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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고위 임원, 현지 회의서
"3·5나노 칩 자체 확보 어려워"
中 다국 65조 투자금 발표했으나
EUV·고급 장비 기술 내재화 쉽지 않아
CXMT 등 규제 피해 첨단 칩 개발 지속
화웨이의 칩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AP. 사진제공=화웨이

[서울경제]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반도체 굴기'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중국 반도체 업계 내에서 나왔다. 미국이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최첨단 기술을 쫓기 보다는 생태계 확장 여력이 있는 레거시(범용) 반도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중국 업체들의 속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대표하는 장핑안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모바일 컴퓨틸리티 네트워크 회의'에서 "대만 TSMC는 3·5나노(㎚·10억 분의 1m) 반도체 공급 비율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 이 제품들을 확보할 길이 없다"면서 "7나노 문제를 해결한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미국의) 제재로 첨단 제조 장비를 도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공정개발 이외에도 7나노 반도체를 잘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칩 선봉’ 화웨이 CEO가 한계 지적=
업계가 장 CEO의 발언에 깜짝 놀란 이유는 지금까지 알려졌던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자신감과는 정반대의 방향 탓이다.

중국 정부는 5월 역대 최대 규모인 475억달러(약 65조 6000억원)의 3차 반도체 기금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 속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가능성을 믿고 반도체 굴기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화웨이는 이러한 중 정부의 방향에 맞춰 반도체 ‘첨병’ 역할을 자처해 왔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 극자외선(EUV) 기술 없이 만든 7나노 칩을 양산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일각에선 화웨이가 현지 파운드리 SMIC와 함께 5나노 칩 양산 준비까지 마쳤고 칩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화웨이의 최고위층 임원의 이번 발언으로 현지 칩 생태계가 거대한 투자 규와 루머에 비해 설익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중국 EUV 노광·고급 식각 구현?…"수십년 더 걸려"=
중국 반도체 업계는 미국 등 주요국 회사들이 만드는 장비 없이는 가시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장 CEO가 언급했듯이 3·5나노용 반도체를 양산하려면 EUV 노광기가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웨이는 EUV 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네덜란드의 특허를 피하면서 노광기를 내재화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현지 메모리 업계도 문제가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장비 회사들이 중국 업체에 128단 낸드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 램리서치 등의 장비를 적기에 구하지 못해 YMTC 등 낸드 업체의 투자에도 차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XMT 등 기술 개발 속도…방심할 수 없어=
업계에서는 장 CEO의 발언이 중국 반도체 업계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현지의 ‘반도체 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한다.

예컨대 중국을 대표하는 D램 회사인 CXMT는 미국의 18나노 이하 D램 장비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 18.5나노 D램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지에서 미국 장비용 부품을 우회해서 구입할 수 있는 ‘그레이 마켓’까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장 CEO의 발언에는 최첨단 칩에서 한계가 온 만큼 레거시 시장 장악에 힘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깔려 있다. 이미 중국은 SMIC와 화홍 반도체를 필두로 레거시 파운드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점유율이 2023년 29%에서 2027년에는 33%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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