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폭군’으로 지칭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발끈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앞바다에 해당하는 쿠바에 핵추진 잠수함 전단을 보내기로 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프랑스 노르망디 콜빌쉬르메르 미군 묘지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는 80년 전 영웅들이 맞서 싸운 어둠의 세력을 알고 있고 그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며 “침략과 탐욕,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망, 무력으로 국경을 바꾸려는 욕망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를 언급하며 “지배에 집착하는 폭군에 의해 침략당했다”며 “깡패들에게 굴복하고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가 언급한 ‘폭군’과 ‘깡패’는 푸틴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중심이 된 연합국이 나치 독일에 대항했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입한 것은 사실상 푸틴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한 의미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EPA=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공격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도 향했다. 그는 “오늘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단결됐으며 침략에 맞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더욱 준비돼 있다”며 “미국과 나토, 그리고 50개 이상의 국가로 구성된 동맹국은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고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들을 하나로 모으는 미국의 독특한 능력은 부인할 수 없는 미국 힘의 원천”이라며 “고립주의는 80년 전에도 답이 아니었고 오늘날에도 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립주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키워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에게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러시아에 공격하도록 격려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진영은 전선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날 기념식에 푸틴 대통령 대신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특별 초대했다.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함께 맞섰던 연합군의 일원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진행된 기념식은 자연스럽게 러시아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프랑스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올해 행사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초청되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곳에 상륙한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자”며 우크라이나에 미라주 전투기 지원 계획을 깜짝 공개했다. 프랑스는 그간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F-16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어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전투기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복수의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AP통신에 “러시아 본토 공격이 가능한 무기가 포함된 2억2500만 달러(약 3000억원) 상당의 군사 원조 패키지가 곧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날 크렘린궁 대변인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서방의 새로운 무기가 공급될 때마다 긴장의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전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서방 국가들이 사정권에 드는 친러 국가에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모든 수단이 가능하고, 이 말을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푸틴의 발언 직후인 이날 쿠바 혁명군은 “러시아의 핵잠수함 카잔호와 고르시코프 전함, 유조선, 예인선 등 4척이 12~17일 쿠바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앞바다인 쿠바에 입항하는 핵잠수함 전단엔 핵무기는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22일 러시아 카잔에서 현대화된 Tu-160M 핵 탑재 전략 폭격기를 타고 비행한 뒤 착륙한 모습.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CNN과 가디언 등은 핵잠수함 전진배치를 미·소련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와 비교하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러시아의 핵잠수함 압박이 진행되는 기간은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탈리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비우게 되는 기간과도 겹친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920 김포 물류창고 화재 2시간 만에 진화…“1명 연기 흡입 피해” 랭크뉴스 2024.07.21
27919 ‘그냥 노는’ 대졸자 ‘월평균 400만명’ 넘어 역대 최대 랭크뉴스 2024.07.21
27918 상추값 한달만에 136% 올라…집중 호우에 채소·과일 가격 급등 랭크뉴스 2024.07.21
27917 韓 "미래로 화합"…羅 "갑툭튀 화합" 元 "동지의식 없어" 랭크뉴스 2024.07.21
27916 이재명, TK 경선도 완승… 대구 95%·경북 94% ‘독주’ 랭크뉴스 2024.07.21
27915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사임…정치적 공격에 곤혹" 랭크뉴스 2024.07.21
27914 이재명, 경선 90% 몰표 행진…최고위원은 ‘원외’ 정봉주 초반 선두 랭크뉴스 2024.07.21
27913 사막 두바이 도심에 64㎞ 트램 노선 ‘녹색 척추’ 생기나 랭크뉴스 2024.07.21
27912 대통령실, 김건희 검찰 조사에 ‘침묵’…“법률대리인에 확인해라” 랭크뉴스 2024.07.21
27911 복날 살충제 음용 할머니 5명 중 3명, 의식 되찾아 랭크뉴스 2024.07.21
27910 북한, 오물풍선 360여 개 살포…합참, 모든 전선 대북확성기 방송 확대 ‘맞대응’ 랭크뉴스 2024.07.21
27909 과잉생산·저가공세에 '제살깎기'…中기업 이익도 급감 랭크뉴스 2024.07.21
27908 머리 감을 때 몇 초 헹궈요? 탈모 부르는 사소한 습관 랭크뉴스 2024.07.21
27907 이재명, TK·강원 경선도 압승…누적 91% 득표로 초반 독주 체제(종합2보) 랭크뉴스 2024.07.21
27906 검찰총장도 몰랐다‥또 반복된 '총장 패싱' 정황 랭크뉴스 2024.07.21
27905 재임 중 영부인 첫 검찰 조사‥장소는 김 여사 쪽에서 정해 랭크뉴스 2024.07.21
27904 소수기업 의존 위험성 보여준 ‘IT 대란’…MS 지배력 견제 거세지나 랭크뉴스 2024.07.21
27903 '소신 발언' 하던 정우성…"UN난민기구 친선대사 9년 만에 사임" 랭크뉴스 2024.07.21
27902 정부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4조2000억원 소요 추산” 랭크뉴스 2024.07.21
27901 대통령실, 김건희 검찰 조사에 ‘침묵’…”법률대리인에 확인해라” 랭크뉴스 202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