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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보약 등으로 꾀고, 진료 차트 등 조작 일당 검거
전신 마비 아닌데, 가족 모두 거짓말했다 경찰에 덜미
적발한 금액만 1조원 ‘훌쩍’···범행은 지능·조직화추세
보험금=눈먼 돈 그릇 인식에 보상심리·사행성 등 작용
기소 증가에도 3년 이상 징역은 전체의 단 6%에 그쳐
양형기준도 11년째 제자리···다양화한 사기 추세 따라
양형위원회 보험사기 등 양형 기준 신설하려는 움직임
[서울경제]

#경기 군포경찰서는 최근 경기도 안산시 소재 A한방병원 이사 B씨와 원무부장 C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정상 진료가 어려운 60~80세 의사를 고용하고, 진료 기록·영수증 등을 거짓으로 작성해 30억원가량의 보험비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B씨와 병원 영업이사 D씨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명의를 빌리는 등 이른바 ‘영업’을, C씨는 각종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는 구조했다. 이들은 고용한 의사들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료비를 부풀리거나 실제 진료를 받지 않은 이들까지 보험 청구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각종 서류를 조작했다. 특히 ‘보험금의 3분의 1을 지급한다’거나 ‘보약을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말로 주변 사람들을 꾀었다. 이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공범으로 가담한 환자만도 680여명에 이를 정도다.

#아버지와 누나 등과 짜고 전신 마비인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받아내려 한 이른바 ‘가족 사기단’이 지난해 경찰에 포착됐다. 경찰에 따르면 E씨는 대장 수술 도중 오른팔 부위에서 발생한 의료 사고로 병원으로부터 3억원의 합의금을 받았다. 이후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전신 마비인 양 진단서를 꾸몄다. 아버지, 누나 등도 거짓말로 보험사기에 뛰어들었으나 E씨가 멀쩡히 걷는 모습을 본 보험사 직원이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꼬리가 밟혔다. 경찰은 폐쇄(CC)TV를 통해 그가 걷거나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E씨를 검거했다.



지난해 적발 금액이 1조원을 훌쩍 넘기는 등 보험사기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보험금=눈먼 돈’이라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보험사기 행각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164억원으로 2019년(8809억원)보다 27%가량 급증했다. 보험사기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인원도 같은 기간 9만 2538명에서 10만 9522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보험금은 눈먼 돈’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매월 보험금을 납부해도 사고가 없이는 받지 못한다는 데 따른 일종의 보상 심리와 ‘한 방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행심이 맞물리면서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폭행·강도 등 범죄와 달리 보험사기에 대해 다소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죄’라는 인식이 크지 않아 보험사기가 급증하면서 점차 지능·조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대정 법무법인 중부로 대표 변호사는 “의사의 경우 환자 수가 줄어드는 등 경영이 어렵다 보니 브로커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고에서 나오는 자금이라면 (범죄라는 생각에) 위험하다고 여기겠지만 보험금은 다르게 생각해 죄의식이 약해지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보험사기가 증가하는 데는 보험계약의 사행성과 보상 심리, (보험사기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대한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듯 보인다”며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재산 범죄가 한층 늘 수 있다는 부분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기 범죄가 지닌 특성과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경제 상황까지 겹치면서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설명


문제는 보험사기가 해마다 급증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9년 8.47%(839명)에 그쳤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기소율은 지난해 15.15%를 기록,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불기소율은 37.42%에서 23.30%로 감소했다. 수사 단계에서 죄가 없다는 판단을 받는 이들이 줄어드는 데 반해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피고인들은 차츰 늘고 있는 셈이다. 발생 사건이 급증하면서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으나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험사기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심에서 죄가 안정돼 ‘옥살이’를 하는 피고인은 5명 가운데 1명(20.2%)에 불과했다. 절반 가까이(43.8%)는 벌금형에 처해지고 27%가량은 집행유예로 감옥행을 면했다. 그나마 실형이 선고돼도 3년 이상 징역은 2021년 기준으로 단 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1년 미만(47%)이거나 1년 이상 3년 미만(47%)의 비교적 가벼운 징역이 선고됐다.

게다가 사기에 대한 양형 기준은 2011년 제정 이후 단 한 차례 개정되기는 했으나 사건 분류에는 변화가 없다. 사기 범죄가 보이스피싱, 전세·보험사기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에도, 죄의 무게를 결정하는 저울은 일반·조직 등 단 두 가지로만 분류한다. 이는 살인·성범죄 등 다른 범죄의 양형 기준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지난 2009년 제정된 살인 범죄의 경우 2011년과 2013년, 2022년 등 세 차례 양형 기준이 개정됐다. 최초 동기 참작 사유(1유형), 보통 동기(2유형), 비난 사유(3유형)로 구분됐다가 2013년 현재 기준으로 개정됐다. 현재는 △참작 동기 △보통 동기 △비난 동기 △중대 범죄 동기 △극단적인 인명 경시 살인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성범죄의 경우 양형 기준이 여섯 차례나 개정되는 과정에서 가장 변화가 많았다. 제정 때는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강제추행죄(13세 이상·미만), 상해·사망 결과가 발생한 때로 구분했다. 하지만 2012년 3차 개정 때 장애인(13세 이상) 대상 성범죄가 추가됐다. 2020년 5차 개정 때는 군형법상 성범죄가 새롭게 포함되고 6차 개정(2022년)에서 장애인(13세 이상) 및 궁박(경제·정신적 처지 곤란) 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바뀌었다. 여기에 성범죄가 다양화된 데 따라 2021년에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이 새로 제정되고 2022년에는 첫 개정도 거쳤다. 강도 범죄의 경우에도 2009년 양형 기준이 정해지고 2011년과 2020년, 2022년 등 세 차례나 바뀌었다. 살인은 물론 성범죄·강도 등까지 시대가 변하는 데 따라 사건 분류나 처벌 대상을 다양화하는 등 연이은 개정 작업이 이뤄졌으나 사기는 예외였던 셈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올 4월 29일 제131차 전체회의를 열고 보험사기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신설하기로 한 이유도 이 같은 사건 변화 양상을 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보험사기는 2018~2022년 5년 동안 법원에 기소된 사건이 6209건에 달해 양형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 가운데 사건명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양형위는 사기 범죄에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 기준을 신설하고 권고 형량 범위 및 양형 인자에 대한 논의를 거쳐 내년 3월 중 최종 양형 기준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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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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