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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지난달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김호중이 음주 뺑소니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가운데 앨범 기부 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팬들이 그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100억원에 가까운 기부를 실천했다며 두둔했으나 이 중 75억원 상당이 기부한 앨범을 환산한 금액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8일 부산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최근 앨범기부 현황에 대해 “가수 김호중 씨 앨범이 많이 들어왔는데 음주 뺑소니 사건 이후에는 달라는 분이 없으니 다 남아 있다. 우리가 함부로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난처하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초동)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 또는 팬 사인회 등 행사 참석 확률을 높이거나 앨범 속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앨범을 다량 구매하고 이를 다른 기관에 보내는 것을 기부라는 이름의 선한 행동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카페 등에선 지금도 특정 가수의 앨범기부를 위한 공동구매를 안내하거나 이에 동참했다고 인증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 너무 많은 양의 앨범을 무작정 기관에 떠넘기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던 만큼 최근에는 팬들이 기관들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만큼만 모아 전달하는 분위기도 있다.

대구의 한 복지관이 최근 기부받은 가수 이찬원의 앨범은 순식간에 동 났다고 한다.

이 복지관 관계자는 “마니아들의 경우에는 CD를 좋아하셔서 기부된 앨범을 달라고 요청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사전에 수량을 조율해서 받기도 하고 팬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져서 쓸데없는 양을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방적인 기부에 처치 곤란을 호소하는 곳들도 있다.

한 서울의 한 아동지원 재단 관계자는 “한동안 앨범 기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아이들도 호불호가 있어 남은 앨범은 처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기부받은 앨범을 다시 팔 수도 없고 창고에 쌓여서 최근에 몇백장을 싹 폐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팬들이 필요 이상의 앨범을 구매하는 행위가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앨범이 일본 길거리에 대량으로 버려진 모습이 포착됐다. X 캡처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톱400 기준 1∼12월 앨범 누적 판매량은 약 1억2000만장으로 전년(약 8000만장)보다 약 50% 늘었다.

K팝 팬들로 구성된 기후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 관계자는 “앨범 기부가 앨범이 출고된 뒤 바로 버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부 옵션은 마치 ‘폭탄 돌리기’를 보는 것과 같다”면서 “기획사가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상술을 중단하는 것만이 기형적이고 환경 파괴적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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