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가수 김호중. 오른쪽 사진은 김호중 공식 팬카페 기부 내역. 뉴시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 송치된 가수 김호중(33)씨의 일부 팬들이 그동안 김씨의 선한 영향력 덕에 100억원을 기부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그중 75억원 상당이 기부한 앨범을 환산한 금액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뭇매를 맞으면서 가수 팬들의 ‘앨범 기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의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최근 앨범 기부 현황에 대해 “가수 김호중씨 앨범이 많이 들어왔는데 음주 뺑소니 사건 이후에는 달라는 분이 없으니 다 남아 있다”며 “우리가 함부로 처분할 수는 없어 난처하다”고 말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응원하는 가수의 앨범을 여러 장씩 산 뒤 이를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는 ‘앨범 기부’ 문화가 있다. 예컨대 김씨 팬덤의 경우 공식 팬카페 기부 내역을 보면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 21일까지 약 97억원을 기부했는데 그중 김씨 정규 2집 앨범 ‘파노라마’ 53만8427장 구매액이 75억원 상당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지난달 2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앨범 기부’를 두고 일각에서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초동)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 또는 팬 사인회 등 행사 참석 확률을 높이거나 앨범 속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앨범을 다량 구매하고 이를 다른 기관에 보내는 것을 ‘기부’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SNS나 온라인 팬 커뮤니티 등에는 특정 가수의 앨범 기부를 위한 공동구매를 안내하거나 이에 동참했다고 인증하는 게시물이 적지 않다. 과거 너무 많은 양의 앨범을 무작정 기관에 떠넘기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던 만큼 최근에는 팬들이 기관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만큼만 모아 전달하는 분위기도 있다.

대구의 한 복지관이 최근 기부받은 가수 이찬원씨 앨범은 순식간에 동났다고 한다. 이 복지관 관계자는 “마니아들의 경우에는 CD를 좋아하셔서 기부된 앨범을 달라고 요청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사전에 수량을 조율해서 받기도 하고 팬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져서 쓸데없는 양을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방적인 기부에 ‘처치 곤란’을 호소하는 곳들도 있다. 한 서울의 한 아동지원 재단 관계자는 “한동안 앨범 기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아이들도 호불호가 있어 남은 앨범은 처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기부받은 앨범을 다시 팔 수도 없고 창고에 쌓여서 최근 몇 백 장을 싹 폐기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버려지는 앨범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필요 이상의 앨범을 구매하는 행위는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에서 급증해 2022년 801.5t으로 집계됐다. 5년 만에 14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이 플라스틱은 폐기물 부담금 부과 대상이다.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톱400 기준 1~12월 앨범 누적 판매량은 약 1억2000만장으로 전년(약 8000만장)보다 약 50% 늘었다.

K팝 팬들로 구성된 기후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 관계자는 “앨범 기부가 앨범이 출고된 뒤 바로 버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면서 “버리는 시기를 늦추고 주체가 바뀔 뿐 그 많은 플라스틱 앨범이 원래 용도대로 쓰이는 것이 아니기에 기부 옵션은 마치 ‘폭탄 돌리기’를 보는 것과 같다. 기획사가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상술을 중단하는 것만이 기형적이고 환경 파괴적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0375 '판결문 오기'냐 '판결의 오류'냐... 최태원 1.3조 파기환송 가능성은? 랭크뉴스 2024.06.18
40374 [속보]정부 “개원의 업무개시명령 발령…일방적 진료취소 전원 고발” 랭크뉴스 2024.06.18
40373 북-러 ‘포괄적 동반자 협정’ 서명하나…푸틴, 저녁에 북한 도착 랭크뉴스 2024.06.18
40372 [푸틴 방북] 북한서 뭐하나…김정은과 산책하며 '밀담', 해방탑에 헌화도 랭크뉴스 2024.06.18
40371 “악성 민원에 숨진 동생, 폐쇄적 공무원 문화도 힘겨웠을 것” 랭크뉴스 2024.06.18
40370 [속보] 정부 "의협 불법 진료 거부, 설립목적에 위배…단호·엄정 대응" 랭크뉴스 2024.06.18
40369 대통령실, 오전 9시부터 개원의 업무개시명령···의사 휴진 초강수로 랭크뉴스 2024.06.18
40368 [속보] 정부 “의협 불법 진료 거부 단호·엄정 대응…개원의에 업무개시명령 발령” 랭크뉴스 2024.06.18
40367 [속보] 정부 "개원의에 업무개시명령 발령…일방적 진료취소, 고발조치" 랭크뉴스 2024.06.18
40366 [속보] 정부 "개원의 업무개시명령 발령…일방적 진료취소 고발" 랭크뉴스 2024.06.18
40365 美 연준 비둘기파 의원 “연내 1회 금리 인하가 적절” 랭크뉴스 2024.06.18
40364 [속보] 정부 “개원의에 업무개시명령 발령…일방적 진료취소, 고발조치” 랭크뉴스 2024.06.18
40363 "원전과 재생에너지, 적으로 두지 말라" 프랑스·스웨덴서 찾은 교훈 [창간기획:초당적 '30년 전략' 짜자] 랭크뉴스 2024.06.18
40362 '1.4조 재산분할금' 판결 뒤집힐까…최태원, 상고 결심한 이유는 [biz-플러스] 랭크뉴스 2024.06.18
40361 [투자노트] 7~8월, 그리고 연말에 2차·3차 ‘밸류업 랠리’ 온다 랭크뉴스 2024.06.18
40360 난투극에 곡괭이까지…폭력 사태에 유로 2024 비상 랭크뉴스 2024.06.18
40359 뚝뚝 떨어지는 ‘국정운영 기초 체력’ 랭크뉴스 2024.06.18
40358 마스터키로 문 열고 투숙객 성폭행… 제주서 호텔 직원 긴급체포 랭크뉴스 2024.06.18
40357 [고현곤 칼럼]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은 속임수다 랭크뉴스 2024.06.18
40356 동남아 부자 만들어내는 중국인의 두리안 사랑 랭크뉴스 202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