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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사는 충북 영동군 천마산 기슭에 자리 잡은 사찰입니다. 신라 시대에 창건돼 1,3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평소 조용한 이 천년 고찰이 최근 큰 경사를 맞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사찰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되찾아서입니다.

중화사 소장 ‘현왕도’

■ 해외 유출 불화 '현왕도' 중화사 품으로

바로 이 그림이 수십 년 넘게 세상을 떠돌다가 최근 돌아온 중화사의 소중한 유산 '현왕도'입니다.

불교 의식에 따르면 사람이 죽은 뒤 3일째 되는 날, 1주일, 49재, 1년, 3년….수차례에 걸쳐 심판을 받습니다. 이때 '극락'으로 가느냐, '지옥'으로 가느냐가 결정된다고 하는데 선행과 악행이 비슷한 경우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보낸다고 합니다.

현왕도는 바로 이 과정을 담은 그림입니다. 화폭 중앙, 머리에 해와 달이 그려진 책을 쓰고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인물이 바로 염라대왕입니다.

염라대왕은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일생이 빼곡히 담긴 종이를 보며 극락행과 지옥행, 인간계 중 한 곳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현왕도는 사랑하는 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충북 영동군 중화사 전경

■ 천년 고찰, 영동 중화사에서 태어난 '현왕도'

중화사의 '현왕도'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제작과 관련한 정보가 정확하게 남아있어서입니다.

현왕도는 충북 영동군 중화사에서 건륭(청나라 황제) 55년, 즉 1790년에 제작됐다고 합니다. 제작 연도뿐만 아니라 제작 장소며 그림을 그린 사람까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영린이라는 화승이 충청도 중화사에서 그렸다."

그림 바로 아래 검은 글씨로 기록이 온전히 남아있는 덕분에 제작과 관련된 정보를 자세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우리나라 현왕도 가운데 18세기 작품은 중화사 현왕도를 포함해 12점뿐입니다.


■ "현왕도 되찾자" 십시일반 모금…"불심으로 환수"

중화사의 현왕도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돌연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수십 년이 흐른 2011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였습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경매에서 우리나라의 한 수집가가 현왕도를 사들여 국내로 들여왔습니다.

현왕도가 중화사에서 18세기에 제작됐다는 정보가 정확하게 남은 덕분에 이 소식은 흘러 흘러 중화사에도 닿았습니다.

중화사 측은 그림을 즉각 되찾기로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림의 높은 가치 때문인지 구매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환수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신도들이었습니다. 십시일반 성금을 낸 신도만 70여 명, 중화사는 현왕도의 존재를 알게 된 지 5년여 만에 마침내 환수에 성공했습니다.
"저희 신도들은 거의 지역 분들, 농사를 짓는 어르신이에요. 그런 분들이 중화사 탱화를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고 100만 원씩 거금을 냈는데 그래도 턱없이 모자랐어요. 그래서 신도 분들이 직접 수집가를 만나 설득했어요. 설득 끝에 수집가가 당시 미국에서 그림을 사들였던 가격 그대로 넘겼죠. 탱화를 찾아오는 날, 너무 좋아서 잠을 못 잤어요.눈물을 흘렸다는 신도 분들도 많았답니다."
- 중화사 주지 철우 스님

■ "조선 후기, 충청북도의 불교 미술 면모 보여주는 작품"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현왕도는 중화사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앞서 지난 3월엔 충청북도 지정 문화유산으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반적으로 현왕도는 다른 미술 작품과는 달리 정형화된 틀을 가지고 있고 시대에 따라 화풍이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충청북도는 중화사 현왕도를 통해 18세기 무렵 불화의 특징을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봤습니다. 또, 조선 후기 충청북도의 불교 미술 면모를 보여주는 우수한 작품이라고도 평가했습니다.

최근 충북 영동군 중화사에서 발견된 ‘지장시왕도’

■ 현왕도 이어 특별한 보물이 또… 17세기 '지장시왕도' 발견

충북 영동 중화사에는 또 다른 경사가 생겼습니다. 현왕도 외에도 특별한 문화유산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법당 마룻바닥 아래서 발견된 '지장시왕도'로 현왕도보다 정확히 100년 앞섭니다.

둘둘 말린 상태로 오랜 시간 있다 보니 곳곳이 해어지긴 했지만 중생을 구원한다는 지장보살과 사후세계에서 죄의 경중을 가리는 10명의 심판관인 시왕의 모습은 여전히 선명합니다.

역시 중화사 현왕도와 마찬가지로 그림에 관한 제작 기록이 온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림 분석 결과 현대의 물감이 조금 쓰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1960~70년대쯤 이 그림을 발견한 이들이 보수하면서 일부 덧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화재청과 충청북도는 이 불화 역시 불교사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문화유산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 80년 만에 제 자리로… "모두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길"

수십 년 만에 제 자리로 돌아온 온 현왕도. 불교에서는 이를 '환지본처(還至本處)'라고 말합니다. 본래의 자리에 있던 것이 다른 곳을 떠돌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과거에 도난당했을 수 있는 소중한 우리 유산을 되찾기 위한 신도들의 마음이 하나둘 모인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긴 시간 세상을 떠돌다 고향으로 온 현왕도는 중화사에서 천일기도 기간에 잠시 선보입니다.

이후 작품 훼손이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보관·보존 시설을 갖춘 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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