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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 위성이 생산한 전기 
전파로 바꿔 지상에 보내는 기술
효율 난제와 인체 영향 우려에도
2050년대 실현될 가능성 재조명

편집자주

AI와 첨단 바이오 같은 신기술이 인류를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류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올해로 일흔 살이 된 한국일보는 '초인류테크'가 바꿔놓을 미래 모습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기획시리즈를 총 6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문을 닫은 화력발전소 부지에 지름 수백 m짜리 안테나가 섰다. 우주에서 오는 전기를 지상 전력망으로 전달하는 설비다. 위성이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에너지를 전파로 변환해 내려보내면 이 안테나가 받아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꾼다. 이렇게 얻은 전기는 기존 전력망을 통해 공급된다. 우주에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시대가 열리면서 완전한 탄소중립이 현실화하고 예전 같은 전력 부족 우려는 잦아들었지만, 대규모 안테나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석탄 발전이 밀려난 자리에 우주 태양광 발전 설비가 들어선 미래의 모습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장착한 위성을 띄우고 여기서 만든 전기에너지를 무선으로 지상에 보내는 '우주 무선전력전송' 기술이 실현된다면 친환경 전기를 무제한 공급받게 되는 셈이다. 이 기술은 한동안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으며 개발이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 재조명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상화할 미래의 엄청난 전력 소모량을 감당하려면 기존 에너지 산업의 틀을 깨는 신기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지난해 1월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위성 태양광 발전 실험 장치를 실어 올렸다. 그리고 1년여 준비 끝에 올 초 고도 500km의 저궤도에서 태양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 다음 이를 전파로 변환해 지상으로 전달하고, 지상에서 전파를 다시 전기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우주 무선전력전송 시장의 미래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미국이 발빠르게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탄소 제로 전기 무제한 공급"



우주 무선전력전송 기술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온 건 경제성이다. 위성을 우주로 올려 보내야 하고 지상엔 대규모 수신 안테나를 설치해야 해서다. 그러나 우주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위성 제작과 발사 비용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고, AI 보편화로 전력 공급이 기존 에너지 산업만으론 한계가 있을 거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이 기술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주 태양광 컨설팅 기업 '아르테미스 이노베이션 매니지먼트 솔루션즈'의 존 맨킨스 대표. 아르테미스 제공


우주 태양광 컨설팅 기업 아르테미스의 존 맨킨스 대표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주 무선전력전송이 지상의 재생에너지가 가진 비효율을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날씨나 계절과 무관하게 24시간 전력 수급이 되는 만큼, 상용화할 경우 인류가 환경오염 걱정 없이 탄소 제로 에너지를 언제든지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가 지난해 10월 홈페이지에 올린 상상도. 우주 태양광 위성이 지구 저궤도에서 전기를 만들어 전파를 활용해 지상에 보내는 모습을 나타냈다. 칼텍 홈페이지


국내외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하루 시간의 29% 정도만 태양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지상 태양광 발전과 달리 우주 태양광 발전은 사실상 가동에 제한이 없다. 가령 우주에서는 태양광 패널 면적 1㎡ 당 세탁기 1대의 소비전력과 맞먹는 200와트(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지만, 지상에선 최적의 기상·지리 조건을 갖춰도 발전량이 1㎡ 당 140W를 넘기 어렵다는 예측 결과도 나왔다.

효율은 높이고 규모는 줄이고



문제는 위성이 생산한 전기를 지구 밖에서 지상 안테나까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송하느냐다. 이를 위해 주파수 5기가헤르츠(GHz)의 전파(마이크로파)를 활용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방송이나 통신에서 영상과 음성 정보를 전파(초단파)에 실어 보내는 것처럼 전기에너지를 마이크로파에 실어 보내는 원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 지름 약 1km의 우주 태양광 발전 위성을 띄우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바꿔 지상에서 받을 때 효율을 60%로 유지하려면 지름 2km에 달하는 대규모 수신 안테나가 필요하다.

4월 16일 경기 안산시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이상화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전문가들은 주파수가 20GHz 이상으로 마이크로파보다 높은 밀리미터파를 활용하면 안테나 크기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상화 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밀리미터파로 전기에너지를 전송할 경우 마이크로파를 쓰는 시스템과 비교해 우주 태양광 위성이나 지상 안테나 크기를 최대 1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단, 밀리미터파는 전기 전송 효율이 30%대에 그친다. 전송 효율은 높이면서 설비 규모는 줄일 묘수가 필요한 것이다.

기술 난제를 뛰어넘더라도 안전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보편화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량의 전파가 우주에서 지상으로 상시 들어오는 상황이 인체를 포함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불확실하다. 만에 하나 일어날 사고를 대비한 차폐장치를 개발하거나, 위성에서 오는 전파를 가장 먼저 받는 안테나를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하거나, 전파의 인체 유해성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하는 등의 철저한 안전 대책이 병행돼야 할 필요성이 그래서 제기된다.

석탄·원자력 발전 대체 가능한가



전기연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올 1월 1.81km 떨어진 거리에서 무선으로 전기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 경기 여주의 심우주 안테나에서 3.2킬로와트(kW, 시스템 에어컨 1대가 소비하는 양)의 전력을 마이크로파로 바꿔 공중으로 보낸 다음, 미리 띄워둔 연구용 비행체에 달린 안테나가 이를 받아 전기로 바꿔 LED 전구에 불이 들어오게 했다. 197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비슷한 실험으로 1.5km 거리에서 무선전력전송에 성공한 이후 약 50년 만에 최장거리 기록이 깨졌다.

4월 16일 경기 안산시 한국전기연구원에서 무선전력전송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송신 안테나에서 전파를 보내자 건너편의 안테나가 전파를 받아 전력으로 변환해 LED 전구(붉은색)에 불이 켜졌다. 임은재 인턴기자


연구진은 2040년대엔 메가와트(MW)급 전력을 생산하는 우주 태양광 위성을 띄워 무선전력전송을 실증하고, 2050년엔 원자력발전소 한 기 발전 용량과 맞먹는 1기가와트(GW)급 태양광 위성을 올려 상업용 기술을 실현한다는 로드맵을 짰다. 미국이나 중국, 유럽, 일본의 2030~50년대 우주 무선전력전송 상용화 계획에 크게 뒤지지 않는 시간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연구논문 데이터베이스에 미래 성장 가능성 예측 모델 등을 적용해 분석한 전기공학 분야 유망 기술 키워드맵. 주요 키워드가 적힌 원의 크기가 클수록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졌고, 원이 서로 가까울수록 기술 간 연관성이 높다는 의미다. 무선전력전송(WPT)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KISTI 제공


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가 최근 개발한 직경 0.4mm 크기의 전력 변환소자를 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이 소자 1개는 전파를 10와트(W)의 전력으로 변환하도록 설계됐다. 전기연 제공


전력 수급은 안보와 밀접한 만큼 좀 늦더라도 기술 국산화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기를 전파로, 전파를 전기로 바꿀 때 변환소자가 필요하다. 우주 태양광 위성에도, 지상 안테나에도 변환소자가 들어간다. 지금은 변환소자를 반도체 소재와 같은 실리콘으로 만드는데, 전기연은 효율이 더 뛰어나고 고온에 더 잘 견디는 신소재인 질화갈륨(GaN)을 쓰는 변환소자를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했다.

우주 무선전력전송 컨설팅 기업 오프 어스의 리처드 디킨슨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기술이 언젠가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여러 나라가 시도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NASA의 무선전력전송 실험을 주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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