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년 타계 리타 할머니, 의사소통 문제로 부당하게 인권 침해
유엔 "토착어 사용자, 사법 접근성 떨어져…통역사 양성 시급"


다큐멘터리 '별들과 산들의 여자' 포스터와 제작자 정보
[유네스코 멕시코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과거 미국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는 이유 등으로 정신병원에 10년 넘게 입원해야 했던 멕시코 원주민 사건이 최근 현지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9일(현지시간) 유엔과 BBC 문도(스페인어판) 등에 따르면 지난 4∼5월 멕시코에서 '무키 소팔리릴리 알리구에 가위치 니루가메'('별들과 산들의 여자'라는 뜻의 라라무리 원주민 어)가 상영됐다.

산티아고 에스테이노우 감독의 연출작인 이 작품은 리타 마티뇨 킨테로(1930∼2018)의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라라무리(타라우마라) 원주민이었던 마티뇨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며, 약초 사용에 능숙하고, 많은 양을 치던 여성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는 미국과의 국경 보안이 비교적 느슨했던 1983년에 길을 잃고 헤매다 강과 계곡, 산을 건너 미국 중부 캔자스주에까지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러운 옷을 입고 다리에 상처투성이였던 마티뇨는 교회에서 날달걀을 먹다 목회자에 의해 적발됐고, 일부 경찰관을 상대로 물리력을 행사하다 구금됐다.

에스테이노우 감독은 BBC문도에 "당시 마티뇨는 스페인어를 거의 하지 못했고 원주민 언어를 썼는데, 제대로 된 통역이 되지 않아 현지 경찰관과의 의사소통에 실패했다"며 "경찰관들은 마티뇨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마티뇨에 대해 우스꽝스러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모와 행동, 말투 등에 근거해" 현지에서 조현병 환자로 간주된 마티뇨는 12년간 정신병원에 사실상 갇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1994년 캔자스주 인권센터에서 5년 이상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를 검토하면서, 병원 입소 12년 만인 1995년에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곧바로 변호사단체 지원을 받아 병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마티뇨는, 변호인단이 원했던 배상액보다 훨씬 적은 액수(9만 달러)에 합의하게 됐다고 BBC 문도는 덧붙였다.

유엔은 "원주민 언어 사용자는 사법 접근성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크게 동떨어져 있다"며 "인권 보장을 위해선 법률 통역사 양성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7천여개의 언어 중 40%는 수십 년 안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언어가 사멸되는 게 아니라 대대로 이어져 오던 문화적·지적 유산이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4천여개의 원주민어·토착어의 경우엔 대부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구전에 의존하고 있어서 특히 취약하다고 유네스코는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2558 한동훈에 맞서 원희룡 등판... 나경원 윤상현 가세해 '결선 투표' 갈까? 랭크뉴스 2024.06.20
32557 [속보] 대통령실 "북러 조약 엄중 우려... 우크라에 무기 지원 재검토" 랭크뉴스 2024.06.20
32556 "날씨가 너무 더워서"...신라스테이 해운대, 야외 수영장 조기 개장 랭크뉴스 2024.06.20
32555 남현희, 서울시펜싱협회서 ‘제명’…지도자 자격 박탈 전망 랭크뉴스 2024.06.20
32554 [단독] “한 알에 500원씩”… 19금 ‘뼈말라약’ 불법판매 횡행 랭크뉴스 2024.06.20
32553 [단독] ‘물리력 10분의 1’…경찰, 내년 저위험권총 1만1500정 도입 랭크뉴스 2024.06.20
32552 "중대장, 연락도 없더니 이제야? 이런 사과는 2차 가해" 분노 랭크뉴스 2024.06.20
32551 걸그룹에 "AV 배우 데뷔해주세요"…선 넘은 '노빠꾸 탁재훈' 랭크뉴스 2024.06.20
32550 "에어컨 더 세게" vs "추워 죽겠어요"…지하철 '온도 전쟁' 피하는 '꿀팁'은 바로 랭크뉴스 2024.06.20
32549 "똘똘한 한채 잡아라"…마용성 2억씩 뛰고 과천 신고가 속출 랭크뉴스 2024.06.20
32548 “김건희 논문 검증” 약속 교수, 숙명여대 새 총장 됐다 랭크뉴스 2024.06.20
32547 美 경제까지 뒤흔드는 기록적 폭염…”열돔 몇주간 지속될 수도” 랭크뉴스 2024.06.20
32546 이주호 “의대 2026학년도 정원, 과학적인 안 제시되면 논의 가능” 랭크뉴스 2024.06.20
32545 “기피하는 응급의학과서 속죄” 불법 촬영 의대생의 ‘황당’ 진술 랭크뉴스 2024.06.20
32544 ‘화장지 좀 아껴쓰세요’까지 등장…재계에 ‘자린고비’ 열풍 랭크뉴스 2024.06.20
32543 낮 가장 긴 '하지'…한풀 누그러진 더위 이어져(종합) 랭크뉴스 2024.06.20
32542 의협 회장·전공의 대표 빠진 범의료계 조직…국면전환 가능할까 랭크뉴스 2024.06.20
32541 [단독] ‘수사 언급 안됨’ 국방부 회의 때 대통령실 전화 쏟아졌다 랭크뉴스 2024.06.20
32540 전제 달았지만 "금품수수 된다", 권익위가 이런 답변을‥ 랭크뉴스 2024.06.20
32539 尹, 경북 포항 등 8곳 ‘기회발전특구’ 지정... “창업시 5년간 법인세 전액 면제” 랭크뉴스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