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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연합뉴스
지하철역 작업자 사망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서울메트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공사 직원 A(53)씨는 9일 오전 1시40분쯤 서울 3호선 연신내역 지하 1층 전기실에서 작업 도중 감전 사고로 사망했다.

A씨는 후배 직원 2명과 함께 현장에 나가 전기실 내 진공차단기(VCB) 패널 단전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압 케이블에 표시 스티커를 부착하는 일이었다. A씨는 지하철 운행 특성상 평소에도 운행이 모두 끝난 뒤 심야에 본격적인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한다. 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들은 사고가 나자 119 구급대에 신고한 뒤 A씨를 구조하기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A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날 오전 2시 40분 숨졌다.

A씨는 1995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해 전기설비 업무를 맡아 온 29년차 베테랑이다. 이날 오후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 강북구의 빈소를 찾은 동료들은 A씨에 대해 “성실하고 업무에 충실한 동료”였다고 입을 모았다. 동료 B씨는 “(A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전기 분야를 전공해 온 베테랑”이라며 “사고 전날 저녁에도 카카오톡으로 안부인사를 나눴는데 이런 사고가 났다니 믿기지가 않는다”고 황망해 했다. 또 “입사 30주년을 앞두고 작년 12월 동료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올 정도로 30년간 희노애락을 함께 한 좋은 친구를 잃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가정에선 초등학생인 늦둥이 포함 세 자녀를 둔 가정에 충실한 가장이었다. A씨 아내는 빈소를 찾은 남편의 동료들에게 “(사고 당일) 출근하는데 얼굴도 못 보고 잘 갔다오라는 인사도 못했다”며 오열했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현장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했고 국토교통부도 초기대응팀을 급파해 정확한 사건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서울 은평경찰서에서도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와 함께 책임자 등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오는 10일엔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부검도 실시할 예정이다. 평소와 달리 케이블 단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며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경위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교통공사 측은 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 직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 지원도 검토 중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지하철 작업자 사망사고는 과거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9월엔 20대 작업자가 공덕역에서 환풍구 관련 작업 도중 9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2017년 12월엔 온수역에서 배수로 칸막이 작업을 하던 30대 남성이, 같은 해 6월엔 1호선 노량진역 선로보수 작업 중이던 50대 남성이 각각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2016년 5월엔 김모(19)군이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보수작업 중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공사가 지난 4월 발간한 ‘2023 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철도안전 관련 직원(자회사·하청업체 직원 포함) 사상사고는 총 11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지하철에 탑승하거나 지하철역을 이용한 이들 안전사고는 2019년 1건이었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지난달 28일 구의역 사고 8주기 추모행사에서 “지하철 안전설비는 늘어나고 있는데 구조조정으로 인해 안전 인력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산업안전을 위해선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 안전 기준과 수칙을 정교하게 다듬고 이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데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사후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안전 관련 예산은 늘어났을지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이 소홀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며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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