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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이 금보다 더 각광 받을 것"
에너지 효율과 편의성 높일 신소재
합성기술 현재 한국이 세계 상위권
결점 없는 단결정 만들어야 상용화

편집자주

AI와 첨단 바이오 같은 신기술이 인류를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류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올해로 일흔 살이 된 한국일보는 '초인류테크'가 바꿔놓을 미래 모습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기획시리즈를 총 6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로드니 루오프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이 4월 24일 울산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실에서 그래핀과 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분자 모형을 보여주며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울산=오지혜 기자


"지금까진 기대에 못 미쳤지만, 30년 뒤에는 그래핀이 금보다 더 주목받으며 활발하게 쓰일 겁니다. 그래핀 덕에 자동차나 비행기, 건축 소재 등이 훨씬 가볍고 강해질 테니까요. 낮 동안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모아 전기를 생산하고, 어떤 창문은 터치 스크린으로 사용할 수 있을 거에요."

로드니 루오프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은 미래 인류의 생활이 그래핀을 통해 많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4년 등장 이후 전례 없는 속도로 6년 만에 노벨상을 거머쥔 이 물질이 머지않은 미래에 에너지 효율과 편의성을 눈부시게 향상시킬 거란 예상이다.

부엌부터 바꾸기 시작한 그래핀

국내 벤처기업 그래핀스퀘어가 만든 투명한 라디에이터. 기판 위에 돌을 올려놓고 디스플레이로 불을 연출했다. 디스플레이 유리에 그래핀이 코팅돼 있어 전류를 흘려주면 온기가 나온다. 오지혜 기자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으로 연결돼 평면을 이루는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라는 별칭을 얻었다. 두께가 원자 하나 정도로 얇아 쉽게 구부릴 수 있는데도 강도는 철의 200배나 되고 전도성은 구리의 100배나 좋아서다.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20년이 지났는데, 그래핀 가루를 섞은 칫솔이나 옷 같은 '로우엔드' 제품은 시장에 나왔지만 획기적인 '하이엔드' 제품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2022년과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기대감을 다시 끌어올렸다. 국내 벤처기업 '그래핀스퀘어'가 만든 키친 스타일러(주방용 조리기구)와 라디에이터(휴대용 난방기)를 2년 연속 '올해 최고 발명'으로 선정한 것이다. 이들 제품은 그래핀의 특성을 살려 가전과 난방의 혁명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핀스퀘어가 만든 멀티쿠커 안에서 재료들이 익고 있다. 유리에 그래핀을 코팅해뒀기 때문에 전기를 흘려주면 유리에서 열이 나와 음식을 익힐 수 있다. 오지혜 기자


핵심 기술은 구리 위에서 합성해 얻어낸 그래핀을 유리에 입히고 전류를 흘려 열을 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래핀이 투명해 유리에서 열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핀의 전도성이 좋기 때문에 발열 효율이 높아 전기도 덜 소모되니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이 기술을 적용한 조리기구는 20분 만에 5~6인분의 밥(400와트 기준)을 지을 수 있다. 홍병희(서울대 화학과 교수) 그래핀스퀘어 대표는 "현재의 코일 히터 방식을 그래핀으로 대체하면 전자파 발생 문제가 없다"며 "창문 크기로 그래핀을 코팅하면 창문 자체를 난로로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핀을 태양전지 전극이나 디스플레이 발광 소자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수소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촉매, 전기 저장장치인 슈퍼커패시터의 소재 등에 그래핀을 적용하려는 기술 역시 많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미래 에너지 산업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그래핀 산업 언제쯤

탄소 원자가 육각형으로 연결돼 있는 그래핀 분자 구조를 표현한 그림.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핀을 이용해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을 시장이 수용 가능한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결함 없는 단결정 형태로 많이 생산해야 한다. 단결정이란 내부 구성 원자가 일정한 축을 따라 규칙적으로 배열된 고체로, 어떤 물질을 단결정으로 만들면 고유의 성질을 극대화할 수 있다. 2021년 세계 최초로 28㎠짜리 단결정 그래핀을 만들어낸 루오프 단장은 "(단층 단결정 그래핀을 잘 만들게 되면) 2중층, 3중층으로도 합성할 수 있어 더 다양한 재료로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홍병희 대표 역시 "실리콘 활용도 '잉곳(고온에 녹인 고순도의 실리콘을 결정으로 성장시킨 물질)'을 만드는 데서 시작했듯, 그래핀도 웨이퍼(반도체 기판)만한 크기의 단결정을 결점 없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매우 힘든 일이라, 10~2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일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그래핀 합성 기술로 보면 세계 상위권에 있다. 젊은 연구자들 유입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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