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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9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 인근에 대북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파주=뉴시스


북한이 8일 밤 세 번째 '오물 풍선'을 날리자 정부가 예고한 대로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틀었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달리,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를 행동으로 옮긴 정부 차원의 첫 대응이다. 과거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도를 넘을 경우 '전가의 보도'처럼 확성기를 꺼냈다. 대북 심리전 효과가 상당하고, 북한이 그만큼 꺼려한다는 의미다.

합동참모본부는 대북 방송을 재개하면서도 시간과 장소, 개수, 확성기 종류(이동식과 고정식)에 대해서는 "군사작전이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방송내용에 대해서는 "자유의 소리 라디오 방송(FM 107.3㎒)을 재송출한다"고 전했다.

앞서 2015년 8월 북한은 목함지뢰 도발에 맞서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반발하며 조준사격에 나섰다. 위치는 경기 연천군 28사단 지역이었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로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할 당시 최전방지역 24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었다.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효과를 극대화하고, 방어가 용이한 지점을 고려해 배치했다. 트럭에 확성기를 싣고 움직이며 기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동식 장비도 16대를 운영했다. 따라서 현재 우리 군이 확보한 확성기는 최소 40개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군은 이날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에 따라 창고에 보관하던 고정식 확성기와 인근 부대에 배치된 이동식 장비들을 순차적으로 실전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주 실전 도상훈련까지 마쳤다. 2018년 확성기 철거 이후 처음이다.

이에 합참은 "대북방송 시행 상황을 대비해 전방지역에서 실제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자유의 메아리'로 명명한 이번 훈련에 대해 합참은 "북한의 실상과 대한민국의 발전상, K문화 등을 북한군과 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우리 군이 보유한 전 장비를 일제 점검하고 실제 상황을 가정해 배치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훈련 결과 우리 군은 필요시 수시간 안에 즉각 임무수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대북 확성기는 북한에 상당히 위협적이다. 고출력 스피커 여러 대가 한꺼번에 내보내는 소리는 장비와 시간대에 따라 청취 거리가 최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임영웅을 비롯한 한국 가수의 인기가 높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북한 당국은 접경지역의 젊은 북한군 병사들이 대북방송에 노출될 경우 경계태세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2017년 6월 중부전선 MDL을 넘어온 북한군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 귀순 결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직후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견디지 못하며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고, 남북은 무박 4일간 43시간의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북한은 유감을 표명하고 준전시상태를 해제하는 한편 우리 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전례도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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