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석유공사 국내광구 탐사개발 예산 700억 원
자원개발 특별융자 예산은 400억 원 배정
정부 다섯 번 시추에 '5,000억 원' 소요 예상
"정부 관련 예상 항목 증액 나설 수밖에..."
야당 반대에 국회 예산 심의 통과 미지수
해외서도 "지금은 꿈" 투자 유치 쉽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쓸 수 있는 국내 광구 탐사개발 1년 치 예산이 포항 영일만 시추 예상 비용 약 5,000억 원의 20%인 1,0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가 자원개발을 이유로 석유공사에 지원할 특별 융자까지 합해도 겨우 한 번 구멍을 뚫을 정도인 1,100억 원밖에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관련 예산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석유 매장 가능성, 경제성 등에 강한 의문을 품고 있는 야당이 버틴 국회 심의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금융계 및 정유업계에서도 회의적 시선이 지배적이라 외부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공사, 국내 광구 탐사개발 예산 '698억 원'뿐

그래픽=김대훈 기자


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올해 사용할 수 있는 국내외 유전개발 예산은 총 2조3,907억 원
이지만
'국내 광구 탐사 및 개발'에 배정된 예산은 698억 원뿐
이다. 국내외 유전개발용 예산의 약 3% 수준이다. 나머지 2조3,000억 원가량은 해외 광구 탐사 및 생산, 광구 관리비, 해외 광구 영업외 비용 등에 배정돼 있다.

정부는 석유공사를 통해 포항 영일만 인근 7개 광구에 최소 5회의 시추를 통해 석유, 가스 등이 묻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인데 시추 1회당 비용으로 1,0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석유공사에 배정된 국내 광구 탐사 및 개발 1년 예산으로는 시추 한 번도 해낼 수 없는 상황
인 것이다.

특별 융자 예산도 400억 원 수준...다른 기관이 빌려 쓰면 더 줄어

한국석유공사 동해 가스전 모습. 지난해 가동을 멈춘 뒤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소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정부는 결국 석유공사에 추가로 돈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하고 있다. 지원 방식으로는 '자원개발 특별융자'가 거론된다. 이는 15년에 걸쳐 국내외 자원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빌려주는 제도다. 문제는 융자 예산 규모가 398억 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 예산을 모두 석유공사에 빌려줘도 석유공사가 기존 국내 광구 탐사 및 개발 예산과 합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1,100억 원 정도
다. 모든 예산을 다 끌어와도 시추를 한 번밖에 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마저도 자원개발 특별융자 예산을 모두 석유공사에서 쓴다는 가정이 있을 때다. 자원개발 특별융자는 해저광물자원개발 사업자로 허가를 받았거나 해외자원개발 사업 계획을 산업부에 신고하는 등 조건을 갖추면 누구나 융자를 신청할 수 있다. 만약 석유공사 외 기업이나 기관이 융자를 신청해 예산을 쓰면 석유공사가 가져갈 수 있는 돈은 398억 원보다 적어져 '1회 시추 비용'도 손에 쥐기 힘들어질 수 있다.

정부 예산 증액 시도 관측...국회 문턱 넘을 수 있나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관가에서는
정부가 석유공사에 배정하는 예산과 자원개발 특별융자 예산을 늘리려고 할 것이라는 예상
이 나온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럴 때 정부가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기존 예산 항목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라며 "석유 매장 가능성을 검토한 액트지오(Act-Geo) 고문을 한국에 불러들인 것도 앞으로 예산을 늘리기 위한 대국민 설득 작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실제 관련 예산을 늘리려 해도 자신할 순 없다. 예산 증액은 국회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회 의석수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들은 석유 매장 가능성, 경제성에 의문을 품는 한편 국회 상임위원회가 꾸려지는 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 내용을 국회 차원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해외마저 회의적...S&P "지금 단계는 희망과 꿈일 뿐"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수석위원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석유 및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국내외 투자 유치도 낙관할 수 없다. 해외 유수 금융 기관과 정유업계에서도 포항 영일만 석유 매장 가능성이나 경제성을 낮게 보고 있어서다. 실제 3대 글로벌 신용 평가사 중 하나인 S&P는 한국의 유전 발견 가능성을 두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깎아 내렸다. S&P는 글로벌 정유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엄격한 테스트와 막대한 재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생산을 실현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S&P는 또한 유럽 에너지 자원 트레이딩 기업 관계자 의견을 인용해 "지금 단계에서는 희망과 꿈일 뿐이다. 한국과 같은 미개발 지역에서는 성공률이 매우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562 꽃 한송이 꺾어 檢송치된 치매 할머니…"합의금 35만원 달라더라" 랭크뉴스 2024.06.12
33561 [속보]경찰, 김순호 ‘프락치 자료’ 유출 혐의로 추모연대 압수수색 랭크뉴스 2024.06.12
33560 "다음은 메타인가?" 주식분할 기대감에 '들썩' 랭크뉴스 2024.06.12
33559 비상 1단계 가동…이시각 중대본 랭크뉴스 2024.06.12
33558 "카톡 먹통 트라우마로 절치부심"…카카오가 공개한 첫 데이터센터 가보니 랭크뉴스 2024.06.12
33557 유승민 “졸렬한 임성근…대통령은 왜 저런 자를 감싸나” 랭크뉴스 2024.06.12
33556 세브란스병원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진료 전면 중단 랭크뉴스 2024.06.12
33555 "주짓수 국대 될래" 사고에 쓰러진 17세…생명 살리고 떠났다 랭크뉴스 2024.06.12
33554 “일보는 동안 아이 1시간만 맡아줬으면…” ‘시간제 어린이집’ 생긴다 랭크뉴스 2024.06.12
33553 직장인 76% "관리자라도 사내 메신저 열람 안돼" 랭크뉴스 2024.06.12
33552 “고 채수근 엄마입니다, 또 장마철이 다가옵니다” [편지 전문] 랭크뉴스 2024.06.12
33551 "부대원 식사" 도시락 480개 주문하고…'노쇼'한 대령 정체 랭크뉴스 2024.06.12
33550 부안에 규모 4.8 지진…이 시각 현장 랭크뉴스 2024.06.12
33549 '영탁 막걸리' 이름 못 쓴다‥가수 영탁 상표권분쟁 승소 확정 랭크뉴스 2024.06.12
33548 미국 강사 4명 습격한 중국인 검거…중 정부 “1차 판단은 우발적” 랭크뉴스 2024.06.12
33547 이자 못 갚는 ‘좀비기업’ 40.1%…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랭크뉴스 2024.06.12
33546 “군인은 국가 필요시 죽어주도록 훈련”···천하람 “정신 나가” 격앙 랭크뉴스 2024.06.12
33545 "출근길 폭음 소리" 부안 발칵 소들도 '벌떡' CCTV 봤더니 랭크뉴스 2024.06.12
33544 [법조 인사이드] 김성태가 전한 北 인사 발언, 법원이 증거로 채택한 이유는 랭크뉴스 2024.06.12
33543 검찰, 이재명 ‘쌍방울 대북송금’ 기소…제3자 뇌물 혐의 랭크뉴스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