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 중구 연안부두 앞바다에 오물 풍선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오물 풍선 재살포에 나선 가운데 향후 이를 생화학 무기로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신승기 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박사는 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유사 시 미사일을 쏠 수 있지만 (오물) 풍선을 무기로 이용한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 “오물 풍선에 생화학 물질을 넣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이 경우 (한국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화학 작용제는 서울시 면적의 4배인 2,500㎢를 오염시킬 수 있는 5000t 규모로 추정된다.
북한이 실제로 생화학 물질을 오물 풍선에 넣어 띄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 박사는 “북한이 오물 풍선에 생화학 물질을 넣는다면 도발을 넘어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것”이라면서 “북한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풍선은 살포할 지역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낮다. 생화학 무기로 쓴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 곳곳에서 오물 풍선과 쓰레기들이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경기 고양시 화전동과 창릉천 인근, 경기 파주시 금촌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에서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 서울시의 경우 이날 오전 5시 30분 기준 노원구와 동대문구, 서대문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 다양한 자치구에서 1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합동참모본부는 떨어진 오물 풍선을 발견하면 만지거나 가까이 가지 말고 군이나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북한은 탈북민 단체 ‘겨레얼통일연대’가 지난 7일 인천 강화군에서 대북 전단 20만장을 날려보낸 데 따른 보복으로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를 비롯한 도발에 나설 경우 대북 확성기를 전면적으로 재가동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