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밀양 가해자 신상 공개한 유튜버
피해자에 2차 가해·사적제재 논란
유튜버 대상 명예훼손 혐의 고소
경남 밀양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일했던 식당으로 알려진 경북 청도군 한 식당 내부가 5일 텅 비어있다. 청도=연합뉴스


20년 전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온 유튜버가 7일 오후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해당 영상에서 신상이 노출된 이들은 경찰에 해당 유튜버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피해자 동의 없는 신상 공개 논란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공지. 한국성폭력상담소 SNS 캡처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3명 등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이날 오후 유튜브 커뮤니티에 "밀양 피해자분들과 긴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피해자분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 제가 제작한 밀양 관련 영상들도 전부 내렸다"며 "구독도 취소 부탁 드리겠다"고 밝혔다. 해당 채널에 게재됐던 밀양 성폭행 관련 영상들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모두 삭제됐다.

하지만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측을 지원해온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피해자들은 5일 이후 해당 유튜버와 소통한 바 없다"며 "나락보관소는 마치 피해자들과 긴밀한 소통 끝에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영상을 내린 것처럼 사실과는 다른 공지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않았던 나락보관소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나락보관소는 지난 1일부터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및 관련 인물들의 이름과 나이, 직업 등 신상 정보를 차례로 공개해왔다. 전날에도 세 번째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해 피해자가 다시 고통에 시달린다는 '2차 가해'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나락보관소는 피해자 측 동의를 구했다고 밝혔지만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5일에도 "피해자 측은 나락보관소가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며 "피해자와 가족 측은 향후 44명 모두 공개하는 방향에 동의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나락보관소에 지난 3일 관련 영상 삭제 요청을 했다.

유튜버 상대 명예훼손 혐의 고소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 유튜버.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캡처


사적제재 논란도 확산했다. 나락보관소가 공개한 가해자들의 직장에 시민들의 항의가 쇄도하면서 가해자 중 한 명은 해고 조치됐다. 가해자 친척이 운영한다는 음식점도 폐업했다. 가해자들의 가족과 지인들까지 알려지면서 엉뚱한 이들이 지목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가해자의 여자친구로 잘못 알려져 피해를 입은 이도 있다.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 중 한 명은 전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사건이 재조명돼서 피해자 마음이 더 다치지 않았을까, 제 가족 지인들이 다치지 않았을까 온통 그 생각뿐이다"라며 "3일 동안 물 한 모금도 안 넘어가고 심정지가 온 것처럼 있다. 피해자분들은 더할 거다. 정말 죄송하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를 상대로 고소장도 접수됐다. 이날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밀양 성폭행 사건' 유튜브 영상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2건의 고소장이 들어왔다. 고소인들은 해당 유튜브 채널이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해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는 "유튜버가 설령 아주 정확하게 검증을 해서 (영상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고통을 다시 안긴다는 점에서 2차 가해로 볼 수 있다"며 "피해자 동의 여부를 떠나 신상 정보 공개는 그 자체만으로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539 푼돈 욕심 가득했던 ‘상테크족’… 티몬 사태에 눈물 랭크뉴스 2024.07.24
24538 [단독] 티몬·위메프 사태, 결국 환불까지 막혔다…신규 결제도 차단 랭크뉴스 2024.07.24
24537 ‘얼차려 사망’ 중대장 “선착순 안 시켰다” 유족에 거짓말 랭크뉴스 2024.07.24
24536 [단독] 尹, 한동훈과 갈등 우려에 "날 믿어달라, 잘 풀어내겠다" 랭크뉴스 2024.07.24
24535 ‘너를 넘어야 내가 金’…라이벌 의식으로 달아오르는 파리[올림픽] 랭크뉴스 2024.07.24
24534 고 김민기, 눈물의 발인···장현성·설경구·황정민 등 ‘아침이슬’ 부르며 배웅 랭크뉴스 2024.07.24
24533 “부끄럽다” 올림픽 금메달 영국 선수, 올림픽 3일 전 출전 포기 왜? 랭크뉴스 2024.07.24
24532 봉화 농약 음독 사건 발생 9일째…“관련자 56명 조사” 랭크뉴스 2024.07.24
24531 결혼 늘자 5월 태어난 아기 8년반 만에 두달 연속 늘었다 랭크뉴스 2024.07.24
24530 귓속에도 쌓이는 ‘미세플라스틱’··· 청력·균형감각 떨어뜨린다 랭크뉴스 2024.07.24
24529 신생아 불법입양 후 숨지자 반려동물용 관에 담아 암매장한 남녀 랭크뉴스 2024.07.24
24528 퇴근 후 아이 폰 안 찾아줬다고 "요즘 교사 불친절"... 공분 산 '공무원 학부모' 랭크뉴스 2024.07.24
24527 "여학생 교복 좋아서"…제자 집 몰래 들어갔다 딱 걸린 교사에 日 '발칵' 랭크뉴스 2024.07.24
24526 인력 쟁탈전에 고전했던 PE팀... 직접 지원 나선 강성범 미래에셋證 IB 대표 랭크뉴스 2024.07.24
24525 ‘어차피 대통령은 트럼프’인줄 알았는데 해리스가 이긴다고?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7.24
24524 서울 올림픽대로 여의상류IC 교통 통제 해제 랭크뉴스 2024.07.24
24523 북, 올들어 10번째 쓰레기풍선 살포…대통령실 청사 경내 낙하(종합) 랭크뉴스 2024.07.24
24522 “구해주려고 신고했어요”…자유로에서 말이 역주행? [제보] 랭크뉴스 2024.07.24
24521 '고독사' 두려운 독거노인들, 이젠 죽음도 미리 설계한다[지금 일본에선] 랭크뉴스 2024.07.24
24520 檢, ‘거짓 해명 의혹’ 김명수 전 대법원장 소환 통보 랭크뉴스 202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