을 통해 짧은 기간에 체중을 감량했다는 글이 공유되면서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도 식욕을 참는 비결을 공유하면서 몸무게를 경쟁적으로 인증하는 글이나 영상들이 잇따른다. 10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물단식'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1천개 넘게 올라와 있다.

엑스(X·옛 트위터)에도 "물단식을 하는데 배고픔보다 어지러움을 참기 힘들다", "병원에서 림프샘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물단식을 멈출 수 없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 넘게까지도 물단식을 인증하는 글을 볼 수 있다.

물단식 노하우를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글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 10대 여성은 한 달 동안 물단식을 통해 운동 없이 66㎏에서 49㎏으로 감량했다며 관련 노하우를 공유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여성은 "'친구들과 밥을 먹고 들어간다'고 가족들을 속이는 등의 방법으로 음식을 피할 수 있었다"며 "몸무게를 갖고 놀리던 남동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이제는 내가 사람으로 보인다"고 썼다.

그러나 이 같은 청소년기의 극단적 다이어트는 무월경증과 골다공증, 섭식장애 등의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육체·정신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섭식장애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대 이하 여성 거식증 환자는 2018년 275명에서 2022년 1천874명으로 4년 만에 약 7배가량 늘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이 아니라 외모를 이유로 하는 청소년의 다이어트는 권장하지 않고 있다"며 "대표적 다이어트법으로 꼽히는 '간헐적 단식'도 16시간 이상은 지양하는데 청소년들이 이를 넘겨 굶을 경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우리 몸은 단백질과 지방 등 여러 영양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네랄 워터와 영양제만으로 영양 결핍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마른 신체가 SNS 등을 통해 이상적 목표가 되다 보니 극단적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며 "낮은 자존감을 지닌 청소년들이 마른 신체를 통해 성취감을 충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529 지방도 알짜 입지는 청약 흥행… 6월 분양 시장 양극화 심화 랭크뉴스 2024.06.23
33528 당심을 향한 엇갈린 속내…늘리는 야당, 줄이는 여당 랭크뉴스 2024.06.23
33527 비 그친 뒤 ‘찜통 더위’… 늦은 오후부터 ‘6월 황사 비’ 가능성 랭크뉴스 2024.06.23
33526 아파트는 전세 품귀, 非아파트는 ‘전세포비아’ 랭크뉴스 2024.06.23
33525 늙고 낡은 변두리 아파트···대학 축구부 입주로 놀라온 변화[일본 위기도시를 가다①] 랭크뉴스 2024.06.23
33524 [주간증시전망] 환율, 美 대선 토론, 마이크론 실적… 잠 못 이루겠네 랭크뉴스 2024.06.23
33523 폭염속 20개월 아이 갇혔다…방전된 테슬라 문 연 최후의 수단 랭크뉴스 2024.06.23
33522 온실가스 배출 이대로라면…2081∼2100년 서울엔 110일 폭염 랭크뉴스 2024.06.23
33521 내년 여름에 풍선 탄 ‘성층권 관광객’ 나온다 랭크뉴스 2024.06.23
33520 ‘가축도 의료공백’…수의사들은 왜 공직을 떠나나 랭크뉴스 2024.06.23
33519 20개월 아기, 방전된 테슬라 모델Y에 갇혔다가 구조 랭크뉴스 2024.06.23
33518 이스라엘 난민촌 공습에 최소 42명 사망… 하루 만에 사망자 '100명' 랭크뉴스 2024.06.23
33517 한창민 “‘민주당 2중대’ 아닌 개혁선봉대…윤석열 정부 퇴행 막아야” 랭크뉴스 2024.06.23
33516 소녀상 건립 이태리 시장 “한일 입장 병기해 비문 교체” 발언 진실공방 랭크뉴스 2024.06.23
33515 음주 혐의 벗은 김호중에 국민 공분…'술타기' 처벌 입법 시동 랭크뉴스 2024.06.23
33514 아픈 허리 굽힐 때 통증 약해진다면? 디스크 아닌 척추관협착증 랭크뉴스 2024.06.23
33513 “170㎝ 후반에 코 오뚝” 故구하라 금고 도둑 몽타주 랭크뉴스 2024.06.23
33512 여자 피겨 국대, 미성년 후배 성추행…다른 선수는 불법촬영 랭크뉴스 2024.06.23
33511 우크라 무단입국 이근, 유튜버 모욕 혐의 벌금형 랭크뉴스 2024.06.23
33510 한약재에도 ‘동명이인’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랭크뉴스 202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