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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4일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
자금 사정 악화한 물적분할 기업 최대주주들 지분 매각 나설 듯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물적 분할(쪼개기 상장) 종목 투자자들 사이에서 블록딜(Block Deal·시간 외 대량 매매) 경계령이 내려지고 있다. 내달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선제적 블록딜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애초에 물적 분할을 한 기업은 투자금이 모자라서 욕먹는 것을 감수하고 물적 분할을 선택한 상황이었다. 또 물적 분할 기업은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만들어 떼내 기업공개(IPO)하는 것이다 보니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다. 여러모로 블록딜을 진행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통상 블록딜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진다.

조선DB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지난달 30일 한때 32만8000원까지 추락했다. 작년 7월 60만원을 웃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는 갈 길이 멀다. LG에너지솔루션 약세의 주된 배경은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기대감 약화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블록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 제도가 시행되는 다음 달 24일 전에 모기업인 LG화학이 블록딜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하고 있다. 한 LG에너지솔루션 소액주주는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 “LG화학의 유동성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블록딜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록딜 사전공시 의무 제도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임원이나 지분율 10% 이상인 주요 주주가 발행 주식 수 1% 이상을 거래할 때 가격·수량·기간을 블록딜 90일 이전부터 최소 30일 전까지 공시해야 하는 제도다. 주요 주주의 갑작스러운 블록딜로 소액주주가 피해보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사전 공시 의무를 위반한 기업은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제도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제적 블록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물적분할로 상장한 기업에서도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HD한국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 지분 3%를 처분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19년 HD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물적 분할로 떨어져 나왔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지분을 78.02% 보유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에코프로머티 지분 2046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일주일 후에는 하이브가 블록딜로 에스엠 지분 684억원어치를 처분했다. 블록딜과 함께 HD현대중공업·에코프로머티·SM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달 28일엔 스톤브릿지캐피탈이 DS단석 주식 23만4529주(4%)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사전 공시 의무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의 공시 시점과 실제 블록딜 사이에 30~90일의 시차가 발생한다. 주요 주주의 지분 처분 이슈인 만큼 공시 기간에는 해당 기업 주가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공시 기간에 주가가 추락하면 주요 주주로선 손에 쥘 수 있는 주식 매각 대금이 줄어든다”며 “기업이 공시 의무화 전에 블록딜을 서두르는 이유”라고 했다.

일러스트=이은현

상황이 이렇다 보니 LG에너지솔루션처럼 물적 분할을 통해 상장한 종목 투자자의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 분할 등을 통한 신규 상장 종목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매우 높고, IPO 자체가 자금 조달 목적이 강하다”며 “당분간 관련 종목들의 보유 지분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블록딜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LG화학이 홍콩과 싱가포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을 타진했다는 소문이 돈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최대주주 지분율 67.8%), SK바이오팜(64.0%), SK아이이테크놀로지(61.2%) 등 SK그룹 계열사들도 물적 분할을 통해 설립된 사례다. 카카오도 여러 차례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했고, 계열사들을 이미 상장했거나 상장 검토 중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물적 분할 기업은 아니지만, 지난 2015년 디아이피홀딩스를 통해 100% 자회사로 설립한 후 여러 차례 두산이 자금을 공급한 케이스다.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68.2%다.

☞물적 분할

물적 분할이란 기존 회사를 분할하고자 할 때 기존 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를 신설하는 형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A회사를 분할해 B회사를 신설했을 때, B회사의 지분을 A회사가 전부 보유한 형태로 회사가 분할된 것이 물적 분할이다.

반면 인적 분할은 회사를 분할한 후 신설 법인의 주식을 기존(분할)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 것이다. A라는 투자자가 B회사 지분을 10% 갖고 있을 때, B회사가 B회사와 C회사로 나눠지면 A투자자는 B회사와 C회사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게 된다.

☞블록딜(Block Deal)

주요 주주가 시간·가격·물량 등을 미리 정한 뒤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블록딜은 장 시작 전후에 시간 외 매매로 이뤄진다. 주식이 장중에 대량으로 풀리면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클 수 있어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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