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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교수 17일 집단휴진 예고에 서울대병원 “불허”
의협, 총파업 투표 결과 9일 발표… 환자단체 “깊은 유감”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총파업 투표 결과를 발표한 6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한 환자가 보호자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출구전략’을 내놓은 뒤, 의·정갈등이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이 오는 17일 전체 휴진을 결의해, 의료 공백 확산이 우려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투표 결과에 따라 집단 휴직이 의료계에 널리 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측은 집단휴진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의협은 지난 4일부터 7일 밤 12시까지 전체 회원 13만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의협은 이번 투표에서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느냐’ ‘휴진을 포함한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투표 참여율은 7일 낮 기준 50%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의협은 오는 9일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이번 투표 결과를 공개한 뒤 대정부 투쟁을 선포할 계획이다. 의협은 이날 “이번 대회는 의료계 투쟁 역사에서 교수, 봉직의, 개원의 등 모든 직역이 한뜻으로 행동하기로 결정하고 결행하는 최대 규모의 단체행동이 될 것”이라면서 “범의료계 투쟁의 시작이며 이후 정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상응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20개 의대 소속 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이날 오후 온라인 총회를 열고 전공의 행정처분과 사법절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전의비에 소속된 의대 교수들도 의협의 투표 결과에 그대로 따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중단과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해제 등 퇴로를 제시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했던 정부로서는 의료계의 더 강경해진 입장 때문에 사태 봉합이 더 어렵게 됐다. 5일 기준 전공의 출근율도 7.5%에 불과하다. 의료계에 사실상 한발 양보했던 정부의 각종 대책들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열고 서울의대 비대위 집단휴진 결정 등과 관련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어 국민과 환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의대 비대위가 6월1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을 결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정부는 기 발표한 전공의 복귀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중증환자들이 찾는 상급종합병원일수록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환자들에게는 불안한 요소다. 의료계가 정부와 투쟁하기 위해 그 피해를 환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의료계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계속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싸우고 항의해야하지,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서울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집단휴진은 국민 생명보다 의료집단 이기주의를 합리화함으로써 환자들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태”라며 “환자를 버리고 떠난 의사들의 주장은 그 자체가 정통성과 정당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교수들은 가장 중립적이면서도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고 정부와 전공의들을 설득해야하는데, 환자들을 버리고 가는 것은 누가 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국민들의 지지와 환자들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그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를 압박하려는 심정은 이해하나 수단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비대위의 이번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집단휴진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이날 오후 교수들을 상대로 메시지를 내고 “환자 진료가 중단되지 않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면서 “의사로서 우리의 첫번째 의무는 환자 진료”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기한 휴진은 우리 병원을 믿고 다니는 환자들의 불편을 넘어서서 안전에도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비대위의 이번 결정은 동의하기 어려우며,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에게 일체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약속드린다”면서 “전공의의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으니 교수님들께서는 집단 휴진에 대한 결정을 거두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실제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얼마나 동참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의대 교수들이 주1회 휴진을 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실제 휴진 참여율은 그리 높지 않아 예상만큼 큰 진료 차질은 없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의협 역시 2020년 총파업을 강행했지만, 당시 개원의들의 실제 파업 참여율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개원의 파업은 수입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총파업 찬성 결과가 나오더라도 다수의 개원의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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