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결제 플랫폼 기업 코나아이가 최대주주 조정일 대표이사 일가가 보유한 관계회사 코나엠 지분을 전량 사들인 과정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코나엠은 조 대표와 자녀 2명이 72%, 코나아이가 14.3%의 지분을 갖고 있던 회사다. 사실상 가족회사다. 코나아이는 코나엠 기존 보유 지분(14.3%)을 뺀 나머지 지분 85.7%를 약 383억 원에 매입했는데, 지분 취득 대금을 코나아이 자사주와 현금으로 치렀다.

스마트카드 제조사인 코나엠은 매출의 약 90%를 코나아이로부터 거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던 회사다. 조 대표와 자녀 2명은 이렇게 키운 코나엠의 주식을 코나아이로 넘기면서 300억 원가량(자사주 평가액 포함)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더군다나 의결권이 없던 코나아이 자사주를 양도받으면서 최대주주 측은 코나아이 지분율을 높이고 지배력과 경영권을 강화하는 효과도 거뒀다. 코나아이 일반 주주들은 최대주주가 회삿돈으로 자기 지분을 늘리는 구조를 설계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이가 2023년 5월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결제 인프라 플랫폼 코나플레이트 소개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코나아이

코나아이는 올해 4월 관계사인 코나엠 주식 60만 주(지분 85.7%)를 조 대표 포함 10명으로부터 약 383억 원에 인수했다. 코나아이는 수직 계열화와 수익 증대를 위해 코나엠을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코나엠은 마그네틱 신용카드·교통카드 등을 만들어 코나아이에 납품한다. 코나엠 연매출에서 코나아이 비중이 90% 안팎일 정도로 밀접한 관계다. 코나아이 등기임원(사내이사)인 신수동 상무가 코나엠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코나아이와 코나엠은 원래 사실상 한몸이었다. 코나엠은 2009년 설립 당시엔 코나아이의 100% 자회사였다. 이후 2015년 조 대표 일가 등이 코나엠 전환사채를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전환가액 5000원)하면서 코나아이의 코나엠 지분율은 14.3%로 낮아졌다. 코나아이와 코나엠의 최대주주 모두 조 대표가 된 것이다.

증권가에선 최대주주가 보유한 관계사 지분을 자사주를 주고 비싸게 사줬다는 게 이번 거래의 핵심이라고 본다. 총 인수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52억 원 상당을 코나아이 자사주(143만1874주)로 지급했다. 이로써 코나아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약 10%를 차지했던 자사주를 대부분 털어냈다.


코나엠 지분은 조 대표가 54.3%, 특수 관계인인 딸과 아들이 합쳐서 17.7%(각 8.86%), 코나아이가 14.3%, 기타주주 7인이 13.7%를 갖고 있었다. 코나아이는 조 대표와 딸 조남희 코나아이 경영기획부문장(사내이사), 아들 조재현씨에게 4월 18일 대금의 50%를 자사주와 현금으로 줬고, 나머지 50%를 오는 8월 19일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143억 원 규모 코나아이 자사주 81만4299주를 받았고, 딸과 아들은 각각 30억 원어치 코나아이 자사주 16만9316주를 받았다. 코나아이 자사주 가치는 주당 1만7600원으로 매겨졌다.

코나아이 자사주를 넘겨받은 후 조 대표와 자녀의 코나아이 지분율은 상승했다. 조 대표의 코나아이 지분율은 3월 말 28.80%에서 5월 말 34.27%로, 딸 조남희 이사의 지분율은 1.12%에서 2.25%로, 아들 조재현씨의 지분율은 1.29%에서 2.45%로 높아졌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최대주주 측이 가진 다른 법인의 주식 취득 대가로 자사주가 넘어가면서 의결권이 살아났다.

조 대표와 자녀는 상당한 차익을 얻었다. 지난해 말 코나아이는 코나엠 주식 10만 주(14.3%) 가치를 5억2300만 원으로 평가했다. 주당 5230원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코나엠 회사 가치는 36억 원 수준이었다. 불과 4개월 만에 코나아이 측이 매긴 코나엠 기업 가치는 급등했다. 코나엠 주당 가치를 6만3848원, 총 447억 원으로 평가하면서다. 조 대표의 코나엠 지분 가치 평가액은 242억 원이다. 조 대표는 코나아이 자사주 81만4299주(143억 원)와 현금 99억 원을 쥐었다. 지분 취득 당시와 비교해 220억 원 수준의 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코스닥시장에서 코나아이 주가 흐름(2024년 6월 4일 기준).

개인 주주들은 최대주주인 조 대표 측이 코나아이 지배력 강화와 승계 작업에 자사주를 악용했다고 주장한다. 약속했던 자사주 소각을 하는 척만 하고 자기 배를 불렸다는 것이다.

코나아이 소액주주연대는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코나아이 지분 약 13%를 끌어모은 후 올해 2월 조 대표를 만나 자사주 소각, 코나엠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중단, 임원 급여 인상 자제 등을 요구했다. 코나아이가 그 직후 22억 원 규모 자사주 10만 주를 소각하고, 주당 500원의 기말 배당금을 의결하면서 사측과 소액주주 측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코나아이가 최근 소각한 자사주의 14배에 달하는 자사주를 조 대표 일가에게 넘기자 비판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주주 환원은 애초에 아랑곳없었다는 것이다. 코나아이 주가는 2021년 한때 5만 원에 육박했으나, 최근 2년간은 2만 원 위로 올라선 적이 별로 없다.

개인 주주들은 코나아이가 본업과 별 상관없는 강원도 영월군의 한옥호텔(더한옥호텔앤리조트) 사업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더한옥호텔앤리조트는 조 대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곳이다. 코나아이가 지난해 3월 더한옥호텔앤리조트와 422억 원 규모 연구시설·연수시설 신축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해상충 논란이 일었다.

코나아이는 지역 화폐 상품권 선수금을 부당하게 빼돌려 사용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코나아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지역 화폐 사업자로 선정됐다. 지역화폐 사업을 시작하면서 회사는 고속 성장했지만, 선정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1114 K뷰티 뜨자 주가 500% 넘게 오른 이 회사… 하반기 유통가 화두는 ‘역직구’ 랭크뉴스 2024.07.08
31113 대통령실,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더 이상 언급 안 하겠다" 랭크뉴스 2024.07.08
31112 "우리도 파업은 처음이라..." 창사 첫 파업에 삼성전자 노사 숫자 신경전 벌여 랭크뉴스 2024.07.08
31111 통계청도 인정했다 “한우 마리당 143만 원 적자” [한우]① 랭크뉴스 2024.07.08
31110 허웅 전 연인 측 "사생활 의혹 제기하며 자료 조작… 직업은 미술 작가" 랭크뉴스 2024.07.08
31109 미복귀 전공의 처분 안하는 이유는…복귀자 '배신' 낙인 없도록 랭크뉴스 2024.07.08
31108 신도시 폐기물처리비용에 하남시 '재정위기'… LH와 연이은 법정다툼 랭크뉴스 2024.07.08
31107 "반바지 입고 강아지 만졌다 성범죄자 몰려"…동탄경찰서 또 논란 랭크뉴스 2024.07.08
31106 女초등생 가방서 칼날 5개, 응급실행… 학폭 여부 수사 랭크뉴스 2024.07.08
31105 [제보] “소들이 물에 잠겼어요”…‘물 폭탄’ 경북, 비 피해 잇따라 랭크뉴스 2024.07.08
31104 홍준표 "한동훈, 유승민 길 가고 있다…성공땐 尹정권 무너질 것" 랭크뉴스 2024.07.08
31103 [단독]‘채상병 사망 원인’ 지목된 포11대대장 “경찰, 1년 동안 뭘 했나 싶다” 랭크뉴스 2024.07.08
31102 [단독] 軍 “北 오물풍선에 민간인 사상시 부양 원점 타격” 랭크뉴스 2024.07.08
31101 대통령실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 결정 오래 안 걸릴 것” 랭크뉴스 2024.07.08
31100 "수사 발표하랬더니 변론을‥" 면죄부에 "尹 책임" 폭발 랭크뉴스 2024.07.08
31099 쏟아지는 ‘노인 비하·혐오’에 위축되는 노령 운전자들[시청역 돌진 사고] 랭크뉴스 2024.07.08
31098 [마켓뷰] 지난주 열심히 달린 코스피, 美 물가 지수 발표 앞두고 숨 고르기 랭크뉴스 2024.07.08
31097 [단독] 민주, 윤 대통령 탄핵소추 청문회 추진…김 여사 모녀 증인 검토 랭크뉴스 2024.07.08
31096 “경찰이 임성근 변호인이냐” 해병단체·시민단체, 채 상병 사망 수사 결과 반발 랭크뉴스 2024.07.08
31095 여탕 버젓이 촬영한 60대 중국인… “내부가 신기해서” 랭크뉴스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