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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5월 1일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 소초 장병들이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설치된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이 또 ‘오물 풍선’을 살포하자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여만에 다시 실시했다. 정부는 단계적 행동 방침을 정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에 따라 대응의 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는데, 대북 심리전 전면 실시나 군사 훈련 및 한·미 연합 방위력 강화 등 모든 선택지를 행동 계획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자주 써온 ‘살라미 전술’을 되갚아주는 식이 될 수 있다.

함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이번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경고한 바와 같이 오늘 오후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며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일단 이날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방송을 이어갈 것인지는 추후 북한의 도발 여부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북한의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성기 방송 실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게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면서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대북 확성기 재개를 결정했는데, 직후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자 9·19 남북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면서도 실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한국 민간 단체가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자, 북한은 또 오물 풍선을 띄우기 시작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8일 밤 11시부터 9일 오전까지 폐지, 비닐 등의 오물이 담긴 풍선 330여 개를 내려보냈다. 지난달 28~29일 1차 살포(260여개), 이달 1~2일 2차 살포(720여개)에 이어 세 번째다. 다만 이번 3차 살포분 가운데 서울 잠실대교, 경기 북부 지역 등에 낙하한 물량은 약 80여개로, 대다수는 북측 지역이나 동해에 떨어졌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확성기 재개 결정 이후 최전방 일부 지역에선 설치·방송 시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설치된 확성기는 고정형으로, 10일까지 설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전후로 대북 유화 조치로 철거된 고정형 확성기는 총 24개였다. 2.5t 군용 트럭에 실어 운용하는 이동형(기동형) 확성기도 16대 있다. 고정형보다 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동형 확성기도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군은 지난주 전방 지역에서 대북 방송 재개를 위한 실전 훈련을 진행했다고도 공개했다. 합참은 “최근 확성기 이동과 설치, 운용 절차 숙달 등 일명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시행했다"면서 “2018년 이후 실제 훈련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훈련 명칭은 북한의 실상과 한국의 발전상, 케이팝(K-pop) 등을 북한군과 주민들에게 알린다는 차원에서 붙였다. 군이 보유한 전 장비를 일제 점검해 배치하는 절차까지 숙달했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필요시 수 시간 내 즉각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방송 내용은 국군심리전단이 제작하는 ‘자유의 소리’ FM 라디오가 될 것이라고 합참 밝혔다. 과거 자유의 소리 방송에는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등이 다수 포함됐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다만 합참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시작 시간, 구체적인 송출 지점 등은 상세히 밝히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할 때 북한으로서는 훨씬 더 공포감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비례적 대응을 원칙으로 단계적으로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으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이나 수순을 공개하지 않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어떤 도발에 어떤 행동으로 대응할지 미리 예고하지 않는 모호성을 유지, 북한에 전술적 혼란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8~9일 남측을 향해 오물풍선 330여점을 또다시 부양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9일 밝혔다. 이날 서울 잠실대교 인근 한강에 오물 풍선이 안착한 모습. 북한이 오물 풍선을 무더기 투척한 건 지난달 28일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사진 합참
‘확성기 카드’ 사용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추가 방송 여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렸다고 단서를 단 것 역시 이런 단계적·비례적 대응 방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또 오물 풍선이나 다른 도발로 응수할 경우 방송 시간을 늘리거나 고정형 확성기를 전방 24곳에 모두 설치하는 등 정부 대응 수위도 높일 전망이다. 필요하면 이동형 확성기까지 투입해 ‘풀 가동’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전방 지역 시각물 게시, 군 차원의 대북 전단 살포 등 다양한 심리전 수단도 가동될 수 있다.

이외에도 9·19 남북 군사합의의 전부 효력을 정지시킨 만큼 족쇄가 풀린 다양한 군사 훈련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최전방의 지상 포병사격과 연대급 기동훈련, 연평·백령도 등 북방한계선(NLL) 인근 서북도서에서 포병사격 훈련을 이달부터 순차 재개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날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하고 전군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NSC 직후 긴급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었다. 신 장관은 대북 방송 시행에 따른 지휘관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면서 “이를 빌미로 북한이 직접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NLL 해역 등에서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직접적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야당은 비판에 나섰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남북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국지전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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