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진은 30일 오전 서울 한 학원에 붙어있는 의대 입시 관련 홍보물. 연합뉴스
" 이제 연·고대는 재수·반수가 아니라 편입으로 가는 게 더 쉬운 길이라고 하더라고요. "
지난달 30일 오후 5시 신촌의 한 편입학원 앞에서 만난 대학생 김지민(3학년, 가명)씨는 이렇게 말하며 강의실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씨가 들어간 학원 안에는 강의실마다 30여명이 넘는 대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저마다 영어·국어 등의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목요일 저녁 친구들과 함께 신촌 거리를 돌아다니는 다른 20대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의대 블랙홀’로 상위권 학생들의 재도전이 늘어나며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편입생들이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편입학원 홍보 문구에는 ‘연고대 편입, 지금이 왜 기회인가’ ‘진로 열풍의 중심, 의약대 편입’ 등이 적혀 있었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이제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게 입시를 통한 것보다 편입이 훨씬 쉽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회사도 최근 편입 매출이 30% 가량 급증했다”고 했다.



‘의대 열풍’에 편입 규모도 늘어…입학 정원의 12%
신재민 기자
5일 교육통계에 따르면 2023년 4년제 대학 편입생은 3만7372명으로 입학 정원(30만6180명)대비 12.2%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편입생(3만2398명)보다 수도 5000여명 늘었고, 정원 대비 비율(10.3%)로 봐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선발 규모가 늘었다. 입시업계에선 의대 열풍으로 인해 상위권 대학 학생들의 중도탈락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고려대와 연세대의 2021년 편입생 모집 규모는 각각 108명, 195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304명, 290명으로 증가했다.

서울의 한 편입학원 홍보 게시글. 홈페이지 캡쳐

상위권 대학으로 ‘점프’하려는 편입 지원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고려대 편입 지원자는 2021년 1817명에서 2023년 2968명으로 약 1.7배 증가했다. 연세대도 같은 기간 2768명에서 3016명으로 지원자가 늘었다. 고려대 인문계열로 편입을 준비 중이라는 경기도의 한 사립대 대학생은 “반수를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현역, 재수생과 수능으로 경쟁해서 좋은 성과를 낼 자신이 없었다”며 “편입도 쉽진 않지만 수능보다는 경쟁률이 낮고, 의대 때문에 앞으로 더 모집인원이 늘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 의대 쏠림, 지방 의대 편입 늘어날 것”
신재민 기자

의대 쏠림 현상에서 비롯된 만큼, 공대·의예 계열의 편입 정원 증가 현상이 뚜렷하다. 중도탈락 등으로 빈 학생 수만큼 편입생을 더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공학계열 편입생은 9577명으로 5년 전(7246명)보다 2000명 이상 늘었다. 간호학·치의학·수의학 등 의예계열 편입생 수도 4627명으로 5년 전(3202명)보다 1200명 이상 증가했다.

지방 의대 학생들이 수도권 의대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며 ‘의학과’ 편입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의학과는 자퇴생이 거의 없는 만큼 편입 정원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았는데, 교육·입시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정원내 일반편입 의학과 편입생 모집정원은 59명으로 2019년(41명)보다 18명 늘었다. 주로 지방 의대 학생들이 자퇴하고 서울에 있는 의대로 재진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23년 편입생을 모집한 15개교 중 12개교가 지방 의대였다.

2025학년도부터 지방 의대의 정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권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서울권 의대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되고, 지방 의대 이탈 현상은 더 강화될 것”이라며 “지방 의대뿐 아니라 약대, SKY 이공계, 카이스트 등 연쇄적으로 이탈 현상이 일어나며 편입 규모와 편입 관련 입시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2549 의협 휴진 예고한 18일 ‘휴진 신고’ 병·의원 1463곳, 전체 4% 불과 랭크뉴스 2024.06.14
32548 출석땐 언론을 '애완견'이라 한 이재명... 재판선 檢 공소장 변경 직격 랭크뉴스 2024.06.14
32547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랭크뉴스 2024.06.14
32546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막바지…이르면 9월 선고 가능성 랭크뉴스 2024.06.14
32545 '제4 이통사' 8번째 무산…부실검증에 예견된 실패 랭크뉴스 2024.06.14
32544 독자 움직임 보인 서울의대 비대위 “의협과 뜻 비슷하지만 차이 있어” 랭크뉴스 2024.06.14
32543 오동운, 김여사 소환에 "필요하면 할 수 있어…수사권 확대돼야"(종합) 랭크뉴스 2024.06.14
32542 투르크 국견, 용산 잔디밭서 뛰놀다 尹대통령 관저로 랭크뉴스 2024.06.14
32541 KTX, 실크로드 달린다… 우즈벡에 2700억 규모 수출 계약 랭크뉴스 2024.06.14
32540 1월 자살 사망자 전년보다 33.8% 증가…“유명인 자살 영향” 랭크뉴스 2024.06.14
32539 국힘 “원 구성 백지화·공개토론” 제안…민주 “현실성 없다” 거부 랭크뉴스 2024.06.14
32538 집단 휴진, 분만·응급실 등 제외…환자·병원노조 “휴진 철회해야” 랭크뉴스 2024.06.14
32537 ‘만취 뺑소니’ 롤스로이스男, 정체는 범서방파 두목 랭크뉴스 2024.06.14
32536 내성천 찾은 대대장‥"져야 할 책임은 모두 지겠다" 랭크뉴스 2024.06.14
32535 진료 쉰다는 전국 병의원 "4%" 대규모 파업 진행될까 랭크뉴스 2024.06.14
32534 380만원 넘는 디올백, 원가는 8만원… ‘노동 착취’ 실태 드러나 랭크뉴스 2024.06.14
32533 "이시원 나와라" 특검법 공세‥"수사가 먼저" 경찰·공수처 재촉 랭크뉴스 2024.06.14
32532 "압도적 지지 있었다"던 의협…18일 휴진 신고 병원은 4%뿐 랭크뉴스 2024.06.14
32531 “큰 지진 오는 것 아냐?” 경포 해변 ‘죽은 멸치 떼’ 랭크뉴스 2024.06.14
32530 "싸워서 찔렀다" 흉기로 여친 죽인 20대…교제 살인 사건 전말 랭크뉴스 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